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2천400명 참여…기업 임직원들도 동참
8살 동생 숨지고 10살 형 화상입은 빌라 화재 당시 모습
[인천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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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천소방본부 소속 소방관들이 사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2019년 처음 시작한 '119원의 기적' 캠페인 모금액이 12억원을 넘어섰다.
16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119원의 기적 캠페인을 시작한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년 동안 쌓인 모금액은 모두 12억3천여만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2천400만원을 시작으로 2020년 1억6천만원, 2021년 2억1천만원, 2022년 2억6천만원, 2023년 2억9천만원, 지난해 2억6천만원 등 거의 매년 모금액이 늘었다.
이 캠페인은 각종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들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하루에 119원씩 모아 예상치 못한 화재나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을 지원한다.
혼자서는 매일 119원을 한 달 동안 모아봤자 커피 한 잔 값 정도인 3천570원에 그치지만 지금까지 4천500명이 5년 넘게 모았더니 큰돈이 됐다.
전체 모금 참여자 가운데 소방공무원만 2천400명이며 나머지는 기업 임직원이나 자영업자 등이다.
모금액 가운데 4억2천만원은 그동안 화재나 사고로 피해를 본 96가구에 골고루 전달됐다.
인천에서 세 자녀를 키운 부부는 2021년 4월 새벽 시간에 난 불로 집 절반이 탔는데도 화재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7천만원이 넘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다섯 식구는 한동안 친척 집에서 지내야 했고, 화재 당시 대피하다가 화상을 입은 첫째 딸과 아버지는 병원 치료까지 받아야 할 처지였다.
인천소방본부는 모금액 중 350만원을 의료비와 긴급 생계비 등으로 이 부부에게 건넸다.
2020년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난 불로 화상을 입은 당시 10살과 8살 초등학생 형제도 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온몸에 1도 화상을 입은 8살 동생은 화재 발생 37일 만에 결국 숨졌고 10살 형도 심한 3도 화상으로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 화재는 애초 어린 형제가 단둘이 집에서 끼니를 때우려고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 조사 결과 주방 가스레인지를 켜둔 상태에서 가연성 물질을 가까이 갖다 댔다가 큰불로 번진 사실이 확인됐다.
그동안 많은 사고 피해자가 지원받았지만, 관련 규정 탓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있었다.
119원의 기적 운영 규정에 따르면 수혜 대상자는 사고를 당한 기초생활수급자나 홀몸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으로 제한된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불을 끄거나 환자를 이송하다 보면 취약계층이라는 조건에 다소 못 미치지만, 형편이 어려운 분들도 많았다"며 "그런 분들에게도 후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취약계층이 아니더라도 집이 전부 탄 세대에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거나 화상을 입은 아동에게 치료비를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119원의 기적 캠페인은 인천에서 처음 시작된 뒤 다른 지역 소방본부도 유사한 모금을 하고 있다"며 "조만간 운영 규정을 개정해 수혜 대상자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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