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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폭력에 범행 전날 ‘분리 권고’ 받아
지난 10일 교사가 학교에서 8살 학생에서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 숨진 어린이를 추모하는 글이 적힌 엽서와 국화 꽃다발, 인형 등이 놓여있다. 엽서에는 “아가, 아프지 말고 편히 눈 감으렴. 미안해”라고 적혀 있다. 최예린 기자

지난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김하늘(8)양은 돌봄교실에서 혼자 나와 대기해 있던 미술학원차를 타러 가는 도중 이 교사에게 끌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교육청은 11일 오전 브리핑을 열어 이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을 밝혔다. 최재모 대전교육청 교육국장은 “10일 오후 4시30분께 학원 차량 운전기사의 연락을 받은 돌봄교사가 학생을 2층 교실에서 내보냈는데, 10분 뒤 운전기사가 ‘아이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다시 돌봄교사에게 연락하고 부모에게도 알렸다”며 “이후 학교 교사들이 학생을 찾아다녔지만 보이지 않자, 오후 4시50분께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알렸고,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돌봄교실로 직접 하교 대행인이 오지 않아도 아이가 혼자 교실 나가 대행인을 만나게 했다고 한다.

교육청 설명으로는, 이후 학교로 달려온 아이 부모·조부모와 경찰, 교직원들이 함께 학교와 주변을 수색하다가 경찰 위치추적 결과 학생 휴대폰이 학교 안에 있는 것으로 파악한 뒤 아이 할머니가 돌봄교실 옆 2층 시청각실 안 장비실에 학생과 교사 ㄱ씨(48)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이 오는 사이 시청각실 문이 잠겼는데, 경찰이 잠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흉기에 찔려 쓰러져 있는 하늘양과 ㄱ씨를 발견하고 오후 5시40분께 하늘양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자해한 것으로 보이는 ㄱ씨는 남편이 현장에 도착한 뒤인 오후 6시15분께 병원으로 후송됐다. 하늘양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이날 오후 6시35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교육청이 밝힌 진상 조사를 보면, ㄱ씨는 지난해 말 우울증을 사유로 6개월의 병가를 신청해 12월9일부터 병가 휴직에 들어갔으나 돌연 복직 신청을 하고 21일 만인 12월30일 복직했다. 병가 전 ㄱ씨는 2학년 담임이었고 복직 뒤엔 교과전담으로 근무했다.

범행 전 ㄱ씨는 지난 5일 컴퓨터 접속이 느리다며 컴퓨터를 부수는 등 폭력 성향을 보였다. 이어 6일에는 불 꺼진 교실에 앉아 있다가 “함께 퇴근하자, 아니면 대화를 나눌까요?”라며 다가온 교사의 손목을 붙잡고 목을 졸랐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장학사들은 사건 당일인 10일 오전 이 학교를 방문했지만 ㄱ씨에 대한 대면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연가 등 ㄱ씨를 분리 조처’ 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학교 쪽은 ㄱ씨에게 ‘교감 옆자리에서 근무하라’고 조처했으나 ㄱ씨가 이날 오후 하늘양을 상대로 범행하는 것을 예방하지 못했다.

최 교육국장은 “ㄱ씨는 우울증을 사유로 휴직을 신청하기 전에도 지난해 자주 병가 휴가를 썼던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가 휴직 전 본인 문제에 대한 고충 등을 교장·교감을 만나 면담했는지는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 앞서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불의의 사고로 숨진 학생의 명복을 빌고, 슬픔과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 경찰과 협력해 사고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유관기관·단체 등과 함께 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email protected]

※유족의 뜻으로 피해 어린이의 실명을 씁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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