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국민일보, 1심 판결문 6건 분석해보니…

솜방망이 처벌 여전… 평균 징역 4.6년
폐지된 영아살해죄 취지 참작 감경

영아를 살해·유기하는 경우에도 일반 살해·유기죄와 동일하게 중형을 선고토록 개정한 형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3년 ‘수원 영아 시신 냉장고 유기 사건’과 보건복지부의 ‘그림자 아이’(출생 미신고 아동) 2100여명 전수조사 등을 계기로 관련 법이 바뀌었지만 법원이 영아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일보가 9일 최근 1년간 선고된 영아 살해 관련 1심 판결문 6건을 분석한 결과, 영아를 살해한 이들이 선고받은 평균 형량은 징역 4.6년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엄연한 살인으로 판단된 범죄인데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도 2건 있었다. 이는 저항 능력이 없고 사회적 약자인 영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겠다는 법 개정 취지와 배치된다.


당초 형법은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는 경우, 참작할만한 동기가 있는 경우’에 대해 영아 살해는 10년 이하 징역, 영아 유기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2023년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서는 이 조항들을 삭제해 일반 살해·유기와 같은 형량을 선고토록 했다. 형법상 직계존속 살해죄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법 250조), 직계존속 유기로 생명에 위험을 발생케 한 경우 2년 이상 징역(형법 271조)에 처한다고 돼 있다. 개정안은 형이 가중되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2월 9일부터 시행됐다.

법 시행 이후에도 법원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다. 간호조무사로 일해온 A씨는 2016년 6월 갓 태어난 아이를 차량에 일주일 가까이 방치했다. 당시 기온은 28도여서 밀폐된 차량 내부는 불가마 수준으로 뜨거웠지만 A씨는 물 한 모금 주지 않았고 아이는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미등록 출생아 전수조사를 통해 이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창원지법 전주지원은 지난해 4월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B씨는 지난해 6월 병원에 가지 않은 채 아이를 낳았다. 가족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웠다는 이유로 갓난아이가 울음소리를 못내게 다리로 압박해 질식사시켰다. B씨에게는 살인죄가 적용됐지만, 청주지법 충주지원은 지난달 9일 ‘참작동기살인’ 유형을 적용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에서의 가족 살인에 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분석 결과 B씨처럼 살인죄가 적용되더라도 ‘참작동기살인’ 유형으로 분류돼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6건 중 4건은 참작동기살인이 적용됐고, 영아유기치사와 아동학대치사가 각각 1건이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참작동기살인의 경우 징역 4~6년, 영아유기치사는 징역 2~4년, 아동학대치사는 징역 4~8년을 각각 선고토록 하고 있다.

곽지현 변호사는 “일부 판례를 보면 영아살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이미 폐지된 영아살해죄의 취지를 참작해 감경사유로 삼는다”고 비판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태아는 누구보다도 보호받아야 할 생명이고, 이들에겐 의지할 곳이 단 한 명밖에 없다”며 “법원이 어린아이의 목숨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955 ‘전동 킥보드’ 면허 신설에…“필기 보면 누가 따겠냐”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5.02.10
44954 딥시크 쇼크, 드러난 IT 강국 한국의 수준 [EDITOR's LETTER] 랭크뉴스 2025.02.10
44953 [속보] 트럼프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25% 부과하겠다” 랭크뉴스 2025.02.10
44952 “살인마 소리 들어” 장성규, 오요안나 관련 ‘가세연’에 항의 랭크뉴스 2025.02.10
44951 트럼프 "모든 철강·알루미늄 25% 관세…11~12일 상호관세 발표" 랭크뉴스 2025.02.10
44950 출퇴근길 ‘칼바람’ 강추위 지속…아침 최저 -15도 랭크뉴스 2025.02.10
44949 “소프트웨어 패배주의 만연”...한국, 빅테크 '간택'만 기다린다[딥시크, 딥쇼크②] 랭크뉴스 2025.02.10
44948 이재명, 오늘 교섭단체 대표연설…주제는 ‘회복과 성장’ 랭크뉴스 2025.02.10
44947 ‘여수 선박 침몰’ 수색 이틀째…실종 5명·사망 5명 랭크뉴스 2025.02.10
44946 봉준호 "비상계엄 후 해외배우들 연락 빗발쳐…그 어떤 SF보다 초현실적" 랭크뉴스 2025.02.10
44945 문재인 전 대통령 인터뷰 ② “민주당 포용·확장할 때…이재명 대표도 공감” 랭크뉴스 2025.02.10
44944 [Why] 삼다수가 제주·칭다오 직항로 개설에 특히 간절한 이유 랭크뉴스 2025.02.10
44943 "과격 집회·혐오... 尹 올 때마다 겁나요" 한옥마을 멀리하는 외국인 여행자들 랭크뉴스 2025.02.10
44942 이장직 물러난 이재명…재명이네마을 “개딸 동원령” 무슨일 랭크뉴스 2025.02.10
44941 설민석 오류 잡아낸 고고학자, 유현준에 “문제 여지 상당” 랭크뉴스 2025.02.10
44940 아직 선원 5명이 차가운 바다에…여수 침몰 어선 수색 이틀째 랭크뉴스 2025.02.10
44939 지난해 항공기 4대 중 1대는 늦게 출발·도착···지연율 1위 항공사는? 랭크뉴스 2025.02.10
44938 트럼프 “중동 국가에 가자지구 땅 일부 줄 수도” 랭크뉴스 2025.02.10
44937 정권연장 45.2%·정권교체 49.2%…국민의힘 42.8%·민주 40.8%[리얼미터] 랭크뉴스 2025.02.10
44936 "북유럽 안전 해치는 스웨덴 갱단"… 스웨덴에 무슨 일이? 랭크뉴스 202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