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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대상 정자 기증’ 로버트 찰스 앨본
영국·중국·미국·호주 등서 아이 만들고
영국에서는 레즈비언 부부 대상 ‘친권소송’
법원은 패소 판결 뒤 이례적으로 이름 공개
로버트 찰스 앨본은 정자 제공으로 전세계에서 180명의 아이를 탄생하게 했지만, 태어난 아이에 대한 친권소송 등으로 정자 제공을 받은 가정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로버트 찰스 앨본 인스타그램

‘전세계에 정자를 기증해 180명의 아이를 태어나게 한 그 남자의 이름은 로버트 찰스 앨본(54)입니다.’

영국 가정법원이 최근 판결문에서 한 남성의 이름을 공개했다. 개인정보를 중시하는 영국에서 가정법원이 ‘자녀에 관한 소송에서 부모의 신원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하지만 앨본 사건을 담당한 가정법원의 조나단 퍼니스 판사는 “정자 제공으로 180명의 아이를 태어나게 하고, 태어난 아이에 대한 친권 소송으로 가정을 파멸시킨 ‘로버트 찰스 앨본’의 신원을 밝히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름을 공개함으로써 앞으로도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많은 여성들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앨본 사건은 2023년 ‘아이 A’에 대한 친권 다툼에서 시작됐다. 아이 A의 부모인 동성 커플은 앨본으로부터 정자를 기증받은 뒤 주사를 통해 임신이 됐다고 주장했지만, 앨본은 차 뒷좌석에서 아이의 생모와 비밀리에 성관계를 가져서 임신이 됐다고 주장했다.

조 도너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 ‘정자 제공’을 광고하는 로버트 찰스 앨본. 앨본 페이스북

앨본은 법원에 ‘아이 A’에 대한 친권과 이름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퍼니스 판사는 최근 공개된 서면판결에서 앨본의 요구를 기각했다. 퍼니스 판사는 “앨본은 미국 출신이지만 현재 영국 북동부에 거주하고 있다”며 “그는 정기 지불금 미납으로 인해 미국으로 돌아갈 경우 체포될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영국에 머물기 위한 ‘이민 신분’을 갖추기 위해 친권 소송을 시작했다”고 판결했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앨본은 ‘조 도너’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 정자 기증 광고를 해왔다. 그 광고를 보고 정자를 제공받은 사람들은 비단 영국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앨본은 자신의 정자를 중국, 미국, 아르헨티나, 호주 등지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영국 옐로 페이퍼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다. 당시 그는 “저는 약 180명의 아이를 낳았고 그중 60명 정도를 만났다”고 말했다.

친권 소송을 벌였던 ‘아이 A’도 앨본이 만났던 60명 중 한명인 셈이다. 앨본은 온라인 광고에서는 “아이와의 만남 여부는 어머니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 A’가 태어나자 아이와 만남을 갖고 싶다고 요구했다. 아이 A의 두 엄마는 “그는 출산 후 몇 주 뒤 ‘한 번만’ 사진을 찍겠다며 아이를 10분 정도 만났을 뿐”이라며 “그는 우리 가족에게는 낯선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60명의 아이와의 만남도 앨본이 이와 비슷한 요구를 해서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번만’ 사진을 찍겠다던 앨본은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아이를 기르는 기쁨에 젖어 있던 아이 A의 가정은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됐다.

영국 가정법원은 2년간 소송을 경험한 ‘아이 A’의 생모는 불안, 우울증, 자살 충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더욱이 아이의 두 엄마는 2년 이상 걸린 법적 다툼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때문에 관계가 파탄이 났다.

두 엄마 중 생모가 아닌 엄마는 “앨본이 친권을 주장한 것이 악몽이자 무서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퍼니스 판사는 “그녀는 규제되지 않은 정자 기증과 관련된 위험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임신을 원하는 대중과 취약한 여성들은 앨본이 벌인 행위들이 사실임을 알아야 하며, 그들도 비슷한 ‘공포 이야기’를 겪을 위험이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퍼니스 판사는 “앨본은 정자 기증을 계속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고, 이런 서비스에 관심이 있는 취약한 여성들은 그와 연루되는 데 따르는 위험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자 제공에 대한 영국의 규정에 따르면, 정자 제공은 허가받은 병원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단일 기증자의 정자는 최대 10개의 가족을 만드는 데만 사용할 수 있다. 영국의 ‘인간 수정 및 배아 관리국’(HFEA)은 “환자와 기증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법률과 지침이 있는 허가 받은 병원에서 기증 정자로 임신을 하는 것이 항상 안전하다”고 밝혔다. HFEA은 또 허가받은 병원도 ‘10가족 한도’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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