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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애플 사이다 비니거>의 주인공 벨 깁슨(케이틀린 디버) 은 가짜 ‘암 극복기’로 유명인사가 된다. 넷플릭스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식사 후 ‘애사비(애플 사이다 비니거)’ 한 잔. 지난해 가장 유행한 음료 중 하나는 아마 애사비일 것입니다. 밥을 먹고 사과식초를 희석한 물을 한 잔 마시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돼 살이 빠진다는 소문 때문이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요즘도 하루 한 잔 애사비를 챙겨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식초를 물에 타 먹는게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알약이나 젤리 형태로 된 애사비까지 나와서 잘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유행은 유행입니다.

실제 애사비가 건강에 도움이 될까요. 다이어트 효과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한 것 같지만, 적당량을 적당한 방법으로 섭취하면 혈당 조절에는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혈당 조절을 위한 보조제를 넘어 아예 애사비만으로 암 같은 질병까지 다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것으로 병을 자연치유 할 수 있다고 한다면요. 호주에 사는 여성 블로거 벨 깁슨은 자신이 뇌종양, 간암, 자궁암을 식생활로 극복했다고 주장해 유명해진 인물입니다. 물론 깁슨의 말은 다 가짜였습니다.

넷플릭스 <애플 사이다 비니거>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애플 사이다 비니거>는 벨 깁슨 사건을 각색한 드라마입니다. 실제 인물의 이름이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쓰입니다. 벨 깁슨은 콜센터에서 일하는 만삭의 임산부입니다. 표정도 목소리도 밝은데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그는 밥 먹듯 거짓말을 합니다. 출산 축하 선물로 받은 담요를 환불하러 갔다 거절당하자 ‘병이 있어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로 동정을 사 현금으로 교환을 받는 식입니다.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인데, 주로 자신이 아팠던 이야기들을 올립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건강한데 말이죠.

깁슨은 인터넷에서 미분화다형육종이라는 희귀암을 선고받은 밀라를 만납니다. 화학요법 치료도 하기 전에 무조건 팔을 절단해야 한다는 선고를 받은 밀라는 밥 대신 주스만 마시는 엄격한 식단 조절, 커피 관장 같은 방법으로 자연 치유를 시도하죠. 실제 밀라의 건강은 조금 호전되는 듯 합니다. 밀라는 자신의 성공기를 담은 책을 내고 성대하게 출간 기념회를 엽니다.

시리즈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입은 이 핑크색 스웨터는 실존 인물이 인터뷰에서 입었던 것과 비슷하게 생겼다. 넷플릭스 제공.


밀라에게 큰 영감을 받은 깁슨은 자신도 ‘식생활을 이용한 암 극복기’를 사업화하기로 결심합니다. 실제 그가 출시한 식단정보 애플리케이션은 큰 인기를 끕니다. 깁슨은 원했던 대로 본격적인 ‘웰니스 스타트업’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죠. 사람들은 깁슨의 눈물 나는 사연, 화려한 언변에 금방 매혹됩니다. 특히 자신이나 가족의 암 치료에 절박한 이들이 깁슨을 신봉합니다. 깁슨은 자선단체나 아픈 이들의 치료비로 쓰겠다며 거액을 모금하기도 합니다. 급기야는 펭귄북스와 책 출간 계약까지 맺습니다.

깁슨은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시리즈는 깁슨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도 조명합니다. 깁슨은 불편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아프다’는 거짓말로 위기를 넘겨 왔습니다. 거의 평생을 거짓말 속에서 살아온 그는 더는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난 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든요. 깁슨의 거짓말이 드러난 후 출판사가 ‘책은 창고에 보관하다 폐기하겠다’고 통보하자, 깁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큰 실수하는 거예요. 안 그래도 쓰레기 매립 문제가 심각한데 그걸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죠.”

약간의 의문 지수 ★★★★★ 제목이 애사비인데 애사비에 관한 내용은 없다

검색 지수 ★★★★★ 마지막 화를 보고 나면 검색창에 ‘벨 깁슨’ 을 칠 수밖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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