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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산 무기들이 폴란드·루마니아를 필두로 동유럽과 중동을 넘어 동남아시아까지 영토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가성비에 신속한 납기, 품질 우수성에 더해 각국의 긴급한 무기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충분한 생산능력까지 제대로 통한 효과다.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통 방산강국인 미국, 독일 등과 경쟁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자주국방 강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K방산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방산 열풍을 불러일으킨 수출 베스트셀러를 살펴봤다.

세계 자주포 시장 절반 석권 K9·K10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정도를 점유하는 베스트셀러인 ‘K9 자주포’는 K방산의 대표적인 수출 효자 무기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튀르키예, 폴란드,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이집트, 인도, 호주, 루마니아 등 10개국 이상에 수출됐고 최근 베트남 수출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제품인 독일 PzH2000 자주포보다 가격이 4배 저렴한 데다 실전에서 검증된 성능과 가격경쟁력, 빠른 납기, 원활한 후속 군수지원 등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다.

K9 자주포는 1998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국산 자주포로 현재도 한국군의 주력 화포로 운용되고 있다. 1문 단독으로 동시착탄사격(TOT) 기능을 구현해 화력 효과를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TOT는 여러 발을 사격해 포탄을 표적에 동시에 명중시키는 방식이다.

자동 사격통제장치와 자동 장전 시스템을 갖춰 운용 인원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끊임없는 성능 업그레이드를 통해 2018년 K9A1으로 1차 개량을 거쳐 자동화 성능 개량 버전인 K9A2를 선보였다.

K9A2는 포탑(대포 발사 장치)을 완전 자동화해 탑승 인원을 5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분당 최대 발사 수도 6발에서 9발로 늘린 게 특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A2를 앞세워 미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 수주전에도 나섰다. 미군 측에서는 K9 자주포와 짝꿍 관계인 K10 탄약운반차의 연계 성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오른쪽)와 K10 탄약운반차.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병은 현대전의 신이다.”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의 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각종 무인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전술 프로그램 GIS 아르타, 스텔스 전투기 등 최첨단 무기들이 전장 곳곳을 누비며 ‘현대전의 총아’로 주목받을 때 실제로 전쟁의 판세를 바꾼 건 포병이었다.

미국외교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생한 양측 사상자의 80%가 최첨단무기가 아닌 155mm 포탄에 의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포병은 전쟁 초기 키이우 주변에서 러시아군을 가장 많이 살상했다. 우크라이나 2개 포병여단은 집중 사격을 통해 러시아군의 키이우 점령을 무산시켰다.

자주포 등을 포함한 야포는 수백 년 전 개발돼 기본적 운용 개념이 크게 변하지 않은 오래된 무기다. 최첨단 무기가 날아다니는 현대 전장에서도 포병 전력이 도태되지 않고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이만큼 가성비가 좋은 고효율 무기체계가 아직 없어서다.

기상이나 지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융통성과 운용성도 뛰어나다. 미 육군이 운용하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약 300km로 축구장 3~4개 넓이를 단숨에 초토화할 수 있지만 발당 가격이 82만 달러에 달한다. K9 자주포에 사용되는 155mm 포탄은 종류에 따라 발당 수십만에서 수백만원 수준이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한국군이 K9 자주포로 북한군 개머리진지에 즉각 대응 사격에 나서자 북한군이 K9 자주포의 위력에 겁을 먹은 일화가 유명하다. K9은 자주포 1대만으로도 고각을 달리해 순차적으로 발사한 3발의 탄이 동시에 한곳으로 떨어지게 하는 TOT(time on target) 사격이 가능할 정도로 정밀한 사격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신냉전이 만든 K방산 슈퍼스타, K2 전차


K2 전차는 ADD와 현대로템이 개발한 한국군의 주력 전차다. K1 전차의 후계기종으로 개발돼 2014년부터 실전배치 중이다. K2 전차는 전 세계 최신 3.5세대 전차 중 최강의 가성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 레오파르트 2A7, 미국 M1A2 에이브럼스 등 방산강국의 유명 전차에 비교해도 성능은 밀리지 않고 신속한 납기와 경쟁 제품 대비 반값 수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하지만 실전배치된 2014년은 냉전이 종식되고 세계적으로 무기 수요가 줄어든 시기여서 대당 100억원이 넘는 전차를 도입하려는 국가가 많지 않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며 K2 전차가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K2 전차의 성능은 이미 수차례 입증된 바 있다. K2 전차에 적용된 120mm 활강포는 현재 북한이 보유한 대부분의 전차를 파괴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자동장전장치를 채택함으로써 승무원 1명을 줄인 3명의 승무원만으로도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한정된 병력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동 간 6초 이내에 재사격이 가능하다는 강점도 지닌다. 유기압식 현수장치(ISU)를 채택해 진동과 충격을 흡수해 승무원의 피로감을 덜 뿐만 아니라 차체를 앞뒤, 좌우로 기울일 수 있어 기동사격 정확도를 높이고 다양한 지형에서 효과적으로 적을 요격할 수 있다.

K2 전차는 1500마력 고출력 엔진을 탑재해 뛰어난 기동력을 확보했다. K2 전차의 진면목은 자체 방호 능력에 있다. 능동방호시스템은 날아오는 미사일을 회피하는 유도교란형인 소프트킬과 직접 무기를 타격하는 대응파괴형인 하드킬 모두 소화 가능하다.

