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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하게 특정영역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총 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대가 회피수단이 되면 안 된다.”

“또 말 바꾸냐” “52시간(유연 적용) 안 한다는 거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차 본회의장 연단에 선 10일. 국민의힘 의원석에선 “뭐가 진심이냐” “말 바꾼다”는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자 이 대표는 사전 원고에 없던 돌발 발언을 시작했다. 총 노동시간을 지키되 유연화를 도입하자는 내용이었다. 정치권 최대 이슈로 부상한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 ‘주52시간 근로 예외적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러면서도 돌연 ‘주4일제 근무국가’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대표 공약대로면 총 노동시간이 줄어든다. 유연 근무제와는 별개로 사회적 논의가 또다시 필요한 사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이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29분 정도를 경제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대표적인 산업 육성 정책으로 꼽히는 반도체특별법이 주요 쟁점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연구·개발직의 주 52시간 근무 유연화)’ 때문에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만큼, 근로시간 관련 내용이 연설 초반부에 언급됐다.

다만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이 대표의 태도는 여전히 애매모호했다. 이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면서 ‘노동 유연화’까지 동시에 거론했다. 이 대표는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더라도,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의 회피수단이 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등 ‘특정 영역’에 대한 노동 시간 연장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발언이다.

그러면서도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착취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조차 어렵다”고 했다. 이어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당 의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진심이 뭐냐”고 했고, 일부 의원도 “52시간 철회한다는 거냐” “확실히 말하라”고 했다. 일부는 이 대표의 연설 도중 본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잠깐만 기다려 달라. 품격을 지키자”며 원고에 없던 발언을 즉석에서 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주 52시간제인데, 54주를 곱하면 연 2800시간”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노동시간이 1700시간대 아닌가. 지금 3000시간 넘겨 일하자는 거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삼성도 노동 유연화를 하자는 것이지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게 아니라고 한다”며 “최첨단 기술을 갖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겠다는 첨단산업 기업들이 노동을 착취하고 노동시간을 늘려 경쟁하겠다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유연화하되 노동강도가 올라가면, 즉 심야·주말·연장 노동을 하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하지 않나”라며 “그런 방식의 노동 착취로 어떻게 국제 경쟁을 하겠나”라고 했다. 민주당 의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주52시간 예외 적용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큰 이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관련 정책토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소득 반도체 연구진에 한해 ‘주 52시간 예외’를 적용하자는 재계 주장에 대해 “공감한다”고 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대선용 우클릭’을 위해 당의 기조까지 흔든다는 말이 나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는) 기업 마음대로 노동자들을 일 시키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생 참관에도… “법카 토해 내” “너나 잘해”
이날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비아냥으로 점철됐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을 언급하자 여당 의석에선 “불체포특권 포기는 어떠냐” “법인카드 쓴 거나 토해내라”는 말이 나왔다. 기존 ‘먹사니즘’에서 나아가 ‘잘사니즘’으로 가야 한다는 이 대표의 주장엔 “너나 잘하세요”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이에 이 대표는 “초등학생들이 참관하고 있다. 그만하자”며 “내일 여당 대표 말씀 때는 조용히 듣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석에선 총 28번의 박수가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대표 연설 중 고성을 칠 때마다 “좀 들어 보세요!” “조용히 해!”라며 다그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노동 문제와 관련해 “기업 발전과 노동권 보호는 양자택일 관계가 아니다”라며 “일자리가 유일한 복지이고, 사회안전망은 턱없이 부실한 현실에서 기업은 경쟁력을 위해 ‘노동유연성’을 요구하지만, 노동자들은 ‘해고는 죽음’이다를 외친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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