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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현장서 포획된 산천어 18마리 부검 진행
78%가 눈에서 출혈 관찰…“질식사한 정황”
부검을 진행한 18마리 가운데 14마리의 눈에서 충혈이 관찰됐는데, 이것은 어류가 포획 뒤 공기 중에 노출되며 고통스럽게 질식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이 찾는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산천어가 고통스럽게 질식하고 있다는 동물복지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산천어가 축제장 얼음 바닥에서 ‘질식사’하고 있다는 주장은 수차례 나왔지만, 이를 부검을 통해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동물복지단체 ‘동물을위한행동’은 올해 1월부터 23일간 진행됐던 강원도 화천의 ‘얼음나라 화천산천어축제’(이하 화천 산천어축제) 기간에 포획된 산천어를 부검한 결과를 담은 ‘2025 산천어 축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9년부터 매년 화천 산천어축제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이 단체는 지난해부터 축제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잡은 산천어를 확보해 등·가슴·배·꼬리지느러미와 눈, 피부 상태를 살펴 양식 과정에서의 사육 상태와 낚시에 의한 외상 정도 등을 파악하고 있다.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이 찾는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산천어가 고통스럽게 질식하고 있다는 동물복지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월부터 23일간 열린 올해 축제에는 참가자 186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2025 얼음나라 화천산천어축제 누리집 갈무리

이들이 올해 관찰한 산천어는 총 18마리로 축제 현장에서 바로 이송해 부검을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특히 18마리 각 개체의 외상 분포를 조사하는 데 집중했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이에 대해 “어류의 경우 군집 사육을 한다는 이유로 개체의 복지에 대한 배려가 없지만, 아무리 작은 동물이라도 척추동물은 통각 수용체가 있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떤 고통이 발생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검은 최근 수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채은 대표가 동료 수의사의 교육과 조언을 받아 직접 진행했다.

외상은 꼬리지느러미에 가장 많이 집중(83%)되어 있었고, 그다음으로 눈의 출혈(78%), 등 지느러미(72%) 순이었다.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현장에서 포획된 18마리 산천어를 살펴본 결과, 전 개체에서 외상이 발견됐다.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산천어들을 살펴본 결과, 외상은 모든 개체에서 발견됐다. 외상은 △등지느러미 △가슴지느러미 △배지느러미 △뒤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 △눈의 출혈 △피부 피멍 △주둥이 손상 등 부위별로 관찰했다. 외상은 꼬리지느러미에 가장 많이 집중(83%)되어 있었고, 그다음으로 눈의 출혈(78%), 등 지느러미(72%) 순이었다. 이러한 지느러미 손상은 양식장에서 과밀 사육을 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특성으로, 지느러미가 찢어지게 되면 어류가 헤엄을 칠 때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보고서가 주목한 부분은 눈의 충혈 여부였다. 부검을 진행한 18마리 가운데 14마리의 눈에서 충혈이 관찰됐는데, 이것은 어류가 포획 뒤 공기 중에 노출되며 고통스럽게 질식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것이 단체 설명이다. 전채은 대표는 “아가미를 통해 물속에서 산소를 공급받는 어류가 물 밖으로 나오게 되면 산소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혈압이 급격히 상승한다”면서 “이때 눈의 모세혈관에 압력이 가해지며 울혈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런 특성은 인간의 질식사에서도 공통으로 관찰되는 특징이라고 한다.

이러한 질식사는 국제적으로도 지양하는 도살 방법 중 하나다. 어류는 10~15초 이상 노출되면 질식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수의사협회 가이드라인을 보면, 어류를 도살할 때는 부상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하면 물속에서 도살해야 하며, 물 밖의 시간은 가능한 한 짧게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 또한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육상·수생동물의 도살 때 반드시 동물을 무의식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어류에 ‘인도적 도살’을 시행하고 있는 노르웨이·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는 어류를 도살하기 전 전기 충격·머리 가격 등으로 의식을 잃게 한 뒤 신속한 방혈을 하도록 하고 있다.

지느러미 손상은 양식장에서 과밀 사육을 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특성으로, 지느러미가 찢어지게 되면 어류가 헤엄을 칠 때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그러나 화천 산천어축제는 산천어를 낚은 뒤 장시간 공기 중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동물을위한행동은 지난해 ‘2024 산천어 축제 현장 조서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축제 프로그램인) 얼음낚시의 경우 한 사람당 3마리만 잡게 하는데, 보통 두 마리를 잡은 후 얼음 바닥에 내버려 두어 산천어들이 질식사하게 된다”고 했다.

또 “주최 측도 이를 경계하듯 산천어를 비닐에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보였으나, 비닐 자체에 물이 차 있지 않기 때문에 질식사를 막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렇게 잡힌 산천어들은 현장에서 구이나 회로 소비되는데, 산천어를 굽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도살 과정은 없었다는 것이 전채은 대표 설명이다.

전 대표는 “오로지 참가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태어난 산천어이더라도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길게 이어져 질식사하거나 의식이 있는 채로 화로에 들어가는 것은 비윤리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먹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고통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그런 노력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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