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모습
[해당 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의 한 은행에 침입한 강도를 제압한 용감한 50대 시민은 젊은 시절 특수부대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힘을 숨긴 아저씨'였다.

10일 부산경찰청과 해당 은행에 따르면 은행 강도 A씨를 최초로 제압한 건 당시 은행을 찾았던 고객인 박천규(53)씨였다.

박씨는 이날 강도가 들이닥치기 전 부인과 함께 지점에서 금융 업무를 보고 있었다.

박씨는 이날 강도가 "주목, 주목" 외치면서 "돈을 넣어라, 무릎을 끓어라" 등을 요구했다고 기억했다.

강도의 손에는 비닐에 싸인 총 모양의 물건이 들어있어 공포 분위기는 단숨에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이후부터 강도의 손에 들린 총만 계속 주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는 "집사람이 같이 있고, 여직원들도 많았는데 다들 많이 놀란 상태였다"면서 "손님 중에는 이 상황을 해결할 사람이 저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도 손에 든 물건 빼앗는 용감한 시민
사진 속 총기 추정 물체를 잡고 넘어져 있는 사람이 용감한 시민이다 [해당 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박씨는 중간에 강도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총만 집중해 바라봤다고 말했다.

박씨는 "강도가 서너 발짝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강도가) 혼자 있다 보니 여기도 보고 저기도 보고 감시할 곳이 많았다"면서 "강도가 한 손으로 총을 잡고 있었고 시선도 잠시 멀어져 있는 상황이라 지금 가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찰나에 다가가 두손으로 총을 잡은 거 같다"고 전했다.

빼앗은 비닐 안을 열어봤을 때 안에는 공룡 모양의 장난감 물총이 있었다.

그는 "강도를 덮칠 때만 해도 가짜 총이라는 인식은 없어서 사력을 다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젊은 시절 의무복무를 특공대에서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은 간부부대로 바뀌었지만, 예전 701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다"면서 "복무한 지 오래되기는 했지만, 일반 사람들보다는 총에 대한 잘 알고 있어 공포감이 덜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사고가 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박씨에게 조만간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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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호([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