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2일 뉴스뷰리핑]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오늘(2.12) 아침신문 1면에는 △트럼프, 한국 철강·알루미늄 무관세 철폐(6곳) △김하늘(8)양 피살 관련(4곳) △이상민 전 장관, ‘단전·단수’ 관련 헌재 발언(3곳) 등이 주요하게 보도됐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헌재 탄핵심판 7차 변론
② Now and Then : Best guys' guns(영화 ‘캡틴 아메리카’ OST)
① 차이의 발견
# 헌재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드러난 비겁함
- 어제(2.11)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7차 변론이 열렸습니다.
- 그런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호해야겠고, 그렇다고 내가 뒤집어 쓸 수는 없고. 그러다보니 아랫 사람에게 떠넘기려 하는데, 논리가 서지 않았습니다.
-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단전·단수와 관련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봤는데, 거기에 ‘단전·단수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윤 대통령 쪽이 ‘중국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동의를 구했으나, 신 실장은 선을 그었습니다.
- 윤 대통령의 서울법대 동기이기도 한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 쪽의 ‘부정선거’ 주장과 관련해 ‘전산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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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1) 단전·단수
- 이상민 전 장관에게 집중된 것은 ‘언론사 단전·단수를 누가 지시했느냐’였습니다.
① “단전·단수 지시받은 바 없다”
(윤쪽 변호사) -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받은 적 있느냐’
= 전혀 없다. 이번 비상계엄에서 그런 조치는 아예 배제돼 지시할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이나 소방을 지휘할 권한이 없고, 대통령께서 그 점을 잘 알고 있어 저에게 그런 유형의 지시를 내릴 일이 없었을 것이다. 단전·단수가 소방청 업무인지도 의문이다.
② “대통령실에서 단전·단수 쪽지 얼핏 봤다”
(검찰이 작성한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이상민 전 장관에게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보여줬다고 적혀 있습니다.)
= 대통령실(집무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해당 문건은 윤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었고, 머리말에는 ‘소방청장’이라는 단어가 있었으며 MBC·JTBC·한겨레·여론조사 꽃의 이름도 있었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만류하러 들어간 자리에서 짧게 1∼2분 머무를 때 잠깐 얼핏 보게 됐다.
③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국민안전 챙겨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전 장관은 경찰청장, 소방청장에게 밤 11:30에 직접 전화를 했습니다.)
= 광화문 행안부 장관 사무실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대통령실 단전·단수) 쪽지 본 게 생각이 났다. 그 쪽지가 어떤 맥락에서 작성되고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본 대로 단전·단수를 소방이 한다고 할 경우에 이걸 무작정 하게 되면 국민들에게 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 경우에 따라서 큰 인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내내 그게 마음이 쓰였다. 사무실에 돌아간 다음에 ‘큰 사건사고가 접수된 건 없는지, 각종 시위나 충돌 사항은 없는지’ 전반적 상황이 궁금해 경찰청장과 소방청장과 차례로 전화했다. 소방청장과 전화하면서도 아까 그 쪽지가 생각나고 걱정돼 만일 경우 대비해서 국민의 안전에 대해서 최우선적으로 그리고 꼼꼼히 챙겨달라는 당부를 했다.
=> 이상민 전 장관의 말을 요약하면, ‘대통령실에서 한겨레 경향 MBC 등 6곳에 대한 단전·단수가 언급된 쪽지(문건)를 얼핏 보고, 대통령이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지만, 혼자 (국민안전이) 걱정돼서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에게 잇따라 전화를 했는데, 그렇다고 이들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한 건 아니고, 그냥 국민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만 얘기했다’입니다.
=> 그런데 지난 1월13일 허석곤 소방청장은 국회에 출석해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허 청장은 처음에 이를 또렷하게 밝히지 않으려다가, 의원들의 질의에 “그런 늬앙스였다”고 했고, 그리고 경찰청장에게 전화받은 사실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소방청장은 밤 11시 50분께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직접 전화해 경찰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 요청받은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상황이) 생기면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 종합하면, 대통령은 지시하지 않았고, 이상민 장관은 소방청장에게 전화는 했지만 ‘단전·단수’ 언급하지 않았는데, 소방청장은 정확하게 단전·단수해야 하는 6곳을 알고, 경찰의 협조요청만 오면, 이에 응할 생각이었다는 것입니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독심술을 하는 사람인가요. 대통령과 이상민 장관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단전·단수 대비하라고 지시한 소방청장이 단전·단수의 총책임자가 되는 건가요.
(*)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냐면, 이상민 장관이 ‘대통령도 살고, 자기도 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대개 이런 경우,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쓰든가, 아니면 사실대로 말해야 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이 원하는 모범답안은 ‘대통령의 단전·단수 지시 없었다. 그건 내가 판단해서 한 것이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이상민 장관은 ‘내란 주요 책임자’가 됩니다. 그런데 소방청장, 경찰청장에게 전화한 것은 통화기록이 있으니 숨길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궤변을 늘어놓게 되는 것입니다.
