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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이 열린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신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은 ‘반중 정서’,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대 질의를 이어갔다. 대통령 방어권을 보장하라며 절차마다 딴지를 걸더니 이날은 탄핵 쟁점과 무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탄핵심판을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정치 선동의 장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재 심판정에 울려 퍼진 부정선거 음모론

윤 대통령 대리인단인 차기환 변호사는 이날 증인으로 나온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중국이라면 한국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선거개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부정선거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있다는 극우세력의 음모론을 헌재까지 끌고 와 쟁점화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신 실장은 “가정을 전제로 (물어보고 답변하면) 외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차 변호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몽 함께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한중국대사를 만나서 ‘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해 시에시에(고맙다는 뜻의 중국말) 하면 된다’고 표현한 것처럼 정부·여당이나 국회 1당 대표가 그런 친중적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면 (중국이) 하이브리드전(군사·비군사적 조처를 섞은 전쟁)을 전개하기에 적절한 환경 아니냐”는 질문도 던졌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이 대표의 발언→중국의 하이브리드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극우 집회에서나 나올 법한 황당한 선동성 발언을 헌재 심판정에서 공공연히 한 것이다.

차 변호사는 무려 8년 전인 2017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 중국 정치 지도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올라왔으며, 다큐 속 지도자 가운데 일부는 다른 나라의 선거 공작에 관여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도 언급했다. 선관위와 중국 공산당을 어떻게든 연관 짓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역시 부정선거의 근거라고 보긴 어렵다. 게다가 영상이 올라왔을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였다.

대법원 판결 부정한 ‘극우 전도사’ 황교안

대법원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입증된 해묵은 음모론도 소환됐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변론 종결 직전 제기한 ‘형상기억종이’ 의혹이 대표적이다.

형상기억종이는 선관위가 ‘21대 총선 개표 당시 접힌 자국이 없는 빳빳한 종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극우 세력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선관위는 당시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서 “투표용지는 종이 걸림 방지를 위해 원상복원기능이 있는 특수 재질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를 극우세력이 ‘형상기억종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유래다. 황 전 총리는 이날도 “빳빳한 투표지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며 공세를 이어갔지만, 증인으로 나온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21대 총선 (관련) 소송에서 다뤄졌던 주제고, 대법원이 검증한 결과 그것은 정상적인 투표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황 전 총리는 선관위가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라 인쇄 날인 형태의 투표용지를 배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시 했다.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대로라면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사인(도장)을 일일이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2년 국회의원 선거 무효 소송 판결에서 공직선거법상 인쇄 날인 투표용지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김 사무총장도 이에 근거해 “대법원과 헌재에서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이 났다”고 반박했지만, 황 전 총리는 “법이 살아있다”며 억지 주장을 계속 폈다. 김 사무총장은 “법률 해석에 대한 최종적인 유권 (해석) 권한은 대법원에 있다. 대법원에서, 헌재에서 유권해석을 해줬는데도 법률해석을 개인적으로 하면서 잘못됐다고 하면 드릴 말씀이 없다”고 강조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에 도움 안 되는 대리인들 왜?

음모론에 편승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증인신문은 정작 탄핵소추안 기각을 노리는 윤 대통령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부정선거 자체가 탄핵심판의 쟁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12·3 내란사태를 일으켜 부정선거 단서를 포착하려 했던 행위의 위헌·위법성만 부각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국회 쪽 대리인단인 김진한 변호사는 이날 탄핵심판 프리젠테이션(PT)에서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제보받은 (선거 부정)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수사기관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한 적도 없고, 아직도 객관적이고 명확한 선거 부정의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미 대법원 판결에서 모두 배척된 선거부정론에 기대어서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탄핵심판을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상당수는 극우·보수 단체에서 활동하며 부정선거론을 맹신해 온 ‘확신범’들로 구성돼 있다. 국회 탄핵소추단 소속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12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까지 나서는 것은 부정선거를 맹신하는 극우 아스팔트 지지층에 대해 윤 대통령 쪽이 정치공세, 정치 선동을 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마이너한 음모론을 메이저에 있는 정치인이 계속 정치에 활용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황 전 총리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극우 음모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처럼) 국민적 의혹이라고 하지 마라”며 “정상적인 국민은 그런 망상적인 의혹을 갖지 않는다”고 했다. “무슨 변호사가 극우 유튜버 마냥 논리도 없이 선동하느냐”, “단체로 귀신에 씐 것 아니냐”며 조롱 섞인 반응도 이어졌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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