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시·도정 뒤로 한 채 중앙정치에만 관심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12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주간경향] 대구·경북(TK) 지역 광역단체장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 2월 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대규모 집회가 열린 동대구역 광장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등장했다. 물론 서울과는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대구에서 약 5만명(경찰 추산)이 모인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이 지사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된 셈이다.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참석하지 않은 채 아내를 이 집회에 보냈다. 홍 시장은 집회 후 페이스북에 “실상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싶은데, 선거법 위반으로 또 고발할 테고”라며 굳이 불참의 이유를 둘러댔다.

이 지역 광역단체장이 대통령 탄핵 국면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잠잠하던 TK 지역 정서가 최근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대로 대선에 출마한다면 국민의힘 후보도 조기 대선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반(反)이재명 대표 정서’가 한몫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홍 시장에 이어 이 지사까지 중앙 정치무대로 뛰어들 기세다. 이 지역 국민의힘 인사 A씨는 “이철우 지사 주변에서 계속 대선 출마를 권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처럼 경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정치평론가)는 “이 지사가 여의도 국회를 거친 만큼 이번 과도기적 상황이 자신의 이름을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TK 지역 때아닌 ‘후보 삼국지’

당초 예정대로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홍 시장은 대선에 출마하고 이 지사는 행정통합 광역단체장으로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지역에서 자자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통합 수순은 중단이 되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 것이다

