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교수 유튜브 채널 캡처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이집트 편의 오류를 지적했던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이 이번에는 건축가 겸 방송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를 비판했다.
곽 소장은 지난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어제부터 화제가 되는 유현준의 ‘공간이 만든 공간’을 읽어봤다”며 “2장 ‘문명을 탄생시킨 기후 변화’는 내 전공과도 관련이 있는 장이었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갔다. 그런데 내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딱 이 2장까지였다”고 적었다.
이어 “저자는 단편적인 사실적 근거를 토대로 꽤 진취적인 논리적 도약을 시도하는 것 같았고, 그런 ‘도약적 사유’는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그가 도약적 사유의 전제로 삼고 있는 사실적 근거들 가운데는 그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곽 소장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에서는 기원전 95000년경부터~ 그리고 중국에서는 기원전 2500년경부터 농경이 시작됐다’는 책 일부를 발췌하며 “문제의 여지가 상당한 문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초의 농경이 확인되는 공간은 터키 동부-시리아 북부 지역”이라며 “이 지역은 유프라테스강 상류와도 관계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메소포타미아’라고 부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도 기원전 2500년보다는 훨씬 더 이전부터 농경의 흔적이 확인된다”고 꼬집었다.
곽 소장은 ‘인류 최초의 도시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만들어진 우루크라는 도시’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루크가 도시화되는 것은 우바이드 시기(기원전 5500-3700년경) 후반부”라며 일반적으로는 기원전 7500년경 집약적 취락이 등장한 차탈 회위크를 ‘최초의 도시’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업을 통해서 수렵 채집보다 2000배가량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공간을 만들면서 인류는 지능상의 큰 변화를 만들게 된다’라는 유 교수의 주장에도 “현생 인류, 다시 말해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대략 16만~9만년 전에 나타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 이후 인류는 지능의 측면에서는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농업이라는 생계 경제는 인간의 삶을 많은 부분에서 바꿔놓았지만 인간 지능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곽 소장은 2020년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2회 클레오파트라 편이 방송된 뒤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 힘들 지경”이라며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라고 설민석을 공개 비난했다.
제작진은 이후 “방대한 고대사의 자료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설민석도 “제가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서 생긴 부분”이라고 사과했으나, 그가 2010년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논문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연구’의 표절률이 52%라는 보도가 나오며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설민석은 결국 출연 중이었던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