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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에서 만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이 “나쁜 결과를 부를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평소 여러 이슈에 입장을 밝히지만, 정부의 특정 정책을 겨냥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11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가톨릭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겨냥해 “이주민의 불법적 지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조처에 비판적인 판단을 내린다”며 “평등한 인간 존엄성에 대한 진실이 아닌 힘에 기반을 둔 것은 나쁘게 시작해서 나쁘게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고 에이피(AP),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시 반발했다. 이민자 추방 정책을 관장하는 ‘국경 차르’ 톰 하먼은 “그는(교황은) 우리가 국경을 지킨다는 이유로 우리를 공격하고 싶어 한다. 정작 그는 바티칸 주변에 벽을 두르고 있지 않나?”라고 정치매체 ‘더 힐’이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서 말했다. 이런 반발을 예상한 듯 교황은 자기방어와 치안 유지는 국가의 권리인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서한에서 “빈곤, 불안정, 착취, 박해 또는 환경의 심각한 악화 때문에 자신의 땅을 떠난 사람들을 추방하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고, 이들을 취약하고 무방비인 상태에 빠지게 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 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민자 단속을 옹호하면서 신학적 개념을 내세우자, 그 해석을 바로잡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사랑의 질서)를 언급했다.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보살피고, 맨 마지막에 이민자를 포함한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로 사랑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황은 “그리스도교적 사랑은 다른 사람과 그룹으로 조금씩 넓혀지는 동심원적 확장이 아니다”라며 “진정한 ‘오르도 아모리스’는 예외 없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형제애”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가톨릭계엔 이민자 단속·추방에 비판적인 인사들이 주요 직책에 새로 포진됐다. 교황은 이민자 권리 보호에 적극적인 에드워드 바이젠버거 주교를 이날 디트로이트 대교구장에 임명했다. 지난달엔 역시 트럼프 1기의 이민 정책을 비판한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이 워싱턴 디시(D.C.) 차기 대주교에 임명됐다.

이민자 단속·추방에 대한 교황의 비판적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 1기에도 강조되던 내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임기 때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추가, 보강하자 2019년 4월 “장벽을 건설하는 사람은 장벽의 포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에이피는 이번 서한의 내용을 두고 “교황이 한 나라에 특정 메시지를 전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지만, 서한을 통해 정부의 특정 정치 프로그램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건 드물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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