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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5일 SNS에 올린 게시물. 김 의원 SNS 캡처


국민의힘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16일까지 한 달 가까이 당 지도부와 법조인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문 권한대행 비판 메시지를 쏟아냈다. 문 대행 ‘악마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흔들고, 탄핵 인용에 대비해 불복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도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목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공식 회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집회 연설 등을 통해 문 대행을 공개 비판했다. 문 대행 비판이 없던 날은 설연휴 기간인 지난달 27일뿐이었다.

법조인 출신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문 대행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행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측 변호인이 항의하니까 말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며 “다분히 감정적이고 편파적인 변론 진행”이라고 말했다.

문 대행을 향한 비판의 상당 부분에는 색깔론을 동원하고 있다. 과거 SNS 게시글이나 연구단체 활동 일부를 들어 ‘친북·친중’ ‘왼쪽’이라고 비판하는 식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지난달 25일 문 대행을 “‘셰셰 외교’ 가치관을 공유하는 이재명 대표 절친” “친중 인사”라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의원은 지난달 28일 “(문 대행은) 이재명, 정성호 의원과 가깝고 우리법연구회 중 가장 왼쪽에 있다는 커밍아웃을 했다”며 문 대행과 민주당 정치인들의 접촉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우리법연구회를 “법원 하나회”에 비유하기도 했다. 12·12 군사반란을 주도했던 군내 사조직을 현재 해체된 법원 내 연구모임에 비유한 것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관련 국회와 대통령 권한대행 간 권한쟁의심판 2차 변론기일에 자리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행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친상 조문을 갔다거나 음란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다는 등 가짜뉴스를 확산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월22일 “(문 대행이) 이 대표 모친이 돌아가셨는데 상가에 방문한 걸 자랑삼아 헌재 관계자에게 얘기할 정도로 가깝다”고 했다가, 헌재가 반박하자 “잘못 전해들은 것 같다”고 주워담기도 했다. 사과는 하지 않았다.

박민영 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문 권한대행이 동문 온라인 커뮤니티(카페)에서 미성년자 음란 게시물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작된 것으로 확인돼 결국 본인과 당 차원의 사과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문 대행이 탄핵심판 도중 ‘댓글 삭제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은 카드뉴스를 올렸으나 현재는 비공개 상태다. 이 카드뉴스는 댓글 의혹 자체가 조작됐고 카드뉴스에 이용된 사진 속 빈 자리는 원래 공석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비공개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기자에게 밝혔다.

국민의힘은 강승규 의원이 문 대행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하는 등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방위 공세를 펴는 것은 윤 대통령 탄핵 기각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8인 재판관 체제에서 문 대행을 포함한 재판관 3인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회피하거나 사퇴하면 의결 정족수(6인)에 미달해 탄핵심판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된다. 현실적으로 문 대행 거취에 영향을 주지 못하더라도 헌재가 느낄 압박과 부담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헌재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불복할 명분을 축적해나가는 것으로 읽힌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해도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지지층을 규합해나가려는 전략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도 문 대행에 대한 공격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욱 의원은 지난 14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는 헌법 가치 수호, 민주주의 수호와도 연결되는 곳이고 재판관 한 분 한 분의 의미는 더더욱 중요하다”며 “헌재 판단을 흔들려는 목적 또는 헌재 권위를 훼손하게 하려는 목적은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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