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육군부사관학교 임관식에서 신임 부사관들이 경례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서울경제]

병사 봉급 205만 원 시대에 군 허리인 부사관의 간부 처우 개선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에 따르면 육군 중사·상사 계급의 장기복무자 가운데 희망전역·휴직자는 2020∼2024년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다.

이 기간 중사는 연간 희망전역자가 2020년 480명, 2021년 430명, 2022년 580명이다가 2023년 920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는 1140명으로 집계됐다. 휴직자도 2020년 520명, 2021년 630명, 2022년 760명, 2023년 1000명, 2024년 1180명으로 증가했다. 한 예비역 부사관 출신 관계자는 “휴직도 경제적 이유로 군 밖에서 다른 일을 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경우가 잦아 군 이탈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사 역시 희망전역자가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2020년 290명에서 230명, 310명, 480명이었는데 지난해 810명으로 급증했다. 휴직자 또한 2020년 970명, 2021년 1030명, 2022년 1210명, 2023년 1480명에서 지난해 1570명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상사 장기복무자의 지난해 정원은 2만 3100명으로, 약 7% 병력이 휴직 상태다.

계급별로 희망전역과 휴직을 합한 숫자의 장기복무자 정원 대비 비율은 중사의 경우 2020년 3.56%에서 지난해 8.35%로 뛰었다. 군대 생활이 훨씬 오래된 상사는 2020년 7.83%에서 2024년 10.3%로 두 자리 숫자로 높아졌다.

자료: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

눈에 띄는 부사관 ‘이탈 러시’도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부사관 중 전역을 희망하는 이들의 숫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 내 육군 특전사 계급별 희망전역 신청 현황’에 따르면, 작년 12월 3일부터 이달 3일까지 두 달 동안 52명의 특전부사관이 전역을 신청했다.

계급별로 살펴보면 중사와 상사가 각 26명이다. 전역을 희망하는 중사 수는 전년 동기 11명보다 약 2.4배 늘었고, 상사 수는 전년 동기 6명에서 약 4.3배 증가했다. 직전년도 비교 기간(2023년 12월 3일~2024년 2월 3일)에는 전역을 신청한 특전사 중사·상사 수가 총 17명이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특전사 내 중사·상사는 특전사의 현행 작전요원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추 계급이다. 유사시 육지·해상·공중 등 전천후 침투가 가능하며 정찰·정보수집·요인 암살 및 납치·인질구출·게릴라전 등 각종 특수전을 수행하는 최정예 대원들로, 이들이 군 떠나려는 움직임이 급증하고 있어 특수전에 특화된 전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육군 일선 부대에서도 중사·상사·대위 등 중간급 간부들의 전역 희망 사례가 매년 증가 중인 상황에서 특전사에서 유독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 건 낮은 처우에 대한 불만 표출인 동시에 계엄령 선포 당시 직접 동원된 부대라는 것을 불명예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료: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

특전사 출신의 한 예비역 부사관은 “특전부사관은 고도의 작전 수행능력과 체력이 요구돼 일반 전투원 육성에 비해 2배 이상의 훈련기간과 재원이 필요하다”며 “동료 선후배들의 전역 소식은 부대 전체 사기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복무의지를 갖고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요원들에게 심리적 동요를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용원 의원은 “특전부사관의 전역 러쉬 현상은 우리 특수작전수행 능력 저하로 이어져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도 있는 긴요한 문제인 만큼 군 당국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정년을 포기하고 중도에 군을 떠나는 부사관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방부가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아직 정년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의 희망에 따라 중도 전역을 신청한 육군의 중사·상사 계급 부사관은 2021년 658명, 2022년 895명, 2023년 1275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였다.

군문(門)을 떠나는 부사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신임 부사관 충원은 또 다른 걱정거리다.

지난해 경우 1~9월까지 육군에서 전역한 부사관 총 인원은 3170명인데 반해, 신규로 임관한 하사는 1280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전역 부사관 수는 임관 부사관에 비해 적었다. 그러나 2023년 4830명이 전역하고 3360명이 임관하면서 처음으로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신규 임관 부사관이 전역 부사관 수의 절반도 되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역시 전역한 부사관 숫자가 최대를 기록하며 임관한 부사관 보다 많은 역전 현상이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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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