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림 춘천지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영림(54·사법연수원 30기) 춘천지검장이 12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한 헌재를 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근무연이 있는 현직 지검장이 탄핵 심판을 진행중인 헌법재판소를 일제 재판관에 빗대 노골적으로 비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검사장은 이날 올린 글을 통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암살로 검거돼 재판을 받을 당시 1시간 30분에 걸쳐 최후 진술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일제)재판부는 안 의사가 스스로 ‘할 말을 다 하였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할 때까지 주장을 경청했다”라며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이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의 문형배 재판관은 지난 6차 변론에서 증인신문 이후 3분의 발언 기회를 요청한 대통령의 요구를 ‘아닙니다. 돌아가십시오.’라며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태도는 같은 날 청구인 측인 정청래 의원의 요구에 응해 추가 의견 기회를 부여한 것과 극명히 대비됐다”고 덧붙였다.
이 검사장은 “절차에 대한 존중이나 심적 여유가 없는 헌재 재판관의 태도는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21세기 대한민국 헌법기관의 못난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어 “경청은 타인의 인생을 단죄하는 업무를 하는 법조인의 소양 중 기본이 아니던가요?”라고 반문했다.
이 검사장은 “형사재판에서도 직접 증인을 신문할 기회를 주기도 하는데, 헌법재판에서 이를 불허한 이유를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제 상식으로는 선뜻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헌재는 적법절차와 방어권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요?”라며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양 삼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헌재는 납득할 만 한 답을 국민에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검사장은 “일부 재판관들의 자질로 인해 향후 결론을 내려야 하는 헌재 또한 반헌법적, 불법적 행위로 말미암아 국민의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속도전에만 급급해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장보다 못한 태도를 보이는 헌재의 모습에 부끄러움과 함께 과연 지금의 헌재가 대한민국 헌법 수호기관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중인 헌재를 향해 이 검사장이 노골적인 비방에 나선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지검장은 2005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