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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철강 수입에 대한 성명서에 사인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부터 자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전까지 ‘예외와 면제’ 조치를 받아내려는 각국의 외교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핵심 당사국인 중국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가운데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한 국제 통상질서 전체가 변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철강 제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가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12·3 내란사태로 인한 ‘외교 마비’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의 불안과 답답함이 가중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일본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미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에 깊은 유감을 나타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1일(현지시각) “확고하고 비례적인 대응 조치”를 언급하면서도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는 등 협상을 통한 해결점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게 각국의 움직임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한국으로선 트럼프 1기 때처럼 협상을 통해 예외를 인정받는 게 최선이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미국 관세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대미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2·3 내란사태가 초래한 권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정상 간 담판’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외교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나 유예를 받으려면, 한국이 실질적인 카드를 들고 가서 주고받는 거래를 해야 하는데, 한국이 미국에 내놓을 카드에 대한 국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지금 같은 국내 정치 상황에서는 이런 포괄적인 거래는 불가능하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트럼프 외교에서 한국의 순번은 당분간 뒤에 있을 수밖에 없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애초 워싱턴을 이달 초에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외교장관 회담을 열려고 했지만 일정을 잡지 못했고, 이번 주말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 기간 동안 루비오 장관과의 첫 대면 회담을 조율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 권한대행과 통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정상회담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트럼프 취임 직후엔 그의 레이더에서 당분간 벗어나 있는 것이 한국에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견해도 있었다. 하지만 수입 철강 제품 등의 관세 부과 시점이 3월12일로 정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 외교는 어렵지만 일단 3월12일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실무선에서는 최대한 미국과 협상을 할 것이고 대응책도 마련할 것”이라며 “뮌헨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하게 되면 조태열 외교장관은 북한 핵 문제 외에 나머지 시간은 관세 문제에 대한 협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전쟁의 핵심 타깃인 중국의 전략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한국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중국이 어떻게 맞대응할지는 국제 무역질서의 향배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란사태의 여파로 김대기 주중대사 지명자의 부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창인 정재호 주중대사가 지난달 31일 귀국해버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추후 한국에 밀어닥칠 격렬하고 거대한 무역전쟁의 서곡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20일 취임 당일 ‘미국 우선 통상 정책’에 서명하면서 무역 전반에 대한 보고서를 4월1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는데, 그 결과에 따라 한국, 유럽, 일본 등에 더욱 가혹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만수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은 아직 탐색전 단계인데, 미국이 중국의 전기차 과잉 생산이나 국유기업을 겨냥한 본격적인 무역전쟁에 나서면 국제 무역질서 전반이 요동치고, ‘미국이 전세계를 중국 취급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런 상황을 전반적으로 염두에 둔 대비책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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