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차기 대선의 유력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열흘 전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힌 게 당내외에서 논란을 빚었는데 이번에 ‘주 40시간제’ 도입을 화두로 던진 것도 느닷없다.
근로시간 제도는 국가 경제는 물론 가계와 기업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고, 가계 소득뿐만 아니라 노동자 건강권 문제까지 걸려 있다. 2018년 법정노동시간을 주 62시간 근무에서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타협이 이루어지기까지 기업과 정부·시민사회가 치열한 논쟁을 벌인 까닭이다.
차분히 논의해도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문제인데 이 대표가 근로시간 제도를 다루는 방식은 지나치게 가볍고 진폭도 크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해 ‘주 69시간 근무제’ 도입을 추진하자 “퇴행적이고 반역사적인 일”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자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느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했다. 그런데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첨단기술분야에서 장시간 노동과 노동 착취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라고 다시 뒤집었다.
당내에서 반도체법상 주 52시간 예외 적용과 주 4일제가 상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 4일제가 인공지능(AI)시대 중요 화두이기는 하나, 하루가 다른 첨단기술의 발전에 비춰 우리의 경쟁력과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할 수 있는지부터 찬찬히 따져볼 문제다. 특히 삼성전자급 기업 6개 육성이나 ‘흑묘백묘론’에 ‘실용주의 성장론’까지 아무리 좋은 비전이라도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그때그때 달라지는데 어느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차기 대선용 급조 정책이니, 말의 성찬이니 하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사실과 논리에서 더 치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관성 부재는 국가 지도자의 자질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