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직권 증인’ 수방사 경비단장, 탄핵심판 출석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12·3 계엄 당시 국회에 출동했던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1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기억나지 않는다”, “형사재판 때문에 증언이 제한된다”며 입을 닫았던 상관(이 전 사령관)을 대신해 그날의 진실을 증언한 것이다.
이번 탄핵 재판에서 헌법재판소의 직권 증인으로 채택된 조 단장의 증언은 우선 재판관들이 직접 신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 단장은 우선 밤 10시45분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로 가야 한다, 출동 준비되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정형식 재판관이 ‘본청 안으로 들어가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묻자 “맞다. 12시45분경인데 그렇게 임무를 부여받았고,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서 그 임무는 변경됐다”고 말했다. ‘본인 해석이 아닌 수방사령관의 지시였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다. 다만 검찰이 공소장을 통해서 밝힌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 즉 “네명이 들어가서 한명씩 끄집어내라” “문을 부수고 가서 끄집어 체포하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그런 단어를 들은 기억은 없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은 검찰이 이 전 사령관과 복수의 수방사 부하들의 진술을 종합한 것이다.
조 단장은 공포탄까지 지참하라는 “이례적” 명령을 받고 국회로 출동했지만 “오히려 저희가 보호해야 할 시민들이 저희의 행위를 막는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의아해했다”며 혼란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는 명령에도 “법적 작동원리를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솔직히 당시에는 잘 이해를 못 했다”며 “저도 당황한 상태였고, 5~10분 뒤 (사령관에게) 전화드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아니고,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재검토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진술했다. 이후 이 전 사령관이 전화를 걸어와 “들어갈 필요 없다. 이미 특전사가 들어가 있으니 의원들을 끌고 나오면 지원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쪽은 조 단장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확대해석했다고 몰아갔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조 단장에게 검찰 조서 일부를 제시하며 “‘외부에서 지원해라, 통제해라’ 이런 지시를 확대해서 ‘국회의원을 끌고 나오면 본청 입구를 사람들이 막고 있으니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조 단장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통로 확보하라는 게 사령관이 직접 언급한 지시”라며 흔들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 쪽의 몰아치기가 이어지자 주심인 정 재판관이 나섰다. 정 재판관은 조 단장의 검찰 조서를 화면에 띄운 뒤 “외부에서 지원하는 의미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사령관님이 ‘본청 내부로 진입해서 국회의원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여 알겠다고 했다”는 조 단장의 진술을 일일이 짚었다. 정 재판관은 이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아닌데 (증인에게) 답을 강요하면 어떡하냐”고 윤 대통령 쪽의 질문을 제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다른 목적을 갖고 허위 진술을 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윤 대통령 대리인단을 향해 조 단장은 발언권을 얻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의인도 아닙니다. 저는 경비단장으로 제 부하들의 상관입니다. 제가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부하들은 다 알기 때문에 일체 거짓말을 할 수 없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그때 제가 했던 역할들을 진술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