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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YR4’ 충돌 확률 1.2%→2.3%
‘제임스 웹 망원경’ 동원해 관측 결정
적외선 감지…소행성 크기 정밀 측정
정확한 덩치 알아야 ‘만일의 사태’ 대비
다음 달 첫 관측 예정…5월 추가 관찰
태양계를 날고 있는 소행성 ‘2024 YR4’ 상상도. 길이 40~90m로 추정되며 2032년 12월22일 지구에 충돌할 확률이 2.3%로 계산됐다. 유럽우주국(ESA) 제공


# “속보입니다. 아틀란티스호가 오늘 오후 3시47분 임무 도중 폭발했습니다” 미국 뉴욕의 한 상점 쇼윈도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시선을 잡아끄는 뉴스가 방송된다. 지구 궤도에서 인공위성 수리에 나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가 돌연 큰 사고로 파괴됐다는 내용이었다. 생경한 소식에 행인들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하늘에서 ‘재앙’이 닥친다.

집채만 한 불덩이들이 빠른 속도로 지상을 향해 낙하하면서 뉴욕 시내를 폭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빌딩이 꺾여 넘어지는가 하면 자동차가 공중으로 튀어 오르고, 길거리에는 깊이 수m의 구덩이가 생긴다. 아틀란티스호와 뉴욕을 공격한 ‘원흉’은 바로 소행성이었다. 미국 공상과학(SF) 영화 <아마겟돈>의 도입부다.

소행성 충돌은 SF 영화의 단골 소재다. 이유가 있다. 인류에게는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을 방어할 검증된 방법이 없다는 점이 영화 속 인물의 긴장감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동력이 된다.

그런데 최근 태양계를 날고 있는 특정 소행성을 우주과학계가 ‘정색’을 하고 들여다보고 있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소행성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례적이다. 2032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2024 YR4’ 얘기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상상도. 적외선 감지에 특화돼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ESA) 제공


‘토리노 척도’ 3등급 올라

지난주 NASA와 유럽우주국(ESA) 등 국제 연구진은 현재 태양계를 비행 중인 2024 YR4를 정밀 관찰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구진이 관측에 활용할 ‘비장의 무기’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다.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망원경은 현존하는 최강 성능의 우주망원경이다. 1990년 발사돼 현재 ‘현역’ 활동 중인 허블우주망원경보다 관측 능력이 무려 100배나 좋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주로 수백만광년 이상 떨어진 태양계 밖 별을 관측하는 데 사용돼 왔다.

이런 제임스 웹 망원경이 태양계 내 2024 YR4를 들여다보는 데 동원된 이유는 뭘까. 충돌 확률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7일 처음 발견된 2024 YR4는 지난달 31일 기준 충돌 확률이 1.2%였다. 충돌 예상 시점은 2032년 12월22일이었다. 그런데 이 충돌 수치가 추가 계산을 거치며 지난 7일에는 두배가 뛴 2.3%까지 상승한 것이다.

사실 두 배가 뛰었다고 하지만 충돌 확률은 여전히 작다. 뒤집어 생각하면 충돌하지 않을 확률이 약 97.7%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률이 작아도 우주과학계는 ‘만일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소행성 접근 상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이를 위한 기준표가 있는데, 바로 ‘토리노 척도’다. 토리노 척도는 지구 충돌 가능성이 거의 없는 단계를 0등급, 충돌이 확실하고 궤멸적 피해가 예상되는 단계를 10등급으로 설정한다.

토리노 척도에 따르면 충돌 확률이 1%가 넘어가는 소행성은 3등급에 편입된다. 2024 YR4도 3등급이다. 2024 YR4보다 등급이 높았던 소행성은 2004년 발견된 ‘아포피스’뿐이었다. 아포피스는 한때 토리노 척도 4등급으로 분류됐는데, 지금은 추가 관찰을 통해 충돌 위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외선으로 크기 정밀 측정

제임스 웹 망원경은 무슨 정보를 가져다 줄까. 2024 YR4의 정확한 크기다. 2024 YR4의 실제 크기는 늘 똑같지만, 표면에서 가시광선이 많이 반사될 때에는 40m, 적게 반사될 때에는 90m에 가깝게 지구 망원경에서 관찰된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이렇게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어드는 2024 YR4의 크기를 실제에 가깝게 측정할 수 있다. 적외선(열)을 감지하는 데 특화됐기 때문이다. 2024 YR4에서 반사된 태양광 속 가시광선이 아니라 소행성 자체에서 방출하는 적외선을 잡아낸다는 뜻이다. 어두운 방에 놓인 뜨거운 감자의 크기와 형태를 깜빡이는 전등에 의지해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직접 잡아 가늠하는 격이다.

만약 최종 확인된 2024 YR4 길이가 40m에 가깝다면 이는 1908년 러시아 시베리아 퉁구스카강 인근에 낙하한 소행성과 비슷한 덩치다. 당시 폭발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1000배였다. 2024 YR4가 이보다 큰 90m에 가깝다면 폭발력은 당연히 훨씬 더 강할 것이다.

만에 하나 2024 YR4가 지구를 위협할 일이 생겨 각국 정부가 지상에 대피 구역을 설정해야 할 때, 정확한 크기는 인적·물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중요한 정보다. 연구진은 “제임스 웹 망원경을 활용한 첫 관측은 다음 달, 두 번째 관찰은 올해 5월”이라며 “분석된 데이터는 세계 과학계에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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