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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실세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북한군 현역 장교와 결혼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9년 한국으로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 대리가 밝힌 내용이다. 류 전 대사 대리는 2014년 9월 김 부부장의 가족을 만났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김여정의 남편이 키가 180㎝이었고 군복을 입었다. 당시 총정치국 조직부 군단지도과 부부장으로 기억했다.

2023년 2월 9일 북한군 장성들이 대성산혁명열사릉에 헌화하고 있다. 북한군은 계급 인플레가 심하고, 장성들은 대개 60~70대다. 조선중앙TV=연합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북한군의 당 조직과 정치사상 사업을 관장하고, 군을 감찰·감시하는 기관이다. 총정치국의 끗발은 장난이 아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리정혁(현빈) 아버지가 총정치국장으로 등장해 어마어마한 권세를 보여줬다.

김여정의 남편이 현역 부부장이라는데, 당시 군 계급은 뭐였을까? 인민군 소장 또는 대좌로 추정한다. 한국군으로 보면 어떤 계급일까?

원수 계급만 3개인 북한군
북한군은 육군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계급을 갖고 있다.

북한군 계급 ▶병사: 상급병사(병장), 중급병사(상등병), 초급병사(일등병), 하급병사(이등병)
왼쪽부터 상급병사, 중급병사, 초급병사, 하급병사


▶사관(부사관): 특무상사(원사), 상사(상사), 중사(중사), 하사(하사)
왼쪽부터 특무상사, 상사, 중사, 하사


▶위급 군관(위관급 장교): 대위(대위), 상위(중위), 중위(중위), 소위(소위)
왼쪽부터 대위, 상위, 중위, 소위.


▶좌급 군관(영관급 장교): 대좌(대령), 상좌(중령), 중좌(중령), 소좌(소령)
왼쪽부터 대좌, 상좌, 중좌, 소좌.


▶장령급 군관(장성급 장교): 대장(대장), 상장(중장), 중장(중장), 소장(준장)
왼쪽부터 대장, 상장, 중장, 소장.

※() 안엔 대응하는 한국군 계급. 북한군 계급엔 준사관이 없다.

김여정의 남편은 한국군 준장 또는 대령이다. 국방부 차장(준장) 또는 과장(대령)급이다. 북한군 계급은 아래와 같다.

2019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리정혁(오른쪽)의 계급은 대위다. tvN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상장 위로 수관급(원수급) 군관, 즉 차수와 원수가 있다. 현재 차수론 김정각(전 총정치국장), 황병서(국방성 총고문), 리명수(최고사령부 제1 부사령관), 리영길(총참모부 총참모장) 등 3명이 있다. 북한군에 차수가 너무 많아 차수까지를 대장에 대응하는 계급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원수는 복잡하다. 조선인민공화국 대원수와 조선인민공화국 원수, 조선인민군 원수가 있다. 줄여서 각각 대원수, 공화국 원수, 인민군 원수다.

북한은 1953년 2월 7일 최고인민회 상임위원회의 결정에서 김일성에게 ‘공화국 원수’ 칭호를 수여했다. 1992년 4월 13일 김일성 생일 80회를 맞아 김일성에게 한 계급 올린 대원수의 칭호를 부여했다.

아들 김정일은 같은 해 4월 20일 오진우와 함께 공화국 원수에 올랐다. 아버지 김일성을 존중하는 의미로 김정일은 생전 공화국 원수에 머물렀다. 1995년 2월 25일 오진우가 사망했을 때 북한 관영 매체는 그를 ‘인민군 원수’라고 불렀다. 3년 사이 공화국 원수→인민군 원수로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2011년 12월 17일 사망한 뒤 2012년 2월 14일 아들 김정은에 의해 대원수가 됐다. 김정은은 권력 세습을 마무리한 뒤 2012년 7월 17일 공화국 원수에 등극했다.

이처럼 대원수, 공화국 원수는 ‘백두혈통’이라는 김씨 일가만 받을 수 있다. 현재 인민군 원수로 리병철(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당 비서국 비서) 등 2명이다.

왼쪽부터 대원수, 공화국 원수, 인민군 원수, 차수.

김정은은 2021년 1월 8차 당 대회 때 마치 대원수 계급장으로 보이는 계급장의 군복을 입고 있었고, 2022년 4월 25일 열병식에서 대원수 계급장으로 보이는 계급장을 달고 나와 대원수로 ‘진급’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아직 김정은이 대원수라고 확정할 근거는 없다.

소위부터 대장까지 계급에 별이 있지만, 크기·개수·바탕무늬가 서로 다르다. 수관급 계급엔 ‘특대성’(왕별)이 그려졌고, 원수는 북한의 ‘국장’도 덧붙였다.

