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들 “4시간 전엔 도착해야” 걱정
하루 운항의 34%가 특정 시간대 집중
쏠리면 첨단시설 보완해도 정체 불가피
여객기·인력 등 분산 배치 필요성 제기
하루 운항의 34%가 특정 시간대 집중
쏠리면 첨단시설 보완해도 정체 불가피
여객기·인력 등 분산 배치 필요성 제기
지난 7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 이용객들이 보안검색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박준철기자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 가려면 출발 4~6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지난 설날 연휴를 비롯해 최근 인천공항의 ‘긴 줄서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인천공항은 4단계 건설사업으로 2조4000억원을 들여 지난해 12월 제2여객터미널을 확장했고, 스마트패스와 CT-X레이 등 수백억원을 들여 첨단시설을 도입했지만 줄서기는 예전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설날 연휴를 보면 오히려 줄서기가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 수요 회복으로 지난해 인천공항 이용객은 7115만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사상 최대였던 2019년 7116만명에는 못 미쳤다. 올해는 7303만명으로 예상된다.
왜 인천공항의 줄서기는 개선되지 않는 것일까.
■하염없는 대기열·기다림의 연속
세계 어느 공항에서건 줄서기는 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면 체크인을 시작으로 보안검색~출국심사~탑승구까지, 비행기에서 내리면 입국심사와 수하물을 찾을 때도 줄을 선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공항에서 출국할때 1시간, 입국할땐 45분을 권고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출·입국소요시간을 모니티링한 결과, 출국소요시간(개인별 체크인~보안검색~출국심사 시간, 개인 이동시간이나 대기시간은 제외)은 30분 41초, 입국소요시간은 31분 18초라고 밝혔다. 인천공항은 ICAO 권고보다 출국은 30분, 입국은 14분 정도 빠른 셈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걸리는 시간과는 차이가 매우 크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모니터링에서는 여객 100명이 대기할 때 95번째 여객을 기준으로 출입국소요시간을 평가한다”며 “실제 대기시간 등을 포함하면 인천공항은 출발 45분, 도착 40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맞아 A씨는 가족과 함께 지난달 27일 오전 9시에 일본 도쿄로 출발하는 항공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에 3시간 전인 오전 6시에 도착했다. 출국수속에만 1시간 이상이 걸렸고, 안면인식으로 탑승권과 여권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스마트패스에 등록했지만 긴 줄은 여전해 무용지물이었다. A씨는 줄서기에 지친 데다 탑승시간도 빠듯해 면세쇼핑도 못하고 간단히 식사만 한 뒤 비행기에 올랐다. A씨는 “이제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면 4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설 연휴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은 21만4000명으로 개항 이후 설 연휴로는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3%, 2019년에 비해 6% 증가한 것이다. 인천공항은 설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부터 피크타임대 체크인카운터는 물론 보안검색, 출국심사장 등 어디서든 ‘긴 줄서기’가 흔한 풍경이 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설 연휴 혼잡 완화를 위해 출국장을 조기 개방하고 보안검색대를 추가 운영했다. 빠른 보안검색을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생 160명과 제3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보안의 행정인력 15명, 비번·휴일 근무자 40여명을 투입하고 근무시간도 늘리는 등 줄서기 해소에 나섰다.
지난 7일 오후 이용객이 없어 인천공항 출국장이 텅 비어 있다. 박준철기자
■여객기 분산 배치·탄력적 인력·운영 필요
인천공항 줄서기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자, 국토교통부를 포함해 서울지방항공청, 인천공항공사,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합동대책반을 운영하고,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오전 6시부터 여객터미널을 순회했다. 오전 6시에 열던 출국장을 오전 5시로 1시간 앞당기고 보안검색대를 추가 운영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큰 혼잡은 없었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긴 줄서기는 이번 설 연휴뿐만 아니라 겨울·여름·추석 등 여객이 몰리는 극성수기에는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현재도 매일 오전 7~10시면 출국장에 긴 줄이 늘어선다.
이 시간대에 여객기 운항이 집중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하루를 꽉 차게 이용하려는 여행객들이 오전 출발을 선호하는 데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근거리는 같은 항공기로 한번 더 운항할 수 있어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오전 8~11시까지 3시간 동안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여객기는 시간당 평균 59편씩, 모두 177편이다. 하루 출발 항공기 514편의 34%가 이 시간대에 집중 배치됐다. 지난 9일 출발 항공기 527편 중 오전 8~11시에 25%인 132편, 10일에도 출발 528편 중 25%인 134편 배치됐다.
반면 피크시간대가 아닌 낮 12~4시에는 시간당 20~30편에 불과해 출국장도 텅 비어 한산하다. 인천공항 대기열 해소를 위해서는 특정시간대에 집중된 출발 여객기를 분산, 배치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보안검색도 문제이다. 스마트패스가 있지만, 여객이 밀리면 무용지물이다. 또한 인천공항공사는 수백억원을 들여 원형검색기와 자동바구니회송시스템, 액체·고체 폭발물을 자동탐지하는 CT-X레이, AI(인공지능) 판독시스템 등 첨단장비를 도입했지만 줄서기 해소에는 큰 효과가 없다.
보안검색인력도 부족하다. 정원은 1924명이지만, 현원은 1800여명에 불과하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달에 110명을 신규 투입하고, 향후 결원에 대비해 정원의 7%인 134명을 미리 뽑기로 했다. 향후 정원도 늘릴 예정이다.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A씨는 “공항은 보안과 함께 긴 줄서기를 해소하는 것도 기본 업무”라며 “이용객은 과거와 비슷하고 첨단시설도 대거 설치했는데, 줄서기가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줄서기가 있을 때마다 충원하기보다는, 피크시간대와 여객이 없을 때를 고려한 탄력적인 인력·운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피크시간대에 여객기가 집중 배치돼 혼잡도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체크인카운터를 탑승 3시간 전에 오픈하는데, 최근에는 출국 4~6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이용객이 몰리면서 혼잡도가 더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오는 13일 ‘설 연휴혼잡 대응조치 리뷰 및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연다.
지난 7일 인천공항 체크인카운터에 이용객들이 몰려 있다. 박준철기자
지난 설날 연휴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출국장에서 대기열 해소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