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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정신질환과 무관하게 이뤄진 계획범죄”
전문의들 “우울증 낙인 안돼”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12일 오전 한 시민이 추모의 의미로 국화꽃을 놓아두고 있다. 학교 정문에는 시민들이 붙여놓은 쪽지와 꽃, 인형, 선물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연합뉴스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8)양을 살해한 교사 A(48)씨가 우울증 등을 이유로 4차례에 걸쳐 200일가량 병가와 휴직을 쓴 것으로 확인되면서, A씨의 범행이 우울증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다.

조선비즈는 범죄심리전문가와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에게 A씨의 범행에 대한 정신과적 소견과 범행 연관성에 대해 물었다. 전문가들은 A씨의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이 크고,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과 질환과 상관없는 범죄로 심신미약도 인정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전 서울지방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 이수정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 김동욱 정신건강의학회 회장(가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이헌정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취재에 응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언론 보도를 토대로 한 분석”이라며 직접 A씨를 진료했거나 해당 사건 수사에 참여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전제로 의견을 냈다.

① ‘우울증’은 이번 범행 원인 아닐 것

이헌정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으로 이런 공격적 성향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김동욱 정신건강의학회 회장(가람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도 “우울증을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우울증이나 조현병 환자는 자기방어적인 이유로 공격성을 띠는데, 이번 범행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우울증 치료 중이었던 사람이 이런 행동을 벌였다고 해서 (우울증에서) 인과 관계를 찾기는 어렵다”며 “(A씨가) 조현병이라고 하더라도, 망상에 의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렇게 타인을 공격하는 성향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도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A씨는 단순 우울증이 아니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단순 조현병인지 피해망상이 있었는지, 성격 장애가 원래 있던 사람인지를 확인할 길이 없는데, 단순 조현병만으로도 이런 범행이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②우발적 범행 아냐…심신 미약 인정 안 돼

범죄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러들은 A씨의 범행을 전형적인 계획범죄라고 보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가해 교사는 범행 당일인 10일 점심시간 때 학교에서 약 2㎞ 떨어진 한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했다.

이수정 교수는 “A씨가 운전을 해서 흉기를 구매하고 범행을 저지르기까지 일련의 행위가 굉장히 주도적이고 고의적으로 이뤄졌다”며 “피해자가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대상을 물색해 흉기로 사망에 이르게 한 과정을 보면 정신질환자들의 정신 착란 행위나 우발적인 행위라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배상훈 교수는 “이번 범행이 자신이 가진 불만을 표출할 때 자기보다 힘이 약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을 선정하는 일종의 ‘권위 살인’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마찬가지로 범행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 등이 계획 범행이라는 이야기다.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 경찰 형사기동대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대전시교육청은 사건 당일인 10일 오전, 이 초등학교에 장학사를 보내 현장 조사를 한 뒤 학교 측에 A씨를 학생과 분리하라고 권고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돌봄 수업을 마치고 혼자 나오는 김양을 같은 층에 있는 시청각실로 유인해 살해했다.

배 교수는 “A씨는 장학사가 자신의 수업을 뺏을 사람으로 보고 망상적 결심을 해 제일 힘이 약한 아이를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가해 교사가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띤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이수정 교수는 “A씨의 진단명이 뭐가 됐든 이번 범행은 정신질환과 무관하게 이뤄진 계획범죄”라며 “이 사람이 한 행위는 심신미약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다”고 말했다.

③우울증 낙인 안돼

의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우울증 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 효과로 이어지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동욱 정신건강의학회 회장은 “우울증을 이 사람의 범죄 행위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우울증 환자들이 본인에게도 이런 폭력성이 있나 의심을 들게 하고, 우울증 환자에 대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거 아니냐?’라는 막연한 인식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아직 수사가 다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울증에서 범죄 원인을 찾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이런 접근이 우울증 환자의 치료를 매우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우울증은 죄가 없다’는 글에서 “가해자는 응당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며 “(우울증을 앞세운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해 도움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 교수는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여전히 10%에 불과하다”며 “10명 중 9명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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