2)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반대한 사람 없었다”
=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 생각한 사람(국무위원들)은 아무도 없었지만,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된다면 국민이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 외교·경제에 미치는 영향이얼마나 클지, 추후 야당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에 상당히 걱정했다. 몇몇 분이 얘기하면 대부분 공감하며 말씀을 추가로 하는 분이 있었다”
=> 국무위원들의 말이 다릅니다. 현재 다른 국무위원들은 모두 ‘비상계엄 찬성하는 위원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김용현 전 국방장관만이 “계엄 찬성하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라는 표현을 쓴 분은 두어명 정도 있었다”고 말해, 의견이 나눠진 것처럼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상민 전 장관은 더 나아가 “반대하는 사람 없었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자신이 살려고, 국무위원 전체를 다 끌어들이려는 것입니다.
=> 그런데 이날 이 전 장관은 당시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계엄) 선포 이후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이 비상계엄에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더이상 작성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비상계엄 반대하는 사람 없었고, 위헌·위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는데,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입니다.
2.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 신원식 실장은 윤 대통령 쪽이 증인으로 불렀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쪽이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1) 중국 선거 개입설
- 중국이 다른 나라 선거에 개입하는 게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중국이 타국 선거에 개입하는 정치공작, 가짜뉴스를 이용한 인지전·여론전 또는 사이버전 등을 종합해서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나
= 보도를 본 적은 있다.
-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선거 개입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
= 가정을 전제로 답변하지 않겠다.
- 중국 정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이 투자하게 되면 우리나라 미디어나 언론사 등이 심리전, 여론전에 활용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 당국은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지 않나
= 그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한 바가 없다.
- 지난해 11월 관광객이 국정원 청사를 허락없이 촬영하다 적발됐고, 지난해 12월 중국인이 제주공항을 드론으로 불법 촬영했다. 중국 정부가 민간인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전으로 평가하지 않느냐
= 단정적으로 평가하기엔 정보가 부족하다.
- 문재인 정부 초기에 원전 사업을 철수하고 태양광 사업을 했는데, 원전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태양광을 일으켜 결국 돈 버는 건 중국 기업이라는 말도 있었다
= 그 분야는 제가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주관적인 생각을 말하지 않겠다.
=> 신 실장은 윤 대통령 쪽의 계속된 유도질문에 전혀 동조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별도로, 윤 대통령은 외교야 어찌되든 말든, 확인도 되지 않은 풍문을 자신을 변호하는 논리로 이용하려 들고 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2) 계엄 사전모의설(지난해 3월 말∼4월 초 삼청동 안가 만찬)
(당시 모임은 윤 대통령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 실장과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 윤 대통령이 당시 정상적인 정치로 가기 어려워졌다며 비상한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냐
= 그런 취지의 말씀이 있던 걸로 기억한다. 여러 말씀 중에 지나가듯 말씀하셨다. 계엄까지는 생각은 못 했고 어떤 경우든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피력한 적도 있다. 평소에 제가 알고 있던 역사관과 군내 현실,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을 고려할 때 썩 유용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 만찬 뒤, 김용현 전 장관, 여 전 사령관과 차를 마시면서 김 전 장관에게 ‘그런 말씀을 혹시라도 안 하도록 대통령을 잘 모시는 게 부하된 우리의 도리다’라고 당부했다. 대통령과 별도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는 저에게 (윤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는 걸 보고 아주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 얘기할까 봐 대통령의 인간관계를 잘 아는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에게 당부를 했다.
=> 자신은 계엄 의견에 반대했고, 또 자신은 대통령과 가깝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3. 부정선거론
-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나와 부정선거론에 대해 선을 그었습니다.
- 윤 대통령 쪽 증인으로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이 나왔으나 “부정선거 관련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며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1)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
-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선관위가 중국인 개표 사무원을 채용한 사실이 있다.
= 중국 국적자 1명이 개표사무원이었던 것은 맞다.
- 선관위 부정 채용 의혹이 구조적 문제를 낳고 있다.
= 조직의 비리와 부정선거론이 연관관계가 있냐. 제도(가 이미) 개선된 상황에서도 자꾸 과거의 잘못만을 말씀하시고 있다.
- 2020년 인천 연수구을 선거에서 관인이 뭉개진 속칭 ‘일장기 투표지’, 접착제가 묻은 ‘본드 투표지’ 등이 있었다. 투표관리관과 투표사무원 등의 명단을 제출해달라
= 선관위가 해줘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어떻게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 ‘또다른 헌법기관의 조사에 다시 응하라’고 할 수 있느냐.
= 정부에서 상당한 돈을 지원해 선거 서버를 개선한 상황에서 부정선거 주장이 계속 이뤄지는 것이 안타깝다.