52년에서야 군 계급 도입
전반적으로 북한군은 계급 인플레가 심하다. 위관·영관급에서 3단계인 한국군과 달리 4단계다. 장성급은 4+4단계다. 그만큼 다른 어떤 군대보다 계급에 민감하고 진급에 목매다는 군대가 북한군이다. 하지만 북한군엔 처음부터 계급이 있었던 게 아니다.

2011년 영화 ‘고지전’ 속 북한군. 쇼박스 미디어플렉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장을 지낸 이성춘 동국대 북한학과 대우교수(원광대 군사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해 12월 31일 ‘한국과 국제정치’ 2024년 겨울호에 발표한 논문 ‘조선인민군 군사칭호에 관한 연구’에서 북한군의 계급은 초 1948년 2월 8일 창설 때 없었다가 1952년 12월 31일 제정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6·25 전쟁사』에서 북한군 5군단장 방호산을 상장이라고 쓰는 등 공식 기록물은 북한군은 창설 때부터 계급이 있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성춘 교수는 ‘로동신문’과 북한판 국방일보인 ‘조선인민군’을 뒤져 1952년 12월 3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조선인민군 상급지휘성원 및 군관들에게 군사칭호를 제정함에 관하여’라는 정령을 공표했다는 걸 발견했다. 정령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제정하는 법령이다.

북한에선 군 계급을 군사칭호라고 부른다. 북한 『백과전서』는 군사칭호를 “군인들의 관등급, 직종, 자격 등을 구분하기 위하여 국가의 법령으로 제정한 정규화 군대의 사회적 칭호”로 정의했다.

계급 이전엔 북한군은 군사직위로 지위와 등급을 나눴다. 6·25 때 노획한 ‘조선인민군 군관 직위표’에 따르면 모두 13등급의 직위가 있었다. 가장 높은 13급(급수)은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민족보위상(직무)이었다.

소련군·중공군·알바니아군 등 공산권 군대는 군대 계급을 자본주의 잔재로 보고 계급 없이 군사직위 만을 사용한 적이 있다. 공산주의는 계급투쟁으로 쟁취한다고 생각하는 게 공산주의자다. 그래서 ‘계급’이란 단어는 금기와 같다. 1949년 북한군 창설 1주년 기념 보고문에 보면 “조선인민군의 전사와 지휘관들은 계급적으로 동일하다”고 돼 있다. 북한군 창설을 숨기려고 계급을 도입하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

북한군으로부터 노획한 조선인민군 군관 직위표. 국가기록원

군관 직위표에 따르면 12급 총참모장·민족보위부상은 큰 별 두 개가, 11급 사단장·여단장·학교장은 큰 별 하나가 각각 그려진 직위장을 어깨에 달았다. 그래서 계급으로 헷갈릴 수 있다. 실제로 북한군은 직위장 군복 차림의 시가행진을 자주 열었다. 사실상 군사직위가 ‘눈 가리고 아웅’인 계급일 수도 있다.

직위에 한계를 느낀 공산권 군대
그렇다면 북한군은 1952년 왜 계급을 도입했을까.

2023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등장한 북한군 1세대 지휘관들의 초상사진. 로동신문=연합

이성춘 교수에 따르면 1952년 6·25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열세인 북한군은 군사직위의 한계를 깨달았다. 군의 사기를 진작하며, 지휘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었다. 또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의 권유가 있었다. 1952년 9월 4일 북·중·소 회담에서 스탈린은 당시 중공군 지휘관 펑더화이(彭德懷)에게 “중공군에 훈장이 있나”고 물었다. 펑더화이가 “없다”고 답하자, 스탈린은 “군대에 훈장과 계급, 계급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규군이 아니라 빨치산 부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소련군의 전신인 노농적군(Рабоче-крестьянская Красная армия·1918~46)엔 계급이 없었다. 1924년 직급을 도입했고, 1935년 러시아 제국의 군 계급을 부활시켰다. 노농적군은 1946년 소련군(Вооружённые Силы Союза Советских Социалистических Республик)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일성은 군 계급이 생긴 뒤 얼마 있다가 1953년 2월 7일 최고 계급인 원수에 올랐고, 최용건 민족보위상은 차수로 진급시켰다. 계급 도입은 김일성이 북한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북한 체제를 장악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1955년 4월 23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정령을 통해 장령급 군관에 상장을 더했다. 6·25 때 방호산의 계급을 상장이라고 적은 『6·25 전쟁사』는 이 때문에 틀렸다. 북한군 계급은 1952년 만들어졌고, 상장은 3년 후인 1955년 나왔다. 이로써 지금의 북한군 계급이 완성됐다. 나중에 원수가 대원수·공화국 원수와 인민군 원수로 나뉘었는데, 이는 최고 통수권자와 그의 바로 아래 최선임 지휘관을 구분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북한군 직위와 계급 비교. 이성춘 교수

1998년 4월 북한군은 사병 계급체계를 전사 → 상등병의 2단계를 전사 → 초급병사 → 중급병사 → 상급병사의 4단계로 세분했다.

