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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도둑맞은 선거, 늪에 빠진 그들
극우·유튜버 명맥 이은 음모론 尹 만나 전성기
與, 말로는 "동의 안 한다"면서 음모론 재생산
"부정선거 동조하는 건 법치주의 흔드는 일"

편집자주

부정선거 음모론의 망령이 떠돌고 있다. 수많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로 이미 검증이 끝났는데도 극우 진영은 각종 의혹을 신봉하며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파고 들었다. 한국일보는 한미 양국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이들의 행태와 그 배후로 지목된 백만장자 재미동포 애니 챈의 행적을 추적했다.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사랑제일교회 주최로 열린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한 참가자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국가정보원의) 선관위 시스템 일부에 대한 보안 점검 결과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이 해킹에 매우 취약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4일 국회 내란 국정조사 특위에서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사무총장을 향해 이렇게 쏘아붙였다. 부정선거 주장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해당 점검은 국정원 요청에 따라 보안관제시스템 일부를 해제한 채 이뤄졌다. '모의 해킹' 상황일 뿐 현실에선 불가능
하단 뜻이다. 같은 당 장동혁 의원도 "투표관리인이 뭉개져 찍힌 투표지가 다량 발견됐다"고 언급했지만 이 역시 위조 투표지가 아닌 걸로 판명난 지 오래다.

정치권은 여전히 '마냥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 없다'며 부정선거론을 은근히 띄우고 있다. 이를 받아 반복하는 극우 유튜버들은 부정선거론을 '돈벌이 도구'로 여긴다. 결국 음모론은 12·3 불법 계엄 사태와 만나 최전성기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먼저 근거 없는 부정선거론을 단호히 배격하고 음모론을 확산하는 유튜버 등을 적절한 규제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
고 지적한다.

부정선거론 '불씨' 이어온 극우 세력·유튜브

서울서부지법 폭동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5일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선동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강예진 기자


부정선거론은 2020년 총선을 계기로 태동했지만 이후 간신히 명맥만 이어왔다. 여권에서도 민경욱 전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소수 극우 인사들의 주장에 불과했다. 이미 100건 이상의 법원 소송과 그에 따른 검증들로 생명을 다하는 듯했다.

그런데 불씨가 완전히 꺼지진 않았다. 배경으로 ①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아스팔트 보수' 세력과 ②이에 찬동하는 극우 유튜버들이 꼽힌다. 전 목사의 반복된 주장은 유튜버들에 의해 끝없이 재생산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
유튜버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자극적 주장에 구독과 후원이 늘면 다시 음모론에 열을 올리는 과정이 반복되는 악순환
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극우 유튜버들이 지지자와 구독자들의 자발적 후원에 더해 배후 세력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음모론자의 중심에는 백만장자 재미동포 애니 챈(김명혜)이 있다. 극우 정치권의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챈이 주요 부정선거 유튜버들에게 접촉해 금전이나 스튜디오 등을 지원했다는 이야기는 업계에 유명하다
"고 전했다.

음모론에 기름부은 대통령... 與는 애매한 동조

주요 인사들의 부정선거 음모론 발언. 그래픽=강준구 기자주요 인사들의 부정선거 음모론 발언. 그래픽=강준구 기자


부정선거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을 계기로 세가 눈에 띄게 불어났다. 여권 관계자는 "
국가 행정부 수반이 부정선거론자였다는 사실이 음모론자들을 더 열광케 한 셈
"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지지층 결집의 강력한 지렛대로 삼고 있고, 여당 역시 음모론에 대해 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하며 기대고
있다. "부정선거에 동의하지 않는다"(권성동 원내대표)면서도 '국민 불신이 있으니 선거 시스템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군불을 때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당의 행태는 '득표를 위해 민주주의를 망치는 잘못된 태도'라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부정선거를 주창하는) 전광훈 목사도 '표'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는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함께 가려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그동안 의제화되지 못한 음모론을 윤 대통령이 이슈로 끌어올렸고 국민의힘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 김어준·이재명도 부정선거론... "배격해야"

김어준씨는 2017년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에서 제18대 대선 결과가 '전자 개표기'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더 플랜' 스틸컷.


여당뿐만이 아니다. 과거 진보 진영에서도 부정선거론은 정치 도구로 활용됐다. 2017년 방송인 김어준씨는 다큐멘터리 영화 '더플랜'을 통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18대 대선(2012년) 개표과정에서 통계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제18대 대선은 3·15 부정선거를 능가하는 부정선거
"라고 주장한 전례가 있다. 최 교수는 "
자기들한테 불리하면 승복하지 않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한국 정치의 저급함
"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정치권이 부정선거론에 단호히 선을 긋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최 교수는 "대법원에서 증거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음에도 부정선거에 동조하는 건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셈"이라며 "
민주주의의 핵심인 절차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고 강조했다.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제기된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
유튜버는 잘못된 팩트에 충분히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성숙된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
"며 "플랫폼에도 강력한 책임을 묻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레거시 미디어(신문, 방송 등)도 음모론을 재생산할 수 있는 '따옴표 저널리즘'을 경계하고 사실 파악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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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보 기다립니다한국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은 부정선거론의 세력화 과정을 집중 취재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부정선거론과 극단적 보수신념이 확산하게 된 경위와 관련된 이들의 의심스러운 행위에 대해 아는 내용이 있는 분들은 메일([email protected])로 제보해 주십시오.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공동체의 공익과 시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서만 사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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