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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믿었을 정황도 존재"
'거짓 기억 일방적 주입' 인정 안 해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교회 신도에게 거짓 기억을 주입시켜 아버지와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고소를 하도록 만든 검찰 수사서기관 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고인들이 고의로 무고했다는 입증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부장 김정곤)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검찰 수사서기관 이모씨와 그의 배우자, 같은 교회 집사 오모씨 모두에게 14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 등은 교회 여성 신도들에게 아버지와 삼촌에게 과거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짓 기억을 주입시켜 고소하게 한 혐의(무고)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검찰은 이씨 등이 종교적 지배관계를 이용, 여성 신도들에게 거짓 기억을 주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이씨는 '하나님의 직통 계시를 받는 선지자'로 행세하면서 교회 내 최고 권위자로 인식됐다고 한다. 고소 대상이었던 신도의 가족들은 모두 해당 시점에 교회에 대해 이단 의혹을 제기했다가 이씨의 표적이 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1심은 2023년 이씨 부부에게 징역 4년, 오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피무고자(무고를 당한 사람)는 4명, 고소 사실은 30건에 달한다"면서 "피고인들은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피무고자의 평생의 삶과 가정의 평안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고 지적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해 사실은 허위 사실로, 피고인들이 진행한 성상담 과정에서 유도, 암시 등을 통해 허위 기억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공모해 고의로 이 사건 고소인에게 허위 기억을 주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방적으로 허위 기억이 주입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허위 기억은 피고인과 고소인(신도)들 간 공유되던 신념, 왜곡된 성 가치관, 부적절한 상담 방식 등으로 서로에게 기억을 잘못 유도하고 확대 재생산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들이 피해 사실을 실제 믿었거나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정황이 존재한다"면서 "(피고인들이) 미필적으로나마 피해 사실을 허위 사실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이씨 등에게 경고를 남겼다. 재판부는 "고민을 많이 한 사건"이라면서 "피고인들이 돌아봐야 할 것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교회 다니는 이유를 물어보면 '영혼의 안식, 평온해지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과연 피고인들의 교회가 그랬는지)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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