능동방호는 물론 차체 방어력을 높여 승무원의 생존력을 극대화한 수동방호체계도 K2 전차의 강점으로 꼽힌다. K2 전차에 적용된 수동장갑은 특수장갑과 반응장갑으로 구성돼 적의 전차탄과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상부 고폭탄 방호가 가능하다.

핵 공격 시 발생하는 방사선을 차단하기 위한 중성자 차폐 라이너와 승무원이 별도 방독면 착용 없이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양압 장치가 적용되는 등 화생방 방호력이 뛰어나다.

K2 전차는 2008년 튀르키예에 기술 수출에 성공한 뒤 2022년 8월 폴란드와 K2 전차 1000대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으며 첫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1차 계약(180대)에 이어 올해 820대 규모의 2차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와 인접하고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자 K2 전차를 비롯해 K9 자주포, 다연장 로켓 천무, FA-50 경공격기 등 61조원 규모의 무기체계 계약을 체결하며 ‘K방산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현대로템은 2022년 10월 K2 전차 초도 물량 10대 출고를 시작으로 기존 납기보다 수개월 앞서 조기 납품해 폴란드 현지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K2 전차의 중동, 아시아 등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루마니아, 페루, 슬로바키아 등에도 K2 전차 수출 가능성이 점쳐진다.

천궁II. 사진=LIG넥스원


‘미사일 잡는 미사일’ 천궁II…‘백발백중’ 비궁

국산 지대공미사일 요격체계 ‘천궁II’는 LIG넥스원을 ‘정밀 유도무기 명가’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천궁II는 2022년 선진국들이 점유하고 있던 해외시장에서 LIG넥스원의 수출 확대를 이끌었다.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 3조7000억원을 시작으로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4조2500억원, 2024년 이라크 3조7000억원 등 중동 3국에 수출하며 K방산 최고의 전성기를 부른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천궁II는 2012년부터 ADD 주도로 개발돼 LIG넥스원이 제작한다. 탄도탄과 항공기 등 공중 위협에 동시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2017년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 2018년부터 양산했다. 천궁II 수출에서 LIG넥스원은 유도탄과 교전통제소, 체계종합을 담당한다. 한화시스템은 다기능레이다(MFR)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대 등을 만든다.

천궁의 성능개량 버전이지만 사실 완전히 새로운 무기체계나 다름없다. 실제로 천궁II는 유도탄의 형상부터 구동기, 측추력기, 추진기관 등이 모두 새로 개발되면서 통합제어 기술도 더 어렵고 복잡해졌다.

비궁 발사 사진. 사진=LIG넥스원


천궁II의 등장으로 한국의 대공요격체계는 종말단계 중층방어 구간에서 북한 탄도탄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천궁II는 품질인증사격에서 95% 이상의 요격률을 기록했다. 기존 천궁이 파편을 표적 방향으로 폭발시켜 요격했다면 천궁II는 표적과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로 인해 탄도미사일의 잔해가 낙하하는 2차 피해 가능성이 낮아졌다. 기존 천궁의 수직사출발사(콜드 론칭) 기술은 천궁II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미사일 발사 시 열풍이 발생하지 않아 발사대에 손상이 발생하지 않으며 발사대의 이동 없이도 360도 전방위적인 방어가 가능해진다.

천궁II는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과 비교해 성능이 유사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나토 국가 무기체계와의 호환성도 장점이다. 특히 많은 국가에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미국산 미사일과의 연동이 가능하다.

국산 유도무기 ‘비궁’의 미국 수출 가능성도 관심을 모은다. 비궁은 국내 개발 유도무기 최초로 2020년 미국 국방부 주관 FCT(해외비교시험) 프로그램에서 백발백중의 성능으로 극찬을 받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FA-50 경공격기.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영공 지키는 FA-50


FA-50 경공격기는 2000년대 초반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 플랫폼에 전술 능력을 더한 공격기로 개발이 시작돼 2013년부터 실전배치됐다. FA-50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F-16 전투기를 개발한 미국 록히드마틴의 기술지원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생산한다.

FA-50은 최대 속도 마하 1.5, 항속 거리 1850km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산 F-16 전투기와 동등한 공중 전투 능력을 갖췄지만 가격은 절반 가까이 저렴하고 유지비도 적게 든다. FA-50의 대당 도입단가는 3000만 달러(약 4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F-16 블록 70/72의 단가는 7300만 달러, 사브의 그리펜 E/F의 단가는 6500만 달러로 추정된다.

KAI는 2022년 7월 폴란드와 총 48대의 FA-50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납품을 진행 중이다. 올해 초까지 12대(FA-50GF)를 인도했고 나머지 36대는 항공전자 장비와 무장 등을 강화한 FA-50PL 버전으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인도 예정이다.

FA-50은 한국 공군이 운용 중인 전투기로 인도네시아, 이라크, 말레이시아, 폴란드 등에 수출돼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베스트셀러다. FA-50의 폴란드 수출에 힘입어 2023년 한국의 항공기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1조3330억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2014년 FA-50 전투기 개량형인 FA-50PH를 도입해 공군 핵심 전력으로 운용해온 필리핀은 추가 도입 계약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필리핀군과 반군 간 벌어진 마라위 전투에 투입돼 게임체인저 역할을 했던 만큼 필리핀은 FA-50PH의 성능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베키스탄도 FA-50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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