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안전보장을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희토류 지분 50%를 요구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15일(현지시간) NBC 뉴스가 인용한 다수의 미국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달한 ‘광물 협정 초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쟁이 시작 이후 이어진 미국의 각종 지원을 우크라이나가 희토류 소유권 절반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갚고, 미국은 종전 합의가 체결될 경우 희토류를 지키기 위해 미군을 파견한다는 내용이다.
베센트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 후 초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희토류는 전기자동차와 항공우주 산업 등에서 필수 소재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희토류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5000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희토류 광물을 갖기를 원한다”며 “우크라이나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희토류의 안보를 확보하고 싶다. 우리는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훌륭한 희토류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는 그 희토류의 안보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였던 ‘승리 계획’에도 희토류가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광물 협정 초안을 거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거부 입장을 전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더 나은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협상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 3명은 당시 만남에서 미국의 안보 보장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광물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 안보에 어떻게 기여할지 물었지만 베센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모호하게 답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협정문에 광물권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 뉴욕 법원이 재판 관할임을 명시한 점도 논란이 됐다고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2024년 9월27일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만났다. AP=연합뉴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정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장관들이 서명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이 협정은 우리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생각되며 우리와 우리의 이익을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안보 보장과 관련되어 있다면 이는 하나의 투자다. 법적으로 정확하고 올바르게 작성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나는 아직 이 문서에서 그러한 관련성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원(희토류)은 내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것이다. 나는 이 자원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도록 모든 파트너와 함께 보장하는 사람”이라며 이번 협정은 앞으로 몇 년간 우크라이나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유럽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광물 채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온 무기 등 각종 원조에 대한 대가로 희토류 자원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리튬과 티타늄, 흑연 등 첨단 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이 풍부하지만 자원 상당량은 현재 러시아 점령지에 있거나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과 가까운 지역에 분포돼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