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효율부 ‘재무부 결제시스템 접속’에
법원 “개인 민감 정보 접근권 없어 위법”
‘해외원조 기관 폐지’ 추진도 “일단 중단”
트럼프·머스크 ‘초법적 권력’ 견제 의도?
법원 “개인 민감 정보 접근권 없어 위법”
‘해외원조 기관 폐지’ 추진도 “일단 중단”
트럼프·머스크 ‘초법적 권력’ 견제 의도?
8일 미국 워싱턴의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청사 앞에서 시위대가 전날 이곳으로 사무실을 옮긴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를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집권 2기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2기 실세’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의 ‘광폭 행보’에 대해 미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주말에만 DOGE의 미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속 권한을 정지시키는가 하면, 미국의 해외 원조를 전담하는 연방기관 ‘국제개발처(USAID)’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에도 ‘일시 중단’ 명령을 내렸다. 미국의 오랜 전통을 무시하고 입맛대로 연방정부 축소·재편을 추진하는 ‘트럼프표 정책’이 사법부라는 벽에 부딪힌 셈인데, 결국에는 연방대법원에 의해 최종 정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머스크는 특별 공무원에 불과"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폴 엥겔마이어 뉴욕 남부연방법원 판사는 이날 오전 DOGE에 부여된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근 권한’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등 19개 주(州)의 법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 행정집행을 중단하라는 긴급 임시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법원 결정의 핵심 메시지는 ‘공식 정부 부처도 아닌 DOGE가 민감한 개인정보에 접근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는 현재 특별 공무원 자격으로 DOGE 수장을 맡고 있을 뿐이다. “재무부 소속이 아닌 정무직 또는 특별 공무원은 재무부 결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다”고 엥겔마이어 판사는 못 박았다.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취임식 전날인 지난달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작년 11월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껴안으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국제개발처 직원 2700명 해고 안 돼"
특히 재무부 시스템에 미국인의 개인·금융 데이터가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DOGE의 접속으로 민감한 기밀정보가 공개되고, 시스템이 해킹에 더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와 ‘정부효율부’로 명명된 곳이 주요 사이버·국가 안보의 허점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훨씬 더 큰 의문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이번 법원 결정은 머스크 권한 확대를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튿날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머스크에게 국방부·교육부 등 모든 부처의 비용 지출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DOGE 직원들에게 목표물을 골라 조사하라고 지시할 것이며, 모든 게 조사할 만하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트럼프·머스크 팀의 초법적 권력’에 대한 사법부의 견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의 비슷한 조치는 또 있다. 7일 칼 니콜스 워싱턴연방법원 판사는 USAID 직원 2,700명에게 내려진 행정휴가 명령을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미국 연방정부 최대 노동조합 등이 제기한 소송으로, 니콜스 판사는 “해고를 위한 유급휴가 명령을 받은 2,200명과 이미 휴직처리된 500명 직원을 복직시키고, 해외 체류 중이었던 USAID 직원들의 ‘30일 내 강제귀국’ 조치도 중단하라”고 했다.
지난 3일 미국 워싱턴의 국제개발처(USAID) 청사 인근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의 '해외 원조 중단·USAID' 폐쇄 움직임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계획 다수, 법원이 속도 늦춰"
바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원조 또는 지원 중단’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점도 공교로운 대목이다. CNN은 해당 행정명령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거의 모든 외국 원조를 동결하고, USAID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고 맥락을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막무가내식’ 행정명령은 법원에서 줄줄이 가로막히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출생 시민권’을 부정한 행정명령과 관련, 여러 법원에서 ‘수정헌법 위반 소지’를 이유로 집행 중단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NYT는 “법원이 트럼프의 많은 계획들에 브레이크를 걸며, (그 실행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