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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부터 ‘손상예방법’ 시행

10만명당 54명… 국내 사망원인 4번째
국가차원 손상관리 법적 근거 마련
질병청 중심 유사·중복 정책 조정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사망 원인 4위로 알려진 ‘손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된 손상예방법이 지난달 24일 시행됐다. 손상예방법은 손상을 ‘질병을 제외한 각종 사고, 재해 또는 중독 등 외부적인 위험요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상의 문제 또는 그 후유증’이라고 정의한다. 손상은 교통사고와 추락, 낙상 등 각종 사고뿐 아니라 자살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손상예방법은 질병관리청이 5개년 손상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게 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손상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손상 관리의 주관 부처로 지정된 질병관리청은 각 부처·기관에 나뉘어 있던 다양한 손상 관련 정책·사업을 조정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손상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데다 포괄적이어서 여러 부처와의 효율적 협업 시스템을 갖추는 게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질병청의 ‘손상발생 현황’에 따르면 손상 사망자 수는 202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54.4명이다. 국내 사망 원인 중 네 번째로, 악성신생물(암) 166.7명, 심장질환 64.8명, 폐렴 57.5명의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손상 사망 원인 가운데 1위는 ‘자살’이다. 제14차 국가손상종합통계를 보면 자살이 2022년 전체 손상 사망(2만6688건)의 48.4%(1만2906건)를 차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손상을 사회·환경적으로 예측·예방 가능한 문제로 본다. 우연한 사고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는 관점이다.

손상 예방 거버넌스 첫발

질병청은 2020년부터 손상예방관리과를 신설해 운영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국가 차원의 정책 수립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된 게 손상예방법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여러 부문이 협력해 손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갖추게 된 것”이라며 “지역사회 단위로 의료기관, 지자체, 경찰·소방 등 다양한 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적극적인 활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상 예방·관리 임무를 맡게 된 질병청 주요 과제는 유사·중복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다. 손상에 해당하는 자살, 교통사고 등에 관한 예방 정책·사업은 현재 부처·기관별로 제각각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상 사망의 주된 원인인 자살의 경우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에서 2011년 제정된 자살예방법에 근거해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 교통사고에 대해선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 등이 교통사고 통계를 집계하고, 국토교통부 교통안전정책과 등이 예방 정책을 내놓는 식이다.

질병청은 복지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8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국가손상관리위원회를 연내 구성할 계획이다. ‘제1차 손상관리종합계획(2026~2030)’도 수립해 국가 단위의 우선순위와 부처별 역할·의제를 분담하기로 했다.

범부처 기능 조정 과제로

관가에선 일부 부처가 제1차 손상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분과별 자문회의 단계부터 정책·사업 조정에 난색을 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이미 자체 계획을 세운 부처의 경우 근거가 되는 기본법이 손상예방법보다 상위법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논의 과정에서 손상 예방에 관한 신규 사업이 거론되면 예산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이를 주관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조직법상 ‘외청 단위’인 질병청이 부처 간 기능을 조정하는 데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손상예방법에 따르면 손상 관리체계 및 제도 전반을 심의하는 국가손상관리위원회는 질병청장(차관급)이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회에 위촉되는 각 부처 대상자는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이다. 차관급인 위원장과 달리 국장급(3급)이 위촉될 경우 정책 조정의 무게와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위원회의 장을 장관급이 맡으면 다른 부처와의 협업에서 더 큰 파워를 가질 수 있겠지만, 외청 단위에서 하다 보니 정책적인 힘을 받는 데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손상예방법 시행으로 실질적인 손상 예방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관심사다. 지난달 복지부·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표한 5차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손상사망자 수는 2022년 52.1명에서 2030년 45.1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손상 예방 사각지대 해결 기대도

보건·의료계는 손상예방법 시행에 상당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부처·지자체 단위로 나뉜 정책을 손상 예방으로 통합하면 정책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주무 부처가 없는 ‘노령층 낙상 문제’는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거론된다. 질병청은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 퇴원손상심층조사 등 이미 손상예방 정책을 추진할 근거가 되는 통계 체계도 갖췄다.

전문가들은 손상 관리·예방의 성패가 범부처의 이해와 공감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또 잘 알려지지 않은 손상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홍보 사업도 필요하다고 본다.

손상관리 종합계획 수립 연구의 책임자인 박남수 협성대 보건관리학과 교수는 “손상의 심각성을 총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책적 우선순위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 부처를 설득하는 단계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거버넌스에 대한 역량이 종합계획의 실행 가능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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