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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끊임없이 기독교라는 이름을 앞세워 정치세력화를 시도해 왔다. 연합뉴스
“일반 교인들은 아주 불쾌해한다. 전광훈 목사의 언행 때문이다. 제발 ‘목사’라는 말을 좀 안 썼으면 좋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집회 모두 현직 목사가 이끌고 있다. 광화문 집회는 전광훈 목사(서울 사랑제일교회)가, 여의도 집회는 손현보 목사(부산 세계로교회)가 주도하고 있다.

실제 집회 현장에서도 성경 구절을 읊고, 찬송가를 부르고, 소리 높여 기도하고, 집회 중간에 헌금을 걷기도 한다. 마치 장외에서 열리는 대규모 기독교 행사를 보는 듯하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한국 기독교가 주도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는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일선 교회의 대다수 목회자와 교인들은 “창피하다”고 말한다. 기독교연합기관의A관계자는 “차라리 ‘목사’라는 타이틀을 떼고 활동했으면 좋겠다. 종교라는 말, 목사라는 말을 써먹고 있지만 사실상 정치활동을 하는 거다”며 “자기 정치를 하면서 왜 기독교를 들먹이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목사 직함을 가진 사람에 의해 열리는 정치 집회가 기독교를 ‘과잉 대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교의 정치세력화는 위험=전광훈 목사는 오래전부터 ‘기독교의 정치세력화’를 꿈꾸어 왔다. 이를 위해 정치적 선동과 도발적인 무리수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07년 한 집회에서 전 목사는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말했다. 이어서 전 목사는 “생명책에서 안 지움을 당하려면 무조건 이명박 찍어. 알았지?”라며 교인들을 향해 “여러분, 대한민국을 예수의 나라로 만들어봅시다”라고 외쳤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극우파다. 그의 정신적 스승은 반공 극우파였던 고 김홍도 목사(금란교회)다. 그들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무리수를 두어가며 보수 선거 개입 발언을 하기도 했다. 뉴스1

전광훈 목사의 ‘정신적 스승’은 반공 극우파였던 고(故) 김홍도(금란교회) 목사다. 그해 대선을 사흘 앞두고 김 목사는 주일예배에서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대놓고 말했다. “(이명박) 장로님이 테러를 당할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3일 금식기도를 시작하라”고 교인들에게 설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성향은 극우로 분류된다. 현실적 목표는 기독교를 앞세운 정치세력화다. 그런데 정작 기독교 내부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전광훈 목사를 향해 “일부 목회자의 영웅 심리에 의한 정치적 행위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세속권력과 교회는 건강한 긴장 관계를 가질 때 교회의 본질을 지키고, 교회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그 고유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광훈 목사는 실제 기독교 정당을 설립해 총선을 통한 원내진출을 줄곧 시도해 왔다. 2016년 총선에서는 전 목사가 창당한 기독자유당이 62만표(득표율 2.63%)를 얻었다. 득표율이 3%가 넘었다면 비례대표 1석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기독 정당인 자유통일당을 통해 원내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주류 기독교계는 최근에 벌어지는 ‘탄핵반대 광화문 집회’ 역시 전 목사가 갈구하는 권력욕 혹은 정치세력화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기독교 장로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종교의 정치세력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손 교수는 “저는 평소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은 절대 정치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도 여러 사람이 시민운동을 정치를 위한 발판으로 썼다. 결국 시민운동이 대중의 신뢰와 영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며 “전광훈 목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를 위해 종교를 써먹고 있다. 정 그렇다면 목사 옷을 벗고 하면 된다. 종교의 정치세력화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종교 집회 아닌 정치 집회=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집회에 비해 손현보 목사의 여의도 집회는 상대적으로 온건하다. 정치적 성향은 우파이지만, 쓰는 용어가 덜 거친 편이다.

사실 여의도 집회의 첫 출발은 종교적ㆍ신앙적 성격이 강했다. 이유가 있다. 손현보 목사는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담임이다. 출석 교인은 약 3500명이다. 소속 교단이 예장고신이다. 식민지 시절, 일제의 온갖 핍박에도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마지막까지 버틴 교단은 고신이 거의 유일하다. 그만큼 기독교의 순혈주의적 정서가 강하고, 성향도 아주 고지식하고 꼬장꼬장한 편이다. 손 목사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다.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이 지난 8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중도 우파적 발언을 쏟아내는 전 강사가 결합하면서 손현보 목사가 이끄는 여의도 집회는 외연이 크게 확장됐다. 뉴스1

손 목사의 기본적 관심사는 ‘동성애 반대’와 ‘차별금지법 반대’다. 여의도의 1ㆍ2차 집회도 주로 이 문제를 다루었다. 이때만 해도 참여 인원은 적고, 언론의 관심도 크지 않았다. 기독교연합기관의 한 관계자는 “3차 집회부터 달라졌다. 세이브 코리아가 등장했다. 우리말로 하면 구국기도회 아닌가”라며 “중도 우파적 목소리를 내는 전한길 강사가 집회에 결합하면서 순식간에 외연이 확장됐다. 지금은 종교 집회에서 정치 집회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짚었다.

기독교는 체계상 교단 조직의 힘이 가장 세다. 그런데 국내 최대 기독교연합기관인한국교회총연합 소속 36개 주요교단 중에서 ‘탄핵 반대’나 ‘탄핵 지지’를 표방한 교단은 한 군데도 없다. 수도권에서 목회한 한 원로목사는 “예전에는 기독교 집회에 정치인이 참석해도 단상에 올라가진 않았다. 앞에 앉아만 있었다. 요즘은 마구 올라가서 정치적 발언도 하지 않나”라며 “광화문 집회와 여의도 집회는 이미 정치 집회가 돼버렸다. 기독교 집회로 봐선 곤란하다. 이들 집회가 기독교 주류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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