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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부정선거 음모론 한미 커넥션
미 보수주의 전파 행동에서 영감받아
애니 챈 "대한민국 공산화 막아야" KCPAC 설립
법조인·유튜버·예비역 후원하며 극단적 사상 전파

편집자주

부정선거 음모론의 망령이 떠돌고 있다. 수많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로 이미 검증이 끝났는데도 극우 진영은 각종 의혹을 신봉하며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파고 들었다. 한국일보는 한미 양국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이들의 행태와 그 배후로 지목된 백만장자 재미동포 애니 챈의 행적을 추적했다. "미국 보수주의연합(ACU)의 임무는 미국인과 글로벌 시민들에게 보수주의를 정치 철학으로 가르치는 것입니다."2019년 댄 슈나이더 미보수주의연합(ACU) 상임이사
2018년 개최된 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당시 사진. 메릴랜드=AFP 연합


2018년 미국 최대 보수단체인 ACU의 댄 슈나이더 당시 상임이사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보수주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는 'CPAC365'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CPAC은 일본을 비롯해 한국 헝가리 호주 브라질 이스라엘에 자매단체를 두는 글로벌 조직으
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CPAC이 전파한 이념은 '진보는 반국가적 가치'였고, 보수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 선거에서 우위를 차지하면 부정선거론까지 설파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백만장자 재미동포 애니 챈(김명혜)이 주도했다. CPAC의 영향력과 그의 신념이 결합돼
2019년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을 창설
했다. 미국의 부정선거론을 한국에 이식하는 거점인 셈이다.

한미 '부정선거론' 확산의 시작

미국 CPAC 산하 자매단체. 그래픽=이지원 기자


챈은 KCPAC을 만든 계기로 "슈나이더 이사와의 만남"을 꼽았다. 챈은 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고 말했다. 이후 국내에서
△종전선언과 남북협력 사업 반대 △2020년 4·15 부정선거 담론 형성 △미 공화당 및 트럼프 지지세력과의 네트워크 형성
을 물밑에서 지원해왔다.

그 선봉에는 챈이 만든 단체를 세웠다. KCPAC을 비롯해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KAFSP)와 원코리아네트워크(OKN), 한미동맹USA재단(KUAUF)이 대표적이다. 단체들을 매개체로 보수 성향 회원들을 끌어모았다.
KAFSP는 극우 성향의 예비역 군인, OKN은 적극적 북한 인권 활동가들, KUAUF는 보수 성향의 미주 한인들을 결집하는 창구
로 활용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극우 정치권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9일 "
챈이 국내 우파 유튜버들과 접촉
해 스튜디오를 제공하는 등 막대한 후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KCPAC 등의 활동은 극단적 복음주의 또는 보수주의 성향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홍보가 이뤄졌다.
챈과 협력했다고 지목받은 유튜버는 "자문을 받고 싶다고 해서 연락을 한 번 받았을 뿐, 후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챈이 부정선거론을 앞장서 주장해온 '스카이데일리' 신문을 대량구매해 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상계엄 당시 주한미군이 선관위에서 중국인 해커 99명을 체포했다는 가짜뉴스를 확산시킨 매체다.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의 저자 낸시 맥클린 듀크대 교수는 본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극우 이데올로기 확산의 원천을 파악하려면 자금을 따라가야 한다"며 "
CPAC은 석유재벌과 총기협회, 극단적 종교단체들의 후원을 받아 교모하게 대중을 파고들어 극우사상을 전파해왔다
"고 말했다. 이어 "(이런 단체들은) 네트워크를 만들고 연구기관을 세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서 "그 기관에서 양성된 인재들은 극우 이념을 전파하는 행동대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취임식 초청받은 KCPAC 임원들

2020년 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강연 및 부스 이용을 위해 협찬해야 하는 비용 내역. CPAC 자료


특히 챈은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우선 부정선거 관련 소송과 토론에 강점을 가진 법무법인 황금률의 박주현 대표변호사와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를 끌어들였다. 미국에서는 고든 창 평론가와 그랜트 뉴스햄 KCPAC 미국지부 대표, 프레드 플라이츠 미우선정책연구소(AFPI) 부소장 등과 친분을 쌓으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챈은 또 미 공화당을 상대로 한 로비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공개데이터에 따르면,
챈은 2018~2020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에만 9만7,925달러(약 1억4,000만 원)를 후원
했다. 하와이 지역 매체에선 현지 공화당 위원회 후원자 상위 5명에 언급될 정도였다. 그의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에서조차 소수의견에 불과했던 '2020년 4·15 부정선거론'은 한국을 넘어 미국에까지 전파됐다.

챈은 박 변호사와 최 교수를 비롯한 대표 부정선거론자들의 미국 진출을 적극 도왔다. 지난해 각각 KCPAC 대표와 공동의장을 맡은 두 사람은 올 1월 20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행사와 무도회에 참석했다. 챈의 금전적 후원 덕분
이었다.

KCPAC이 미국 연례행사인 CPAC의 특별세션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도 챈의 자금 지원
덕분이었다. 본보가 입수한 '2020년 CPAC 협찬' 자료에 따르면, 이 행사에서 홍보물을 전시하려면 4,000달러(약 580만 원)의 비용을 내야 하고 부스를 이용해 발표회를 하려면 12만5,000달러(약 1억8,000만 원)를 납부해야 한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KCPAC은 2020년 CPAC 행사에 최소 7만5,000달러를 내고 전시공간을 확보해 홍보 영상물을 게시할 수 있었다.

재미 한인의 정체성을 추적해 온 전후석 다큐멘터리 감독은 "
CPAC 같은 단체들은 교포 사회 내에서도 비주류 소수집단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인식하는 미국 가치와 제도를 세계 곳곳에 전파하고 수호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는 듯하다
"고 전했다. 미국 변호사 출신인 전 감독은 재미 한인들의 모습을 영화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들은) 일종의 종교적 사명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반국가적 종북세력 척결'이라는 프레임은 보수 종교 성향의 재미한인들에게 '선과 악의 문제'로 이해돼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됐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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