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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들에게 개방된 옛 경남지사 관사의 모습. 경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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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 관사가 ‘관선시대 유물’ 혹은 ‘세금 낭비’ 등과 같은 비판을 받으면서 점차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광역지자체에서만 1470개에 이르는 관사가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한겨레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관사 운영 현황’을 분석해보면, 17개 시·도가 운영 중인 관사는 1470개에 이른다. 이는 전국 기초지자체 226곳이 운영 중인 관사는 제외한 수치로, 광역지자체가 운영 중인 관사 현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사 1위’ 강원도…1년 월세만 18억원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사를 운영 중인 곳은 강원도(473개)다. 다음은 서울 317개, 경기 176개, 전남 120개, 경북 101개, 충북 70개, 경남 54개, 충남 39개, 전북 33개, 인천 22개, 제주 18개, 울산 16개 등의 순서다. 17개 시·도 총 공무원 수의 4.2%에 불과한 강원도청 소속 공무원들이 전국 광역지자체 관사의 32.1%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대구(10개), 부산(9개), 광주(7개), 대전(3개), 세종(2개) 등 10개 이하 관사를 운영 중인 곳은 5곳이다.

그렇다면 각 지자체의 관사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사를 운영 중인 강원도의 경우 관사 473개를 짓고 사들이고 임차하는 데 들어간 예산이 129억8962만원에 이른다. 이미 투입된 130억원에 가까운 예산뿐 아니라 임차 관사는 다달이 월세도 내야 한다. 강원도가 매월 부담하는 월세는 1억5235만원으로 연간 18억2820만원 규모다. 이 밖에 관사에 필요한 물품 구입에도 최근 3년 동안 4901만원을 지출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이 사용하는 전기·수도 등 기본적인 운영비조차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2022년 4월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지방자치단체 관사 운영 개선’을 권고했다. 광역·기초단체장 관사를 폐지하고, 소속 공무원이 사용하는 관사 운영비는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하라는 내용이었다.

강원도 조례에도 분명 ‘관사 운영비는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보일러 운영비, 전기·전화·수도요금, 아파트 공동관리비’는 예산에서 지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뒀다. 강원도가 이런 식으로 지출한 연간 운영비는 2022년 3억8407만원, 2023년 5억1065만원, 2024년 6억1811만원 규모로 최근 3년 사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행안부 권고는 알고 있지만 강원도뿐 아니라 타 시·도 상당수 지자체도 여전히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는 춘천과 떨어진 강릉에 2청사를 개청하면서 관사 숫자가 크게 늘었다. 면적이 넓고 교통망이 좋지 않은 강원도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론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행안부 권고에도…9곳은 운영비 고집

강원도의 하소연처럼 기본적인 운영비조차 내지 않는, ‘행안부 권고 패싱 관사 운영비 지원’은 강원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17개 시·도 가운데 행안부 권고를 따르지 않고 여전히 운영비를 지원하는 곳은 부산과 울산, 세종, 강원, 충남, 전북, 전남, 경북, 제주 등 9곳이나 된다. 특히 9곳 가운데 강원도를 뺀 8곳이 대체로 1급과 2급 관사만 운영비를 지원한다. 보통 ‘1급 관사는 단체장, 2급 관사는 부단체장, 3급 관사는 그 밖의 관사’로 정작 하위직 직원들은 빼고 단체장이나 부단체장 등 고위공직자만 골라 운영비를 지원하는 셈이다.

그나마 행안부가 직접 폐지까지 권고하고,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집중된 단체장 관사는 조금씩 개선의 바람이 불고 있다. 17개 시·도 가운데 단체장 관사가 남아 있는 곳은 서울과 대구, 강원, 전남, 경북 등 5곳에 불과하다.

관사에 사는 단체장 5명의 사정은 제각각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당선 직후 ‘주택을 지어 나가겠다’며 관사 폐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집터를 구하지 못하자 대신 월세 명목으로 사용료 120만원뿐 아니라 전기·수도 등 운영비 일체를 내는 조건으로 관사에 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김진태 강원지사는 관사 사용료는 내지 않지만 전기·수도 등 운영비는 자부담하고 있다.

반면, 김영록 전남지사는 관사 사용 단체장 5명 가운데 유일하게 사용료뿐 아니라 전기·수도 등 운영비도 내지 않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운영비 자부담이 원칙이지만 조례에 1·2급 관사는 예외적으로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 조례에 근거해 지원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3년간 전남지사 관사와 2명의 부단체장 관사에는 각각 600만원과 1500만원의 운영비가 지원됐다.

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가 2022년 10월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충북지역 부단체장 관사 운영 실태를 공개하고, 부단체장 관사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관사 등급 폐지, 운영비 지원 중단…변화 시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 관사 운영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지자체도 있다. 서울시는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관사(317개)를 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관사가 운영비를 자부담하고 있다. 고위공직자가 사용 중인 관사도 시장과 재난지휘관인 소방본부장 관사밖에 없다. 서울시 정수연 주무관은 “관사는 정수장 등 시설 관리 때문에 상주하는 직원 등 꼭 필요한 이들이 사용하고 있다. 운영비도 전부 사용자가 낸다.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고위직 간부들이 사용하는 관사의 전기·전화·수도요금 등 운영비 지원을 중단했다. 1급·2급·3급으로 분류해 차별적 지원의 근거가 됐던 등급도 없앴다. 지역에 주택이 있으면 관사 사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입주 요건도 구체화했다. 인천도 지난해 11월 운영비 자부담과 관사 등급 폐지, 사용자·배우자 관내 주택 보유 시 사용 대상 제외 등의 내용을 담아 조례를 개정했다. 대전·충북·경남 등도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에 맞춰 조례를 개정해 관사 운영비 지원을 중단했다. 신동섭 인천시의원은 “시가 보유한 관사는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산 것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 뉴스민 관계자들이 2022년 11월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대구시장 관사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히고 있는 모습. 뉴스민 제공

정부 관사는 예외 없는데…제도 개선 필요

이처럼 시·도마다 운영 중인 관사의 수가 200배 이상 크게 차이가 나고 운영비 지원을 놓고도 제각각인 것은 관사 신설·폐지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기준,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단체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관사를 늘리거나 운영비도 지원할 수 있다.

반면 각 정부 부처가 운영 중인 모든 관사는 기획재정부 훈령인 ‘공무원 주거용 재산 관리기준’의 적용을 받는다. 이 기준에는 전기·수도·통신 등 개인 목적을 위해 사용한 요금과 전등 등 소모성 비품 교체 비용도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명시돼 있다. 지자체 조례와 같은 예외는 없다.

김민수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자체적으로 조사해보니 기초자치단체까지 포함해 전국 지자체 82.3%가 소모성 비용인 전기·수도·전화요금에 대한 예산 지원이 가능하도록 조례에 규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훈령이 규정한 대로 운영비는 자부담하고 예외를 두지 않도록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상위법인 공유재산법(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관사 규제에 대한 내용이 없다 보니 정부에서도 지자체 관사 운영을 강제할 근거가 없다. 조례 개정은 지방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지방의회나 주민 등의 자율적인 견제를 통해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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