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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복지 차관 "재고용이 바람직···일률적 연장 안돼"
정부 고위 관계자 구체방안 첫 언급
'법적 연장' 노동계 요구과 달리
임금부담은 낮추고 생산성 높일 수 있어
일본식 계속고용제 모델 언급도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11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2033년에 만 65세로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연장되는 가운데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퇴직 후 재고용’ 형태의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정년 연장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향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연금 개혁과 마찬가지로 정년 연장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현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정년 연장’을 요구해왔고 재계는 법정 정년은 연장하지 않는 대신 계약 촉탁직 등으로 ‘재고용’하자고 맞서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년을 65세로 상향하되 시한을 두고 단계적 연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 차관은 우선 고령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그대로 보장하는 일률적 정년 연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금의 호봉과 직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령 근로자 한 명을 정년 연장하면 청년 세 명의 고용이 막히는 결과를 낳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정년 연장이 청년층 취업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신 이 차관은 대안으로 임금 삭감을 전제한 퇴직 후 재고용 형태로 64세까지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에서는 국장급으로 정년을 맞은 직원이 퇴직 후에도 ‘계장급’으로 재고용되면서 이전 급여의 약 70%를 받는 형태로 고용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그는 엔지니어와 같이 기술을 가지거나 전문직 직종의 경우에는 일률적 정년 연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2033년까지 만 65세로 상향 조정하면서 만 60세 고령 퇴직자가 정년퇴직 후 64세까지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 4년간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같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 상향 논의가 맞물리면서 ‘퇴직 후 재고용’ 방식으로 고령층 고용을 계속 유지하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 퇴직자의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해법에 대한 노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퇴직 후 재고용을 언급한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의 주장은 재계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재계는 ‘정년 연장’ 그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담을 느끼면서도 일정 조건하에서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년 자체를 일괄적으로 연장해 기존 임금체계를 그대로 적용하면 기업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고 그만큼 청년 고용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1일 “기존 정규직 고용을 그대로 연장하면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계속 오르게 된다”면서 “현행 호봉제 체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신규 채용 여력을 줄여 청년 실업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구성이 상위 연령층에 치우치면서 조직 운영이 경직되고 새로운 인력 수혈이 어려워져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퇴직 후 재고용 형태를 선호하며 이때 임금을 감액하거나 직급을 조정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인 ‘계속고용제’ 역시 정년 이후에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회사가 재고용하는 제도다.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낮추면서도 경력을 살려 생산성을 이어가는 모델인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퇴직 후 재고용은 근로자 임금을 삭감하는 등 처우를 실질적으로 저하시키고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노동계가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고용 안정성 문제다. 법정 정년까지 일할 경우 받게 되는 기존 임금이 정해져 있으나 재고용으로 전환될 때는 주로 새로운 계약 체결이라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임금이 상당 부분 삭감되거나 계약 기간이 짧아져 안정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노동계의 우려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퇴직 절차를 거친 뒤 재고용되는 형식은 실제로는 계약직이나 파견직 같은 이중적 지위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고령층에 일을 더 하라고는 하면서 정규직 때보다 근무 조건은 훨씬 열악해지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퇴직 후 재고용은 정년이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강등, 임금 삭감이 수반된 ‘반쪽짜리 고용 연장’이라고 평가한다. 이에 노동계가 선호하는 것은 일률적 정년 연장이다. 즉 법정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일괄 상향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퇴직 후 새로 계약을 맺는 절차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고령 노동자가 기존 노동 조건(임금·복지 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근로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은 재고용을 통해 고령 노동자들의 호봉·복지 등 기존 혜택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오랜 경력을 쌓아온 노동자에게 합당한 임금과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정년 연장의 취지”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도 다양한 채널로 소통을 강화하고 있지만 앞선 노사의 의견 차이로 인해 대화가 평행선을 걷고 있다. 지난달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자 계속고용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통상임금 파도가 덮치는 상황에서 일률적 정년 연장보다는 임금을 깎는 재고용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높은 임금을 계속 유지하면서 고령 인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기업이 일을 할 사람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퇴직 후 재고용이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년 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을 해야 한다”면서 “정년 연장은 10대부터 40대까지의 고용률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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