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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은 쿠팡이 결국 다 휩쓸고 있습니다. 매출, 사용자 수, 입점 브랜드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습니다. 사실 당연해서 새롭지도 않습니다. 그럼 2위는 어디일까요. 바로 에이블리입니다. 이건 당연하지 않죠. 에이블리란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앱 사용자 수가 올 1월 기준 약 936만 명에 달합니다. 11번가(약 778만 명), G마켓(541만 명) 같은 국내 대표적인 e커머스는 물론이고 알리익스프레스(910만 명)나 테무(821만 명) 같은 중국 e커머스보다도 많았습니다.

에이블리는 패션 플랫폼입니다. 옷 살 때 주로 쓰는 앱이죠. 쿠팡, 11번가, 알리처럼 이것저것 다 파는 게 아니라 옷만 팔아서 900만 명 넘는 이용자를 확보한 겁니다. 에이블리처럼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온라인쇼핑몰을 ‘버티컬 쇼핑 앱’이라고 하는데요. 비슷한 패션 앱인 무신사나 식료품에 특화된 컬리에 비해서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 이후에 국내 e커머스 기업의 몸값 거품이 다 꺼졌는데요. 에이블리는 작년 말 기업가치로 3조원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알리바바가 1000억원을 투자했는데, 그때 평가한 가치가 3조원이었습니다. 에이블리가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이 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동대문 패션 최강자로
에이블리는 강석훈 대표가 2015년 창업한 회사입니다. 강 대표는 대학 재학 중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를 공동 창업했는데요. 왓챠 이후에 두 번째로 창업한 게 에이블리입니다.

강 대표가 온라인쇼핑 시장에 뛰어든 건 뭘 해도 ‘파이’가 큰 곳에서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시장 규모가 100억원인 곳에선 시장을 전부 장악해도 100억원에 불과하지만요. 100조원 시장에선 1%만 점유해도 1조원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실제로 2024년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의 거래액은 242조원에 달했고요. 에이블리는 이 가운데 약 1%인 2조원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생각은 쉽지만 이걸 실제로 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사실 에이블리는 굉장히 늦게 온라인쇼핑 사업을 했죠. 2018년 3월에 처음 에이블리 앱을 내놨으니까요. 이땐 이미 쿠팡과 네이버 쇼핑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어요. 또 롯데와 신세계 같은 유통 대기업들도 새롭게 앱을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할 때였습니다.

에이블리가 이들과 달랐던 건 크게 두 가지였는데요. 우선 ‘셀러’인 판매자가 달랐습니다.

통상 온라인쇼핑은 오픈마켓 형태가 많습니다. 물건 팔 사람을 잔뜩 입점시켜놓고 이걸 살 사람들과 연결해 주는 겁니다.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티몬, 위메프 다 비슷합니다. 에이블리는 이러한 방식을 따르지 않았어요. 셀러를 입점시킨 게 아니라 새롭게 ‘창출’해 냅니다. 에이블리는 사업 초반에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곳에서 유명한 셀럽이나 인플루언서를 타깃으로 했어요.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서 물건을 팔기도 했지만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았어요. 쇼핑몰 운영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어떻게 할지 모르기도 하고, 혹은 잘 못해서 그렇기도 합니다.

에이블리는 인플루언서나 셀럽에게 그냥 사진만 올려달라고 요청했어요. 예쁘게 옷 입고 사진만 찍어서 올려주면 그걸 자기들이 알아서 팔아주겠다고 제안했어요. 옷을 사들이고, 창고에 넣고, 배송하고, 반품 받아주고 하는 건 전부 에이블리 몫으로 한 거죠. 사진 찍어 올린 옷이 팔리면 판매액의 10%는 인플루언서나 셀럽에게 떼줬어요. 유튜브 방식을 따른 거죠. 영상 올렸는데 많은 사람이 보면 광고 수익을 나누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상품은 주로 ‘동대문표’ 옷이었고요.

이게 될까 싶었는데, 그런데 ‘대박’이 납니다. 사업 초반에 에이블리 앱은 결제 창도 잘 안 뜨고, 버퍼링도 심하고, 앱도 종종 다운되고 시스템이 굉장히 불안했는데요. 사람들이 이걸 다 참고 결제를 하는 거예요. 왜냐면 자기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 상품이니까요. 팬덤이 이미 형성되어 있으면 이런 불편함 따위는 문제가 안 된 것이었어요.

에이블리에 들어가면 돈 번다는 얘기는 금세 퍼졌고요. 너도나도 에이블리로 들어가기 시작하죠. 이렇게 모인 셀럽과 인플루언서가 현재 1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요즘은 셀럽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니고 패션에 감각이 있는 일반인도 많고요. 에이블리는 이분들을 파트너스라고 부르죠.

