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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의원내각제 개헌을 추진한다는 가짜뉴스가 돌고 있다. 이를 막아야 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함께 모인 지난 9일 만찬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한 말이다. 지난 6일 당 개헌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임명하는 등 자체 개헌안 마련을 시작한 만큼 자연스럽게 개헌이 화두가 됐는데,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20250210

참석자들은 “당이 내각제 개헌을 추진한다는 우려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있다”는 의견을 공유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지지자들이 ‘대통령이 탄핵된 틈을 타서 내각제를 한다는 거냐’며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 문자를 안 받은 의원이 없을 정도”라며 “만찬 자리에서 내각제에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런 오해를 없애고 어떻게 제대로 알려야 할지 방법을 같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도 “우린 ‘절대 내각제 개헌은 아니다’라는 데 공감대를 가졌다”고 말했다.

권영세 위원장은 이날 만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 방향에 대해 “일부에서 내각제 개헌 아니냐고 하는데,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대통령제에서는 국회를 견제할 장치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에 불씨를 붙이려 하는 시점에 보수 진영에서 내각제 개헌 우려는 왜 확산하고 있는 걸까. 최근 보수 유튜브 채널을 보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씨와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진영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유튜브 채널 ‘그라운드C’ 운영자 김성원씨는 지난 4일 ‘내각제 세력이 역적인 이유’라는 영상을 올렸다. 김씨는 이 영상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가장 괴롭힌 세력이 당시에 좌파 정당이 아니고 한민당이라고 하는 얼치기 보수 정당이 한국전쟁 때 제일 괴롭혔다”며 “그게 바로 내각제 세력이다. 그래서 제가 내각제 말만 들으면 제가 눈이 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각제 개헌을 하는 사람은 반국가 세력”이라며 “부정선거와 반중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강성 보수 진영에선 “내각제 찬성은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편에 서는 것”이란 취지의 주장이 퍼지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앞줄 왼쪽부터), 정대철 헌정회장,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대개조를 위한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5.2.6/뉴스1


이런 흐름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2일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개헌을 한다면 어떤 권력 구조가 좋은지’를 묻는 질문에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택한 비율이 49%였던 반면, 내각제를 선호한 비율은 17%였다. 특히 자신의 정치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응답층에서 내각제 선호도는 9%에 그쳤다.

국민의힘 의원 사이에서도 개헌제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상당하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내각제 개헌은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해서 탄핵·특검을 마구잡이로 통과시키지 않았느냐. 그런데 그런 국회 권한은 그대로 두고 다수당이 총리를 맡는 내각제가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말했다. 중진 의원은 “보수층에선 ‘대통령이 (탄핵소추안이 기각돼서)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데 의원들이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려 내각제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괘씸해하는 여론도 있다”고 전했다.

그런 이유로 최근 국민의힘에선 내각제 대신 ‘제왕적 국회 방지론’이 떠오르고 있다. 나경원 의원을 필두로 한 ‘돌초’ 의원 모임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왕적 의회 제도”라며 “민주당은 다수 의회 권력으로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없도록 손발을 꽁꽁 묶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제왕적 의회제도를 고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돌초’ 모임은 21대 국회를 건너뛰고 22대 국회에 재입성한 재선 이상 의원 모임이다. 전날 중진 만찬에서도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즉시 국무위원의 직무가 정지되는 부분을 손 봐야 한다”는 등 국회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향의 개헌안이 힘을 얻었다고 한다.

이런 흐름은 원로 보수 정치인의 내각제 선호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최근 원로들은 “의회와 정부가 같이 갈 수 있는 시스템인 내각제가 가장 안정적”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라거나 “독일식 내각제가 바람직”(황우여 전 비대위원장) 등 의견을 내고 있다. 당 개헌특위가 이르면 이번주 개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하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내각제 주장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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