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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백악관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매길 것”이라던 일명 ‘보편 관세’ 공약이 현실로 다가왔다. 10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주요 수입국은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한국, 독일 등이다.

적국으로 찍힌 중국은 물론이고 이웃도 동맹도 가리지 않는 그의 공세는 정치인보다 ‘비즈니스맨’다웠다. 논리는 단순하다. “미국으로부터 이익을 본 만큼 무언가를 내놓으라”라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전선을 확대하면서 한국 기업들도 피해를 보게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이달 초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한 압박 전략이 일부 효과를 본 만큼 앞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정책은 한층 더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그 저변에는 미국 내부 정치와 우회 수출 차단이라는 복잡한 배경이 깔려 있다.
캐나다·멕시코, 왜 찍혔나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일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캐나다 원유는 10%), 중국 제품에는 기존보다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불법이민자와 펜타닐 등 마약 유입에 따른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활용한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미국 제품에도 상응하는 보복관세 등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불과 3일의 기한을 앞두고 결국 협상을 통해 행정명령 시행을 미루게 됐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마약과 불법 이민자 단속을 위해 미국과 자국 간 국경 보안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게 됐다. 트럼프는 관세 압박으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국경 보안이라는 이득을 취하게 됐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를 통해 마약 문제를 담당하는 ‘펜타닐 차르’를 임명하는 한편, 국경 강화 계획에 13억 달러를 쓰고 마약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인력 1만 명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 역시 마약과 불법 이주민을 단속하기 위해 국경 지대에 1만 명의 병력을 즉시 파견하게 됐다.


반면 중국은 2월 10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10~1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대응책을 내놓은 뒤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24시간 안에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기간 내 양국 정상 간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온도차를 보이는 원인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중국은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를 거치며 각종 제재를 받아 맷집이 세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4192억 달러였던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2024년 2889억 달러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이 차지하는 무역수지 적자 비중도 47.7%에서 24.9%로 하락했다.
세계로 확산하는 압박 공세
그럼에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8787억 달러에서 1조1577억 달러로 외려 늘었다. 중국 말고 다른 나라를 상대로 적자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웃 국가인 멕시코에 대한 적자 규모는 2배로 늘어 비중이 9.3%에서 14.4%로 커졌다. 대캐나다 무역적자도 198억 달러에서 592억 달러로 급증하며 전체 무역적자 중 5%를 웃돌았다.

적자 규모로만 보면 여전히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상대국 입장은 다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캐나다와 멕시코의 대미 수출 비중은 각각 78%, 80%로 국가 전체 수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대표적인 우방이며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옛 NAFTA) 회원국이기도 하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를 오랫동안 별러 왔다는 평이다. 그동안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들의 우회무역 경로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에 멕시코는 값싼 임금과 관세를 바탕으로 한 ‘니어쇼어링(nearshoring)’의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CXO연구소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 집단의 해외법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 25개 그룹이 캐나다에 110개, 멕시코에 91개로 총 210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 지역에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둔 대기업 집단은 삼성(캐나다 50곳, 멕시코 18곳), 현대차(캐나다 13곳, 멕시코 15곳), 한화(캐나다 2곳, 멕시코 12곳) 순이다. 주로 캐나다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2차전지 생산, 멕시코에서는 전자제품과 자동차 및 부품 생산을 하는 식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이 엮여 있다.

게다가 한국은 물론 한국 기업들의 중국 대체 생산기지로 자리 잡은 베트남도 미국에서 흑자를 내는 요주의 국가로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9년 미국의 요구로 한·미 FTA가 개정됐지만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폭은 더 커졌다. 한국의 대미 수출액 비중은 2023년 기준 18.3%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지난해 1~8월 국산차의 52.2%가 미국에 수출됐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직접 투자가 늘면서 한국은 중국의 ‘택갈이’ 우회수출 경로라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관세 수위…“하는 거 봐서”
나라별 ‘관세 폭탄’의 수위는 불분명하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행정명령도 시행이 미뤄졌을 뿐 취소된 것이 아니다. 지난 1월 26일에는 불법이민자가 실린 미국 군용기 착륙을 거부한 콜롬비아가 50%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압박에 굴복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일대일로 참여 의지를 밝힌 콜롬비아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용’으로 분석된다. 이번 철강 관세 발표로 현재 263만t규모 철강 수출에 대해 무관세 쿼터를 적용 받고 있는 한국도 강력한 조정 압박을 받게 됐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정권인수팀 위원장 시절부터 “관세는 협상카드”라고 밝힌 바 있다. 러트닉 지명자는 최근에도 모든 품목에 일괄 과세하되 나라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밖에 트럼프 정부가 요구하는 대가는 ‘방위비 분담’과 ‘생산기지 미국 내 이전’ 등으로 보인다. 지지층인 블루칼라가 선호하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리쇼어링과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통한 미국 내 신규 일자리는 연간 35만 개에 달한다.

미국 내 여론이 이 같은 보편관세 정책에 마냥 호의적이지는 않다. 일각에선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당장 캐나다와 멕시코만 하더라도 미국에 값싼 석유와 공산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 경제분석 업체 TD이코노믹스는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0~70센트, 자동차 판매가격은 대당 3000달러 오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당시 불거졌던 동맹국 이탈 문제도 제기된다. 유리한 협상을 위한 전략이 결과적으로 반발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조용히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한국, 일본, 베트남 등과 달리 당장 다음 협상 대상으로 예상되는 유럽에선 긴장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 임기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에 대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국방비 증액을 요구했던 데다 최근에는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편입 의지까지 밝히면서 분위기는 더 악화하고 있다.

2월 3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강경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날 비공식 기자회견에서 “EU는 부당하거나 독단적인 표적이 된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가 유럽에 경종을 울렸듯 트럼프 정부의 선택과 발언은 EU가 더 단합하게 하고 더 적극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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