에이블리에 사람들과 돈이 몰리면서 기존에 쿠팡, 11번가, G마켓에서 물건 잘 팔던 셀러들도 에이블리에 입점하고 싶어 했고요. 에이블리는 2019년에 이런 일반 ‘셀러’도 받습니다. 이런 셀러들이 입점하게 되면 에이블리에 없는 상품 구색이 생기고요. 또 이들 셀러를 원래 에이블리가 추구했던 파트너스로 전환시키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직접 쇼핑몰을 운영하는 대신에 에이블리에 다 맡기는 것이죠.

◆덩치 커져도 차별화 가능할까
에이블리는 셀러만 다르게 한 게 아니라 이용자에 대한 인식도 달랐어요. 당초 시작한 게 셀럽, 인플루언서를 따르는 팔로워가 기반이 됐기 때문인데요. 이분들은 일반 소비자들과 다르게 취향이 확실했어요. 요즘 유행하는 패션 상품이 많은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것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상품이 많아야 했습니다.

에이블리는 사업 초기부터 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데 초점을 맞추죠. 만약 상품을 위에서부터 보여준다면 무신사의 경우는 순위별로 보여줘요. 남성 바지를 검색하면 1위부터 10위까지 죽 나열하는 식이죠. 남들이 뭘 샀는지가 중요해요. 혹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이 중요하고요. 에이블리는 그렇지 않아요. 남들 뭐 샀는지는 고려사항이 아니고요. 각각의 개인이 그동안 뭘 샀는지, 뭘 봤는지가 중요합니다. 이걸 감안해서 상품을 나열해줘요. 그동안 오버 사이즈 핏의 옷을 구매해 왔다면 설령 요즘 크롭티가 유행한다 해도 오버 사이즈 스타일만 보여주는 식이에요. 또 이런 오버 사이즈 핏과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도 제시해 주고요.

사업 초기부터 이런 ‘초개인화 상품 추천’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데이터가 많이 쌓여서 지금은 이게 핵심 경쟁력이 됐습니다. 굉장히 정교하게 추천해주고 있어요. 단순히 패션 상품을 넘어서 화장품이나 인테리어 소품, 심지어 디저트 같은 먹을거리까지 추천해줍니다.

이런 식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 다소 다른 접근법을 쓴 것은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신생 앱임에도 불구하고 에이블리는 버티컬 커머스 부문에서 이용자 수 기준 1위에 올라 있고요. 거래액은 2024년 상반기에만 1조원을 넘어섰고 연간으론 2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또 2023년에 3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앱 출시 5년 만에 흑자전환에도 성공했어요.

물론 에이블리에도 리스크가 있습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차별화가 더 이상 쉽지 않다는 것이죠.

에이블리는 애초에 쇼핑몰을 운영하기 힘든 셀럽, 인플루언서를 타깃으로 했는데요. 이분들이 지금은 원래 본인들이 활동하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심지어 틱톡에서도 다 쉽게 물건을 팔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경우 카페24와 손잡고 작년 6월에 세계 최초로 유튜브 쇼핑이란 서비스를 내놨어요. 방송하면서 바로 상품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인플루언서나 셀럽이 굳이 에이블리로 넘어가서 물건을 판매할 유인이 떨어지는 겁니다.

또 덩치가 커지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진다는 것도 있죠. 에이블리는 10대, 20대 여성 패션에 강점이 있어요. 이 세대가 셀럽과 인플루언서에 영향을 비교적 크게 받고요. 동대문패션이란 상품 특징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고요.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 10대, 20대만 타깃으로 할 수도 없고 저렴한 패션 상품만 팔아서도 안 되죠. 지그재그처럼 조금 가격대가 있는 옷도 팔아야 하고요. 무신사처럼 유행하는 옷도 가져다 놔야 해요. 여기에 더해서 옷뿐만 아니라 화장품, 인테리어 소품, 간식까지 요즘은 팔고 있어요. 조심해야 할 것은 이런 식으로 ‘짬뽕’이 되면 기존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어요. 컬리가 대표적인데요. 애초에 30대, 40대 강남 맞벌이 주부를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식품 판매로 인기를 끌었는데요. 지금은 온갖 것 다 파는 쇼핑몰이 됐어요. 그러면서 기존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많이 퇴색됐죠. 에이블리는 물론 컬리와는 다르고요. 지금까진 고유의 정체성이 잘 유지되고 있는 듯합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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