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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전 서구 건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양의 빈소를 찾은 친구들이 조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양 아버지. 김성태 객원기자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하늘(7)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교사가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 같이 죽을 생각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서부경찰서는 11일 기자 브리핑에서 하늘양을 살해한 40대 여교사 A씨가 병원 치료를 받기 전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육종명 대전 서부서장은 “A씨가 전날 목 부위 봉합수술에 들어가기 전 피의자 진술을 받았다”며 “A씨는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 같이 죽을 생각으로 맨 마지막에 가는 아이에게 책을 준다고 말한 뒤 시청각실에 들어오게 해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A씨는 범행 후 자해해 응급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경찰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A씨는 우울증으로 지난해 12월 9일 6개월간의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가 21일 만인 12월 30일 복직했다. 육 서장은 “A씨가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휴직 중에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A씨가 범행 동기와 과정에 대해 “교감선생님이 수업을 못 들어가게 해서 복직 후 3일 후부터 짜증이 났다”며 “(범행 당일) 학교 근처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했고, 3층 교무실에 있기 싫어서 잠겨 있는 시청각실을 열고 들어갔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A씨는 복직 이후에도 이상 증세를 보였다. 지난 5일에는 학교 컴퓨터를 부수고, 6일에는 동료 교사와 몸싸움을 벌였다. 학교 측은 이튿날 교육지원청에 보고했고, 10일 장학사 2명이 학교를 방문했다. 하지만 A씨를 직접 대면하지 못한 채 학교 측에 분리조치를 권고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A씨를 교감 옆자리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지만 사고를 막을 순 없었다. 교육계가 “위험 징후가 있는 교사도 교장이 강제로 일을 못 하게 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제도 정비를 요구한 이유다. 최재모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은 “교사가 (휴직 요인이 된 질환에 대한) 의사 진단서 등을 첨부해 복직을 신청하면 교육청은 30일 이내에 반드시 복직시키게 돼 있다”고 했다. A씨도 복직의 근거로 진단서를 제출했었다. 교사 출신인 전수민 변호사는 “현재는 질환을 이유로 교사를 교단에서 배제할 명시적 근거가 없다”며 “교사 징계 중 해임, 파면 등이 아닌 즉각 분리가 가능한 조치를 법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구성원에 대한 정기적인 정신건강 검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진료를 받은 초등학교 종사자는 9468명, 불안장애로 병원을 찾은 초등학교 종사자는 7335명이었다.

하늘양의 아버지 김모(38)씨는 “가해 교사의 완벽한 계획 살인으로 생각한다”며 “그 피해자가 내 딸이라는 게 아직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어제 아침 엘리베이터 앞에서 환하게 웃던 하늘이가 그날 저녁 하늘의 별이 됐다”며 “앞으로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심신 미약 교사들이 치료 받도록 하는 ‘하늘이법’ 입법 같은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에 A씨의 휴대전화 기록과 노트북·컴퓨터 등을 확보해 범행 전후 행적을 확인하기로 했다. 또 하늘양 시신의 검증영장을 발부받아 12일 오전 부검할 예정이다. 12일에는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참석하는 긴급 협의회에서 대응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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