유리한 협상 위해 계급 장난질
북한군은 독특한 계급 체계를 협상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잘 써먹었다. 1951년 7월 10일 개성에서 6·25 휴전협상 첫 회담이 열렸을 때 북한군 수석대표는 남일 총참모장이었고, 유엔군 수석대표는 찰스 터너 조이 극동지구 미 해군사령관(해군 중장)이었다. 당시 북한군엔 계급이 없었던 시기였다. 남일의 군사직위는 12급이었다. 12급 직위장의 별은 원래 두 개였는데, 1951년 세 개로 늘어났다.

휴전협상 회담장에 들어가는 남일. 어깨에 별 세개가 보인다. 미 해군

그래서 남일은 유엔군의 조이 제독(3성)과 동급의 대우를 받았고, 유엔군은 회의록엔 그를 대장(4성)으로 기록했다. 총참모장을 북한군에서 가장 높으며, 미국의 합동참모의장급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남일은 협상장에서 조이 제독 것보다 10㎝ 더 높은 의자에 앉았다. 조이 제독은 1955년 『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하는가』에서 이렇게 썼다.

" 남일은 …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내 의자를 정상적인 것으로 바꿔 앉았다. 그러나 공산 측 사진사들의 촬영이 끝난 다음이었다. "
나중에 남일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문에 ‘조선인민군 대장’으로 서명했다. 이성춘 교수는 “정전협정을 대비해 정규 군대의 상징성인 군사칭호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미를 붙인 북한은 이후 남북회담에서도 계급 갖고 장난을 쳤다. 남북은 1990년부터 1991년까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었다. 남측 군사대표는 박용옥 당시 국방부 군비통제관(육군 준장)이었고, 북측은 김영철 당시 북한군 소장이었다.

북한군 소장은 별 하나로 한국군 준장과 동급이다. 그런데도 김영철은 박 대표를 ‘남쪽 준장’이라 부르며 “어이 준장이 뭐야. 그건 거의 장군이 아니란 말이잖아”라며 몰아세웠다. 그러자 한국은 1992년 박 대표를 별 하나를 더 달아줘 소장으로 진급시켰다.

권력 다지러 민간인도 별 달아줘
북한에선 민간인이 별을 다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1년 12월 24일 김정은(가운데)의 고모부인 장성택(맨 왼쪽)이 대장 군복을 입었다. 조선중앙TV=연합

노동당 간부로 북한축구협회장을 맡은 최룡해는 2010년 대장 계급을 받은 뒤 2012년 4월 차수로 진급해 총정치국장이 됐다. 그해 12월 다시 대장 계급장 군복을 입더니 2013년 2월 다시 차수 계급장으로 갈았다. 김정은은 2014년 4월 최룡해를 총정치국장에서 해임했다. 그 후 최룡해는 행사에서 군복이 아닌 사복을 입었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은 2011년 12월 24일 대장 군복을 처음 입고 나타난 뒤 한동안 공식 행사에서 대장 군복을 즐겨 입었다. 그러나 2012년 10월 29일 행사에선 계급장이 없는 노농적위군 군복에 항일유격대 모자 차림이었다. 그리고 2013년 12월 12일 처형됐다. 김정은은 핵·미사일 등의 개발에 기여한 간부와 과학자에게 장군 계급장을 줬다.

이른바 ‘별 정치’였다. 집권 초기 권력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김정일 시대 막강해진 군부의 영향력에 제동을 걸고 노동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강화하려는 게 김정은의 의도라는 분석이었다. 이성춘 교수는 “북한에선 민간인에게도 장군 군사칭호를 줄 수 있다”며 “실제 계급이 아니라 김정은이 친히 하사한 표창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 창건일, 김씨 부자 생일, 당 대회 등 주요 국가기념일이나 국가적 행사 때 군 진급이 이뤄진다. 나이가 많은 장성이라도 큰 과오가 없는 한 퇴역시키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북한군 지휘부는 상당히 노령화해 60대와 70대가 주축이다.

이성춘 교수는 “북한군의 권력구조 이해는 물론 북한군 저변에 드리워진 그들의 인식을 통해 각종 군사업무의 명확한 파악 및 군사협상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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