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월 셋째 토요일은 ‘세계 천산갑의 날’
中 연구진, 천산갑 109마리 유전체 데이터 분석
고립된 천산갑 개체군, 근친교배에 유전적 다양성 저하

말레이 천산갑./기가사이언스(GigaScience)


매년 2월 셋째 토요일은 세계 천산갑의 날이다. 천산갑은 비늘로 덮인 유일한 포유류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밀렵된 야생 동물 중 하나다. 지난 20년 동안 천산갑 90만 마리 이상이 전통 의학과 식용을 위한 불법 거래 탓에 밀렵되면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말레이 천산갑과 중국 천산갑(귀천산갑)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에서 2014년부터 ‘위급’ 등급으로 지정됐다.

최근 중국 천산갑보존연구센터와 동북임업대 등을 포함한 연구진이 천산갑 보호를 위해 말레이 천산갑과 중국 천산갑의 유전체 데이터를 고해상도로 분석하고, 멸종 위험도를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오픈 액세스 과학 저널인 ‘기가사이언스(GigaScience)’에 게재됐다.

유전체는 개체군이 얼마나 건강한지 파악하는 데 필수다. 유전적 다양성이 얼마나 높은지 보면 개체군이 건강하게 유지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유전적 다양성이 높을수록 다음 세대가 건강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유전적 다양성이 낮으면 근친 교배가 많아지면서 개체군의 생존율이 낮아질 수 있다.

연구진은 첨단 디옥시리보핵산(DNA) 분석 기술을 활용해 중국 천산갑 37마리와 말레이 천산갑 72마리, 총 109마리의 유전 정보를 얻었다. 긴 DNA 조각을 정확하게 읽고 이를 조립하는 최신 유전체 기법을 이용해 기존보다 훨씬 높은 해상도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5개 천산갑 개체군의 보전 상태를 재평가한 결과, 전체적인 유전적 다양성이 예상보다 높았다. 하지만 말레이 천산갑 집단 하나와 대만에서 발견된 중국 천산갑 개체는 유전적 다양성이 낮고 근친교배율이 높아 멸종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 천산갑 개체군은 지난 1만년 동안 가장 빠르게 개체 수가 감소했다. 대만에서 발견된 중국 천산갑은 유전자 안에서 같은 서열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구간이 특히 많았다.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근친교배가 이뤄지면서 유전적으로 고립됐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천산갑이 생존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유전자 정화 효과’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유전자 정화는 해로운 돌연변이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과정이다. 하지만 천산갑 개체군에서는 근친교배로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해로운 유전자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국 정부는 천산갑 보호를 위해 불법 밀렵과 거래를 단속하면서 중국 및 말레이 천산갑의 보존을 위한 사육 센터를 설립하고 인공 번식과 복원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연구진은 “각 개체군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맞춤형 보존 전략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불법 밀렵을 막는 것뿐 아니라, 가까운 친척끼리의 교배를 막고, 다른 지역에 사는 천산갑 개체를 적절히 섞어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톈밍 란 교수는 “이번 유전체 분석 덕분에 야생 천산갑 개체군의 유전적 구조와 건강 상태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며 “포획된 천산갑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재야생화 전략’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Giga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093/gigascience/giaf003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960 도박중독에 사라진 25년… “주변 도움·흥미 돌려야 탈출” 랭크뉴스 2025.02.18
43959 "구글, 멕시코만 명칭 돌려놔라" 멕시코 대통령, 제소 전 통첩 랭크뉴스 2025.02.18
43958 500만 원 '비즈니스'를 150만 원 '이코노미'로…아시아나항공 '황당 실수' 랭크뉴스 2025.02.18
43957 탄핵 남발 경고? 명태균 의혹 방어?… 계엄 원인 여전히 물음표 랭크뉴스 2025.02.18
43956 젤렌스키, 에르도안과 18일 회담… 우크라이나 종전안 논의 랭크뉴스 2025.02.18
43955 새신랑의 안타까운 죽음…직장 괴롭힘 장수농협 직원 4명 기소 랭크뉴스 2025.02.18
43954 다시 찾아온 한파… 오늘부터 영하 10도 강추위 랭크뉴스 2025.02.18
43953 "6·25는 미국이 일으켰다"…'尹 탄핵 찬성' 황현필 과거 발언 보니 랭크뉴스 2025.02.18
43952 방미 통상차관보, 韓美 관세협의 "양국 모두에 이익되게 하겠다" 랭크뉴스 2025.02.18
43951 아들에게 흉기 휘둘러 숨지게 한 60대 긴급체포 랭크뉴스 2025.02.18
43950 ‘윤석열 방어권’ 보장 결정문에 담긴 소수의견···“인권위가 권력자 비호하는 수단돼서는 안 돼” 랭크뉴스 2025.02.18
43949 러 "사우디 회담 참석… 우크라 영토 양보 안 해" 랭크뉴스 2025.02.18
43948 이재명 "상속세, 18억까지 면제"‥의제 선점 당한 국힘, 속내 '복잡' 랭크뉴스 2025.02.18
43947 이재명 “민주당은 경제정당”…미래성장 입법은 뒷전 랭크뉴스 2025.02.18
43946 일제 ‘위안부 만행’ 알린 길원옥 할머니 하늘로 랭크뉴스 2025.02.18
43945 커피값 안 낸 '먹튀남' 이 말 남기고 튀었다…"천장서 만원 떨어질 것" 랭크뉴스 2025.02.18
43944 [사설] 연예인에게 더 가혹한 무관용 '나락 문화' 반성해야 랭크뉴스 2025.02.18
43943 권영세 “계엄 옳지 않다”면서 “국회 해제 표결엔 불참했을 것” 랭크뉴스 2025.02.18
43942 "서울에서 도저히 못 살겠다"…짐 싼 사람들, 다 어디로 가나 봤더니 랭크뉴스 2025.02.18
43941 이스라엘 "레바논 철군 시한 지나도 전초기지 5곳 주둔" 랭크뉴스 2025.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