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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나흘 전엔 동료 교사 폭행
교육청, 당일 오전 ‘분리조처’ 권고
교감 옆자리 앉혔지만 사건 못 막아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8살 김하늘양이 다니던 대전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11일 오후 인근 학교 1학년 학생들이 국화와 젤리 등을 놓으며 추모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10일 오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8살 어린이는 돌봄교실을 마치고 학원 차를 타러 가는 사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인 ㄱ(48)씨는 경찰에게 “누구든 돌봄교실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와 같이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11일 대전서부경찰서와 대전교육청의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 교사 ㄱ씨는 10일 오후 4시30분께 2층 교실에서 나오는 김하늘(8)양을 시청각실 안 자재실로 유인해 범행을 저질렀다. ㄱ씨는 전날 병원에서 수술 전 경찰에게 “학교 근처에서 칼을 산 뒤 교무실에 있기 싫어서 잠겨 있는 2층 시청각실 문을 열고 있었다. 시청각실 옆에 있는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갈 때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을 생각이었다. 맨 마지막에 가는 아이에게 책을 준다고 시청각실에 들어오게 한 뒤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찔렀다”고 말했다.

육종명 대전서부경찰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ㄱ씨가 하늘양을 유인해 살해한 시간은 돌봄교실에서 나간 (10일) 오후 4시30분에서 5시 사이라고 추정하고 있다”며 “경찰은 이날 오후 5시15분께 하늘양 어머니의 112 신고를 접수하고 2분 뒤인 5시17분 위치추적을 시작하며 출동해 학교와 학교 주변을 수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인근 아파트로 위치추적 신호가 잡힌다”며 인근 아파트를 수색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하늘양 아버지의 위치추적은 학교 안으로 잡혔고, 함께 아이를 찾던 하늘양 할머니가 5시50분께 이 학교 시청각실에서 컴컴한 자재실 안에 쓰러져 있는 ㄱ씨와 하늘양의 가방을 발견해 경찰에게 알렸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자재실 문이 잠겨 있었고,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간 뒤 1~2평 남짓한 바닥에 피를 흘린 채 누워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범행 현장에선 길고 날카로운 칼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ㄱ씨는 10일 오후 교무실에서 나와 자신의 차를 타고 학교에서 약 2㎞ 떨어진 주방용품점에서 범행 도구로 보이는 칼을 산 것으로 파악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하늘양은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저녁 6시35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자해로 중상을 입은 ㄱ씨는 경찰 자백 뒤 봉합 수술을 받았다.

최재모 대전교육청 교육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0일 오후 4시30분께 학원 차량 운전기사의 연락을 받은 돌봄교사가 학생을 2층 교실에서 내보냈는데, 10분 뒤 운전기사가 ‘아이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다시 돌봄교사에게 연락하고 부모에게도 알렸다”며 “이후 학교 교사들이 학생을 찾아다녔고, 오후 4시50분께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알렸다. 이후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수술 전 ㄱ씨는 경찰에게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휴직 중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복직 3일 뒤 짜증이 났다. 교감 선생님이 수업을 못 들어가게 했다”고 진술했다. 교육청의 진상 조사를 보면, ㄱ씨는 지난해 말 우울증을 사유로 6개월의 병가를 신청해 12월9일부터 병가 휴직에 들어갔으나 돌연 복직 신청을 하고 21일 만인 12월30일 복직했다. 병가 전 ㄱ씨는 2학년 담임이었고 복직 뒤엔 교과 전담으로 근무했다.

ㄱ씨는 지난 5일 컴퓨터 접속이 느리다며 컴퓨터를 부수는 등 폭력 성향을 보였다. 이어 6일에는 불 꺼진 교실에 앉아 있다가 “함께 퇴근하자, 아니면 대화를 나눌까요?”라며 다가온 교사의 손목을 붙잡고 목을 졸랐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장학사들은 사건 당일인 10일 오전 이 학교를 방문했지만 ㄱ씨에 대한 대면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연가 등 ㄱ씨를 분리 조처’ 할 것을 권고했다. 학교 쪽은 ㄱ씨를 교무실 교감 옆자리에 앉혔지만 결국 사건을 막지 못했다.

경찰은 11일 ㄱ씨에 대한 체포 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또 12일 오전 하늘양의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도 이 사건과 관련해 오는 18일 긴급 현안질의를 하기로 했다.

한편 대전시교육청은 이번 하늘양 피살 사건을 계기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지원하기로 하고, 이날부터 14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최예린 기자 [email protected]

※유족의 뜻에 따라 피해 어린이의 실명을 씁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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