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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능 만점자 중에 공대를 간 학생이 있어요.

그게 왜 뉴스가 되냐, 특이하니까요.

당연히 의대를 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공대 간다니까, 특이한 학생이라고 하는 거예요."

경기 동국대부속영석고에서 진학 상담을 하는 김용진 교사는 최근 의대 선호 현상에 관해 설명하며 이처럼 말했습니다.

'수능 만점자가 의대를 가지 않는 것이 뉴스인 나라'.

그런 나라에서 1년 전 정부는 의대 정원을 5년간 해마다 2,000명씩, 모두 1만 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합니다. 당장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증원을 적용하겠다고 했습니다. 9월에 시작되는 수시 원서 접수를 고작 반년가량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 의대 증원, 연쇄적으로 합격선에 영향…"눈치작전 치열"

의대 증원 발표가 나오자 가장 분주했던 곳은 사교육 기관이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주요 입시 학원들은 발 빠르게 '달라진 의대 정원에 따른 입시 변화'에 대한 설명회를 마련했습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넓어진 의대 문에 들어갈 수 있을지 학원에 상담을 요청했고 N수생과 직장인 문의도 급증했습니다.

최상위권 학생만 들어갈 수 있는 의대 입시에 왜 이렇게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관심을 두는 걸까요? 의대 정원이 늘면 연쇄적으로 다른 학과의 합격 합격선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정시 모집에는 1만 519명이 지원했습니다. 의대 정시 지원자가 1만 명을 넘은 것은 6년 만으로, 상위권 고3 수험생과 재수생 등이 대거 몰린 결과로 분석됩니다.

'의대 쏠림' 현상에 서울대 자연계 정시 지원자는 전년 대비 18.7% 줄었고, 카이스트 정시 지원자는 전년보다 37.9% 감소했습니다.

주요 대학들의 등록 포기자도 이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원 이전인 지난해 연세대 정시 자연계 등록 포기율은 80% 가까이 됐는데, 올해는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증원과 무전공 학과 확대 등 입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올해 정시 지원은 눈치작전 패턴이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 발표…수험생 불안감 커져

올해 입시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이제 관심은 2026학년도 입시에 쏠리고 있습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과 진학 상담 교사들이 우선으로 참고하는 자료는, 각 대학 입학처가 발표하는 '전형 계획'입니다.

지난해 4월 말 발표된 2026학년도 대입 계획에는 학과별, 또 전형별 모집 인원과 지원 자격 등이 담겨있습니다.

2026학년도 전체 의대 정원은 올해보다 500명가량 많은 5,058명.

1년 전 정부가 발표한 '2,000명 증원' 계획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또 변수가 생겼습니다. 1년이 넘게 병원을 떠나있는 전공의, 학교를 떠난 의대생 등 의료계와의 협상을 위해 정부가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지난달 1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입시 현장의 혼란은 커졌습니다.

■ "제로베이스" 언급에 혼란 가중…'사전예고제 무력화'·'사교육 부채질' 지적도

서울 강남의 의대 전문 학원 곽용호 원장은 "의대는 수능 한 문제로 합격과 불합격이 나뉘기 때문에 모집 정원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원이 유지가 될지, 혹은 줄지, 또 그 영향은 어떨지 상담 문의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의대 입시를 위해 지난달부터 지방의 집을 떠나 서울에서 의대 전문 재수 학원에 다니는 김 모 군은 "의대 정원 발표 이후 공대를 가려다 길을 튼 친구들도 있다"며 "지원자는 늘었는데 뽑는 인원이 줄면 (입시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입시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고등교육법상 전형 계획을 1년 10개월 전 확정하도록 규정한 '사전예고제'가 무력화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물론 해당 제도는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전형 계획을 바꿀 수 있다고 명시되기에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발표된 전형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입시 대비를 해왔던 수험생들로서는 갑작스런 변화에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용진 교사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것이 지난 수년간의 입시 결과인데 급격한 변화가 많아지면 예측성이 떨어진다. 그러면 공포감이 올라간다. 그 공포를 파고드는 사교육 마케팅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교육부 "이달 중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 발표…의대 정원도 확정"

교육부는 이달 중 늘어난 의대 정원에 맞춘 교육 정상화 방안과 함께 의대 정원도 확정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의대 정원이 또 바뀐다면 대학들은 이에 맞춰 전형별 선발 인원을 조정한 뒤 늦어도 4월 말까지는 수정된 전형 계획을 대학교육협의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지난해와 비슷한 일정으로 입시 현장의 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지난해 4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의대 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에서 입시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입시를 총괄하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학부모님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습니다.

2023년 6월 '수능 킬러 문항' 배제, 지난해 2월 의대 증원 발표, 그리고 올해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까지 교육부의 느닷없는 입시 정책 발표가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급격한 입시 정책 변화에, 수험생들이 부모나 사교육 기관의 조력 없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특정 이익단체의 일방적 주장을 수용한다면,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혼선만 키울 뿐"이라며, 교육부의 정책 결정은 "정부의 정책을 믿고 의대 입시를 준비해 온 학생과 가족이 입을 불안과 혼란"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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