TK 지역에서는 당내 후보로 홍 시장을 비롯해 이 지사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모두 이 지역 출신 인사다. 경기도 부천 지역 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내 경기도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굳힌 김 장관에 대한 지지가 이 지역에서 갑자기 두드러진 측면에는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확고한 반대 입장이 자리 잡고 있다. A씨는 “김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라며 이 지역에서 졸지에 화제의 인물이 된 연유를 설명했다. 계엄 사태 이후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국무위원들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고 김 장관이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던 상황을 말한 것이다. 김 교수는 “TK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지역 출신 인사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던 점에 대한 아쉬움이 컸는데, 지역 출신 인사의 대통령 당선 열망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TK 지역에서 때아닌 ‘후보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지만, 중앙 무대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탄핵 반대 입장을 가진 세 인사가 강성 지지층의 마음을 안을 수는 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탄핵 인용 후 중도층의 지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2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는 2월 8일 동대구역 광장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연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방분권 개헌 토론장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지지자들도 모여 사실상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김 교수는 “사실상 오 시장이 대선 출마를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방분권 이슈는 서울시장의 시정 영역을 넘어서서 사실상 중앙 정치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친윤(친윤석열)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헌재의 탄핵 결정이 이뤄진다면 국민의힘은 태세전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이재명 대표의 맞상대로 오 시장을 적임자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세훈·홍준표, 출정 기정사실화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홍 시장이나 김 장관, 한동훈 전 대표 등의 개인적 스타일로 봤을 때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가장 무난한 후보 적격자로 오 시장을 손꼽고 있다. 홍 시장의 독단적인 리더십, 김 장관의 강성 우파 성향, 한 전 대표의 배신자 이미지 등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병천 소장은 “민주당에서 봤을 때는 가장 손쉬운 상대 후보는 김 장관이고, 그다음이 홍 시장”이라면서 “가장 대적하기 힘든 후보가 오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탄핵 반대에 나서지 않았고, 서울이라는 수도권 광역단체의 장으로 중도층에서도 민주당 지지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예비 대선주자 중 선두그룹에 속하는 오·홍 시장은 현역 광역단체장이다. 만약 조기 대선이 이뤄지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단체장 직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 대선 출마론이 나오고 있는 광역단체장으로 오·홍 시장 외에 이철우 지사(국민의힘)와 김동연 경기도지사(민주당), 김영록 전남도지사(민주당)가 있다. 김동연 지사는 비명계의 ‘신3김’(김동연 지사·김부겸 전 총리·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중 한 명으로 불린다. 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 의지를 밝힌 김영록 지사의 경우 민주당 내에서 도지사 3선이 불가능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내세운 고육지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들 광역단체장이 시정과 도정은 뒤로 한 채 중앙정치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최 소장은 “이재명 대표 역시 경기도지사 시절 대선후보 경선에 나갔기 때문에 현역 광역단체장의 대선후보 경선 참여에 대해 비난할 명분은 그리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현역 광역단체장의 프리미엄이 당내 경선이나 조기 대선 과정에서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예비 대선주자 측 인사인 B씨는 “광역단체장들에게는 국가의 월급을 받는 정무직 참모가 많다”며 “이들이 지금 단체장들의 대선 전략을 짜고 있으며, 광역단체 정책 담당 공무원은 대선 공약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부러워했다. 이재명 대표의 지난 대선 캠프에서 경기도지사 당시 참모들이 전략과 대선 공약을 마련해 이 대표의 측근으로 활약한 것과 비슷한 환경이다. 김철현 교수는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주요 대선주자들이 거의 모두 광역단체장 출신이 된다”면서 “경기도지사 출신인 이재명 대표와 김문수 장관,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광역단체장일 때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도 대선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637 [속보]공항철도 공덕역 무정차 통과…역사 화재 가능성 랭크뉴스 2025.02.17
43636 전 국정원장 “난 영부인 문자 받은 적 없다…김건희는 별걸 다 해” 랭크뉴스 2025.02.17
43635 허허벌판서 맛집 일궜더니...건물주 "시설비 8800만원 달라" [자영업자 울리는 임대 갑질] 랭크뉴스 2025.02.17
43634 [속보] 개인정보위 "딥시크 앱 국내 서비스 잠정 중단" 랭크뉴스 2025.02.17
43633 공항철도 공덕역에서 연기 발생‥무정차 통과 중 랭크뉴스 2025.02.17
43632 박지원 "미국도 이재명 인정…혹시 안 되면 나도 대선 출마" 랭크뉴스 2025.02.17
43631 [속보]검,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수사’ 명태균 구속 두 달 만에 중앙지검 이송 랭크뉴스 2025.02.17
43630 [속보] 권영세 “尹 하야,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옳은 방법 아냐” 랭크뉴스 2025.02.17
43629 이재명 43.3% 김문수 18.1%…국힘 41.4% 민주 43.1% [리얼미터] 랭크뉴스 2025.02.17
43628 [속보] 검찰, '명태균' 사건 서울중앙지검 이송… 尹 부부 공천개입 의혹 등 수사 랭크뉴스 2025.02.17
43627 "트럼프, 왜 푸틴과만 협상하나"…다급한 유럽 정상들 파리 긴급회동 랭크뉴스 2025.02.17
43626 권성동 "제1야당 대표가 대북제재 위반범‥외교 대참사" 랭크뉴스 2025.02.17
43625 서울중앙지검, 尹 공천개입 의혹 수사 착수 랭크뉴스 2025.02.17
43624 [속보] 공항철도 공덕역에서 연기 발생‥무정차 통과 중 랭크뉴스 2025.02.17
43623 [2보] 공정위, 'LTV 담합 재조사' 국민·하나銀도 현장조사 랭크뉴스 2025.02.17
43622 [속보] 창원지검, '공천개입 의혹' 서울중앙지검 이송‥중간수사 발표 랭크뉴스 2025.02.17
43621 [속보] 창원지검, ‘尹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서울중앙지검 이송 랭크뉴스 2025.02.17
43620 김새론 비보에 유퀴즈 정신과 교수 “사회가 오징어게임 같아” 랭크뉴스 2025.02.17
43619 [단독] 노상원, 내란 실패 뒤 ‘롯데리아 준장’ 통해 비화폰 반납 랭크뉴스 2025.02.17
43618 [재계뒷담] 이재용, 경호원 없이 ‘나홀로’…삼성식 집단 출장문화도 바꿔 랭크뉴스 202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