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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발생한 부산 반얀트리 호텔 화재로 사망한 조모(42)씨의 아버지가 빈소에 놓인 아들 영정사진을 보고 있다. 이은지 기자
지난 14일 발생한 부산 호텔 공사장 화재로 숨진 김모(64)씨와 조모(42)씨의 빈소가 16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유족들은 부산 반얀트리 호텔 시공사인 삼정기업이 안전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해 큰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가족 몰래 일 나갔던 60대 가장 시신으로 돌아와
이번 화재로 목숨을 잃은 김씨는 아내와 딸(36)을 둔 가장이다. 삼정기업의 하청업체에서 자재관리 작업반장으로 근무했다. 아내 조모씨는 지난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과 같이 일한 동료가 오는 5월 반얀트리 호텔 개관을 앞두고 급하게 공사가 진행됐고, 안전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며 “삼정기업이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근무하던 하청업체 직원들끼리 불안 불안하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14일 불이 나기 이전에도 한차례 화재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며 “공사장 곳곳에 적재물이 쌓여 있는 등 불법적인 요소가 많았는데도 원청 업체에서 모른 척 했다더라”고 관리 소홀 문제를 질타했다.

공공기업에서 공연기획 관련 일을 오래 했던 김씨는 퇴직 후 가족 몰래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했다고 한다. 조씨는 “호텔 화재로 6명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내 남편 이야기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화재 발생 4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서 연락이 왔고, 병원에 와서 검게 그을린 남편 얼굴을 보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오열했다.

김씨의 유류품 가운데 휴대전화는 호텔 B동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조씨는 “평소 길눈이 밝은 양반이었는데 공사장 곳곳에 쌓인 적재물 때문에 제때 대피를 못 한 것 같다”며 “남편 시신이 거의 타지 않은 거로 봐서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별명이 ‘개미’일 정도로 부지런했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을 나갔다고 한다. 조씨는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했다”며 “민폐 끼치는 게 싫다며 남의 일까지 도맡아서 하던 남편이 이렇게 허망하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4일 부산 반얀트리 호텔 화재로 사망한 김모(62)씨와 조모(42)씨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장례식장. 이은지 기자
결혼 앞둔 40대 예비신랑 호텔 공사장 근무 일주일 만에 참변
이번 사고로 올해 결혼을 앞둔 40대 예비신랑도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숨진 조모(42)씨의 아버지는 “장손이자 착한 외동아들이었다”며 “화재 발생 일주일 전부터 반얀트리 호텔 공사장에 일하다 참변을 당했다”고 오열했다. 조씨의 삼촌(52)은 “형이 평소 당뇨병이 있었는데 조카 사고 소식을 듣고 건강이 더 악화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외국인과 지난해 12월 신부 모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늦깎이 예비 신랑이다. 조씨의 삼촌은 “국제결혼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에서 식을 올리고 신혼생활을 시작하려 했다”며 “신부가 충격을 받을까 봐 사망 소식을 아직 전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원청업체에서 산재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행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험 가입(일용직 노동자 포함)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해당 사업주에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씨의 삼촌은 “삼정기업은 이런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했다. 사진 부산경찰청
이번 반얀트리 호텔 화재로 김씨와 조씨를 포함한 6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오는 17일 부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시공사와 현장 책임자, 작업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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