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달리
이 기사는 2025년 2월 10일 10시 2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티웨이항공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현직 임원들의 우리사주 인출이 계속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사주 인출은 우리사주조합에 예치된 주식을 임직원 개인의 증권 계좌로 옮기는 것을 뜻한다.
임원들의 우리사주 인출이 잇따르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먼저,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대폭 오른 만큼 시장에서 팔아 차익 실현을 하려는 것일 수 있다. 티웨이항공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0% 오른 상태다.
혹은 우리사주조합 명의가 아닌 임원 명의로 보유함으로써 이번 정기 주주총회 이후에 소집될지 모를 임시주총에서 현 경영진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 조합이 반드시 현 경영진 편에 설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 임원들은 지난달부터 잇달아 우리사주를 인출하고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이모 상무가 2만6954주를, 17일엔 박모 상무가 2만7754주를 인출했다.
유모 전무는 주가가 대폭 오른 지난달 말과 이달 초 3만주를 장내매도한 뒤, 지난 7일 우리사주 2만8302주를 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11만704주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정모 전무는 지난달 31일 11만6226주를 인출해 개인 계좌에 갖고 있다.
최근 티웨이항공 임원들의 우리사주 인출 행렬은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과 얼추 맞물린다. 지난달 20일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 현 최대주주인 예림당 측에 경영개선 요구서를 발송, 나성훈 부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관련 기사☞ [단독] 티웨이항공 경영권 분쟁 시작… 대명소노, 경영개선 요구서 발송) 주주명부 폐쇄일인 작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예림당·티웨이홀딩스가 보유한 티웨이항공 지분은 30.05%였으며, 2대주주 소노인터내셔널·대명소노시즌의 지분율은 26.77% 수준이다.
임원들이 우리사주를 개인 계좌로 이전하는 이유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도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사주를 인출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로 티웨이항공 임원들은 지난해 10월 주가가 대폭 올랐을 때도 지분을 장내매도한 전례가 있다. 한 임원은 10~11월 총 2만주를 매도해 약 7000만원을 현금화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임원들의 매도 단가가 3000원대였는데 지난달에는 4500원까지 올랐으니, 더 많은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임원들의 우리사주 인출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이들이 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두지 않고 직접 보유하면, 조합의 의결권 행사 방향과 관계없이 현 경영진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임원은 일반적으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최근 티웨이항공 임원들의 우리사주 인출이 잇따르면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0.14%까지 오른 상태다. 작년 말 주주명부 폐쇄일(30.05%)과 비교할 때 0.09%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우리사주조합의 보유 지분은 최대주주나 현 경영진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주총에서 반드시 이들의 편에 설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사주조합의 의결권 행사 방향은 조합원 총회 결의를 통해 정해지는 게 원칙이다. 대명소노그룹이 우리사주조합에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다수결로 정할지 여부에 대해 들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임원들이 인출한 우리사주의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고 싶어도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불가능하다. 주주명부 폐쇄일 이후에 인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주총이 끝나고 임시주총이 소집된다면, 해당 주총에서는 임원들이 최근 인출한 우리사주에 대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