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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싱글 모두 쇼트선 日가기야마·사카모토에 뒤진 2위
프리스케이팅서 대역전···국제대회 첫 동반 금메달 쾌거
차준환(왼쪽)과 김채연이 13일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하얼빈이 ‘약속의 땅’으로 남게 됐다. 남녀 싱글 동반 금메달의 역사가 쓰였기 때문이다.

남녀 싱글 간판 차준환(24·고려대)과 김채연(19·수리고)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차례로 태극기를 꼭대기에 올렸다. 한국 피겨가 국제대회에서 남녀 싱글 동반 우승을 이룬 것은 사상 처음. 과거 김연아로 대표되던 한국 피겨는 이제 남녀가 모두 아시아를 제패하고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하려는 새 시대를 맞은 것이다. 참고로 김연아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적은 없다.

차준환은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9.02점, 예술점수(PCS) 88.58점을 합해 총점 187.60점을 받았다. 그는 쇼트프로그램 94.09점을 합한 최종 총점 281.69점을 기록해 실수를 연발한 ‘아시아 최강’ 가기야마 유마(일본·272.76점)를 누르고 우승했다. 동메달은 카자흐스탄의 샤이도로프 미카일(246.01점)이 땄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김채연이 프리스케이팅 기술점수(TES) 79.07점, 예술점수(PCS) 68.49점을 합쳐 총점 147.56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71.88점을 더한 최종 총점 219.44점으로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11.90점)를 여유롭게 누르고 역전 우승했다. 차준환과 김채연 모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일본 선수들에게 쇼트프로그램에서 뒤졌다가 이날 역전한 것이라 더 짜릿했다.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은 15명의 선수가 경쟁했다. 14번째로 나선 차준환은 ‘광인을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첫 과제인 고난도 쿼드러플 살코를 완벽하게 뛰었고 이어 쿼드러플 토루프도 깔끔하게 성공했다.

차준환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려다가 뒷점프를 붙이기 여의치 않자 러츠 단독 점프로 수행했다. 이후 세 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까지 큰 흔들림 없이 수행했다. 우아한 스텝 시퀀스(레벨4)로 관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차준환은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 연기도 깨끗하게 해냈다. 마지막 점프 과제에서 착지가 살짝 흔들렸지만 큰 실수는 아니었다. 지난해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발목 통증을 안고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준환에 이어 연기한 가기야마는 초반 점프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며 무너졌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5위를 차지했던 차준환은 한국 남자 최초의 올림픽 메달 획득 꿈을 품고 1년 뒤 있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를 준비한다.

김채연은 ‘하얼빈 은반의 여왕’ 타이틀을 얻었다. 자신의 점수를 확인한 일본의 사카모토가 실망한 듯 고개를 젖힌 사이 금메달이 확정된 김채연은 감격에 젖었다. 국제 종합대회 첫 출전에 금메달.

하루 전 치른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채연은 사카모토에게 3.15점 뒤진 2위였다. 2년 만에 쇼트프로그램 개인 최고점을 경신한 데다 1위와 점수 차가 크지 않아 프리스케이팅에서 뒤집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왔지만 사카모토는 세계 랭킹 1위이자 베이징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다. 사카모토의 점수에 근접한 2위로 대회를 마쳐도 성공적인 상황. 그러나 세계 3위 김채연은 당당한 ‘클린’ 연기로 프리스케이팅 개인 최고점을 썼다. 종전 최고점은 139.45점. 쇼트프로그램을 합한 총점 역시 개인 최고 기록(종전 기록은 208.47점)이다.

김채연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연기한 사카모토는 콤비네이션 점프 시도 중 넘어지면서 점수가 크게 깎였다. 세계 4위 요시다 하나(일본)도 첫 점프 트리플 악셀에서 넘어져 총점 205.20점으로 동메달에 만족했다.

24명의 선수 중 23번째로 나선 김채연은 ‘내면의 속삭임(Whisperers from the heart)’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흔들림 없이 4개의 점프 과제를 깔끔하게 성공한 김채연은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최고 난도인 레벨 4로 연기했다.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 연기도 완벽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체험학습으로 피겨스케이팅에 입문한 김채연은 2021년 주니어 세계 무대 데뷔전인 그랑프리 2차 대회부터 은메달을 획득해 두각을 드러냈다. 2022~2023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김연아 이후 17년 만의 한국인 메달리스트(동메달)가 됐다. 2023~2024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서 은메달을 따더니 지난해 세계선수권 동메달과 사대륙선수권 은메달로까지 속도를 붙였다. 아시아 무대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인하면서 김채연은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메달이라는 꿈에 확실한 자신감을 얻었다.

김채연은 “(세계선수권 3연패의) 사카모토를 한 번쯤은 이겨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큰 대회에서 이겨 정말 영광”이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 의상 제작을 전공한 어머니 이정아 씨는 딸의 경기 의상을 직접 만든다. 김채연은 “다른 선수들보다 옷에 더 애착이 있는 편”이라며 “엄마가 만들어준 명이나물을 경기 전 맛있게 먹고 왔다”고 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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