2)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선관위 전산시스템이 부실한다는) 국정원 보고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 국정원이 대통령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나
= 제가 있을 때(2024년 2월)까지는 그런 보고를 한 적은 없다.
- (중앙선관위가) 전체 시스템 장비의 5%만 보안 점검한 이유가 뭔가
= 점검 기간, 인원 제한 요소가 있어서 (국정원이 서버 점검을) 많이 할 수 없었다. (국정원이) 열심히 해보니까 전체의 5%만 하게 나온 것이다.(대통령은 선관위가 장비의 5%만 보안점검에 응했고, 나머지는 불은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닌 것입니다. 대통령은 누구한테 어떤 보고를 받았던 것입니까)
- 선거 부정 발생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보나?
= 부정 선거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겠다. 그것은 저희가 본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 점검을 통해 부정선거 가능성 징후를 발견했나?
= 점검은 시스템에 국한했기 때문에 부정 선거와 연결된 부분은 점검하지 않았다. 다만 2023년 7∼9월 선관위에 대한 국정원 보안점검 결과 취약성이 발견됐고 외부 해킹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 외부인이 침투한 흔적을 발견했느냐
= 못했다. 그러나 5%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95% 속에 있을지 없을지는 장담을 못 한다.
4. 언론 기사
한겨레 = 궁색한 이상민 “단전·단수 쪽지 봤지만, 윤 지시 없어”
경향 = 소방청장은 받았다는데…이상민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안 해”
한국 = 이상민 “계엄 국무회의 적법, 반대 없었다”...진술 뒤집고 尹 엄호(4면)
동아 = 이상민 “언론사 단전-단수, 책상위 쪽지 멀리서 봤다” 尹 엄호(4면)
중앙 = 이상민 “언론사 단전·단수 쪽지 봤지만, 윤에 지시받은 적 없어”(4면)
조선 = 이상민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받은 적 없어”(3면)
- 기사는 객관적으로 써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실’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말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말이 ‘사실’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럴 때, 언론이 말한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것은, 역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그대로 전하는 게 됩니다. 저널리즘이 추구한다는 객관성, 그리고 주관적 추정이나 견해를 배제하는 것이 자칫하면, 오히려 ‘거짓’을 증폭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 이상민 전 장관의 말은 누가 들어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인식됩니다. 언론이 이를 ‘독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그대로 이상민 전 장관의 말을 그대로 전하기만 하면,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기사를 그렇게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디지털 속보 기사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 그러나 신문 기사 제목, 그리고 1면 제목을 그렇게 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약간의 견해와 주관을 제목에 넣습니다. 일부에서는 정파적 관점이 아닌, 순전히 저널리즘적 관점에서 ’객관 저널리즘에 어긋난다’, ‘객관적 사실에 주관적 평가를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또 ‘독자들이 그렇게 군더더기 수사를 붙이지 않아도 다 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 이상민 전 장관의 단전·단수 관련 헌재 발언에 대한 신문사들의 기사를 보면, 조선·중앙을 제외한 나머지 언론들은 모두 이 발언의 성격이나 취지를 제목을 통해 간략하게나마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란 관련자’들의 헛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스피커가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선·중앙일보는 제목에서 이상민 전 장관의 멘트 그대로를 따옴표를 통해 전달했습니다. 독자들이 보면, 알아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판단해서 저런 형태의 제목을 붙인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② Now and Then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등 ‘내란죄 피의자·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 권고 등을 담은 안건을 의결했을 때, 회의가 열리는 14층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엘리베이터 앞을 가로막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마다 “사상검증 하겠다”, “이재명 개XX 해봐”, “시진핑 개XX 해봐”, “김일성 개XX 해봐”라고 외쳤고, 취재진에게도 “어느 언론사에서 왔냐”, “왜 대답하지 않냐”, “좌파 언론이라서 말을 못 하는 거 아니냐”라는 식으로 행동 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미국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방패를 든 채 엘리베이터 문앞에 마치 문지기처럼 막고 서 있었습니다.
전반적 상황만 보면 너무 조악해서 다소 코믹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명백한 ‘폭력’입니다. 2025년에 ‘사상 검증’이니 어쩌고 하는 이런 시대착오적인 언사가 여전히 통용된다는 게 개탄스럽습니다. 우리는 그 ‘사상 검증’이란 이름으로 수많은 무고한 이들이 학살당한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철부지 ‘사상 검증’ 놀음을 그냥 우스꽝스러운 시선으로만 바라보기 힘든 이유입니다. 소설 ‘파리대왕’에서 보듯, 인간에게 권력이 주어지면 실제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캡틴 아메리카’ 방패는 어디서 구했을까 싶었는데, 10만원 남짓하는 가격으로 인터넷 구매가 가능하네요. 오늘 노래는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2011)의 OST 중 하나인 ‘Best guys' guns’ 입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들고 있는 ‘성조기’가 ‘캡틴 아메리카’로까지 확장된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CXwAgO-rLI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