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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양 발인 엄수
14일 하늘이의 작은 관이 화장터로 들어가기 전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천경석 기자

“아아아아. 우리 아기 어떡해. 못 보내. 아가 아가 아가.”

어린 딸의 관을 붙잡고 발버둥 치는 엄마의 비명에 아침 하늘마저 찢기는 것 같았다. 장례식 내내 남은 가족을 지키며 이 악물고 버티던 아빠도 화장터로 향하는 딸을 보고 완전히 무너졌다. 할머니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손녀가 실린 영구차를 붙잡았다. “아가 제발. 가지 마 가지 마.” 8살 하늘이 떠나는 날, 차마 이별하지 못 하는 가족의 울부짖음이 대전을 아프게 메웠다.

지난 10일 학교에서 교사 손에 목숨을 잃은 고 김하늘(8)양의 발인이 14일 엄수됐다. 빈소를 비우며 하늘이 엄마·아빠는 하늘이 친구들이 놓고 간 선물을 떨리는 손으로 하나하나 챙겼다. 북받치는 울음소리가 조용한 장례식장을 가득 채웠다.

발인 예배를 집도한 목사는 성경 속 자식 10명을 한꺼번에 잃은 ‘욥’의 고난을 이야기하며 유족을 위로했다.

“하늘이는 그 어떤 키즈카페보다 정말 좋은 천국에서 하나님과 함께 뛰어놀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 황망한 고난 앞에서 이 가정을 지켜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이가 누워있는 작은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엄마는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아내를 챙기던 하늘이 아빠도 “못 보내”라며 휘청거렸다.

14일 오전 대전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10일 학교에서 교사 손에 목숨을 잃은 김하늘(8)양의 발인이 엄수됐다. 운구차에 하늘양의 관이 실리고, 그 모습을 보며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운구차는 하늘이가 나고 자란 아파트와 하늘이가 다닌 초등학교를 지나 화장터인 대전 정수원으로 향했다. 화장로에 들어가기 전 하늘이 할아버지가 유족을 대표해 관에 손을 얹고 천국에 간 하늘이를 위해 기도했다.

유족들은 마지막으로 관에 손을 얹고, 입을 맞추고, 하늘이 관을 끌어안았다. 아빠는 “미안하다”며 마지막까지 손을 뻗어 하늘이를 불렀고, 갈 곳을 잃은 손이 허공을 휘저었다.

하늘이의 화장은 화장터 모니터에 비친 ‘예정시간 1시간 30분’이라는 글귀가 무색하게 40여분 만에 끝났다. 이날 같은 시간 진행된 화장 중에서 가장 일렀다.

장례를 치르는 내내, 스스로 벌주듯 빈소 구석에 서서 고개를 떨궜던 학교 선생님들은 이날도 하늘이 가는 길을 조용히 지켰다. 유골함에 담긴 하늘이는 대전추모공원 납골당에 안치됐다.

추모공원의 하늘은 유난히도 맑고 파랬다. 그 모든 것 아래로, 아이를 지키지 못한 어른들의 비통한 마음이 내려앉았다.

“하늘아 미안해. 하늘아 사랑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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