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윤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권고할 것을 인권위에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권고 등을 담은 안건이 10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가운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날 아침부터 인권위에 모여들어 건물을 점거하고 안건 통과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중구 인권위 건물엔 이날 오전 9시쯤부터 태극기와 성조기, 손팻말, 방패 등을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인권위 건물 앞은 물론 지하 3층부터 지상 14층까지 곳곳에서 대기했다. 오후 3시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안'이 상정될 것으로 알려진 오전 11시 30분쯤, 지지자 30여 명이 전원위원회 회의실이 있는 14층으로 집결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0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로 몰려들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리는 사람에게 사상 검증을 하며 진입을 통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들은 14층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내릴 때마다 "이재명 XXX 해봐" "시진핑 XXX 해봐" "김일성 XXX 해봐"라고 주문했고, 이를 거부하는 취재진에게는 "어느 언론사에서 왔냐" "왜 대답하지 않냐" "좌파 언론이라서 말을 못 하는 거 아니냐"며 황당한 비난을 했다. 한 지지자는 미국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채 방패를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출입자들의 통행을 막기도 했다.

출동한 경찰과 인권위 직원들은 이들에게 "1층으로 내려가라"고 안내했으나, 이들은 "좌파들을 막아야 한다"며 엘리베이터 앞을 계속해서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전원위를 무사히 진행하게 하는 것"이라며 안건 상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회의 저지를 막겠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건물 점거가 이어지자 건물 11층에 위치한 인권도서관은 이용자 안전을 목적으로 임시 휴관했다.

10일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올라온 캡틴 아메리카 목격담. 디시인사이드 캡처

앞서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관련 안건 회의는 안건 상정에 찬성·반대하는 이들의 반발이 빗발치며 계속된 파행을 빚었다. 인권위는 지난달 20일 전원위에 안건을 상정해 비공개 논의하려 했으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인권위 앞 집회를 예고하는 등 소요 가능성이 제기돼 회의를 취소한 바 있다. 같은 달 13일에도 제1차 전원위를 통해 해당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인권위 직원들과 시민단체 등이 회의실 앞에서 규탄 시위에 나서면서 회의가 파행됐다.

한국일보

오세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