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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이름 불러주며 "협조적일 것"
노태악에는 '야구방망이' 발언과 비교
부정선거에 여론조작 음모론도 믿어
적극적 보고하자 윗선서 인정받은 듯
12·3 불법계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넘겨지고 있다. 뉴스1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12·3 불법계엄 선포 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위원 등이 포함된 체포 명단을 정보사 군인들에게 설명하면서 '여당(국민의힘) 추천 인원은 살살 다루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여심위원들을 위협하고 회유해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내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을 앞두고 부정선거론을 강변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여심위 관계자들을 대거 체포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 불러주며 '협조적일 테니 살살 다루라' 지시"



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정모 정보사 대령을 조사하면서 "노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1일, 2명 이름을 불러주면서 '이들은 협조적일 테니 살살 다루라'고 말해서 (체포 명단을 적은 메모지에) 동그라미 표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12월 1일은 노 전 사령관이 경기 안산 롯데리아 매장에서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 정 대령, 김모 정보사 대령을 만나 계엄 당일 세부 실행계획을 점검한 날이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정 대령 등을 끌어들여 부정선거론을 입증한다며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 전산실 직원 5명, 정보보호 관련 선관위 직원 2명, 여심위원과 여심위 직원 23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된 체포 명단이 정 대령에게 전달됐다. 정 대령은 앞선 회동에서 자신이 체포 명단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노 전 사령관 등에게 꾸중을 들은 적이 있어 명단을 적어갔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이 적어온 명단을 함께 검토하면서 그중 2명을 특정해 별도 지시를 한 셈이다.

정 대령 진술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당시 한 명에 대해선 '여당 추천 인원이라 협조적일 것'이라고, 다른 한 명에 대해선 '정치색이 없는 공무원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사령관이 꼭 집은 두 사람은 선관위 소속 공무원인 여심위 상임위원과 여당 추천 여심위원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심위는 공표 여론조사에 대한 이의신청 심의, 선거 여론조사를 위한 휴대폰 가상번호 제공 업무 등을 맡는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이 실제 선거 결과뿐 아니라 여론조사들까지 조작됐다고 믿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살살 다루라' 지시에 비춰보면, 노 전 사령관은 협조 가능성이 있는 이들은 따로 분류해 관리하고 비협조하는 이들에 대해선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원하는 진술을 받아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검찰이 정보사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자신이 직접 맡겠다면서 '야구방망이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거나 '체포 대상자들은 선거를 조작한 이들로, 체포 시 반발이 있을 수 있으니 물리적으로 포박해 감시하고 겁을 줘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체포 대상을 위협하려고 망치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음모론에 대한 믿음이 노상원 비선으로 키웠나



부정선거와 여론조작 음모론에 대한 노 전 사령관의 맹목적 믿음은 계엄 선포 전 그의 행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보사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무렵 정보사 군인들에게 부정선거 관련 내용을 담은 책이나 유튜브 방송을 요약해 보고하도록 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부하들에게 부정선거론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한 뒤 '객관성이 결여된 무리한 의혹'이라고 보고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노 전 사령관이 적극적으로 부정선거론을 보고하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에게 인정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부정선거론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보여주진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보사 관계자들이 민간인 신분인 그의 지시를 따른 이유는 '진급 욕심'이나 '인사 불이익 우려' 때문이다. 실제 노 전 사령관은 문상호 사령관 유임에 영향을 미치는 등 전방위적으로 군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인사를 미끼로 충성심 있는 사람들을 모은 뒤, 이들에게 부정선거 관련 임무를 부여하면서 비선 역할을 키워갔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 관련 의혹이 계속 제기됨에 따라 추가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수거(체포) 대상 주요 인사 500명, 북한 공격 유발 등의 내용이 적힌 그의 수첩은 작성 시점과 경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개인적 구상인지, 윗선과 논의한 것인지 규명이 필요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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