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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작업자들이 대한항공 로고를 새긴 항공기를 청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늘색 바탕에 태극 마크를 새긴 KOREAN AIR’.

대한항공의 상징과도 같은 브랜드 로고가 40여년 만에 교체를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1984년부터 사용해온 로고를 올 상반기 중 바꿀 계획이다. 자회사 아시아나항공과 완전한 통합을 위해서다. 승무원 유니폼 교체는 물론 항공기 도색에만 수년이 걸리는 ‘대공사’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새로운 CI(Corporate Identity·기업 정체성)가 아시아나와 융합의 구심점이자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CI는 ‘기업의 얼굴’로 불린다. 대한항공뿐 아니라 최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CI 교체(신설) 바람이 분다. HD현대(2022년)와 HS효성(2024년)이 대표적이다. 최근 10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롯데·DB(2017년), 기아(이하 2021년), DL(옛 대림), LX(LG에서 분리)로 늘어난다. 삼성(2015년)·SK(2005년)·현대차(2011년)·LG(1995년) 등 재계 선두 기업에 이어 새 기류다.

대한항공과 HD현대의 경우 각각 분위기 쇄신 측면이 있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명예회장이 2019년 별세한 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며 CI 교체를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창사 후 최대 위기로 꼽힌 코로나19가 닥친 데다, 인수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면서 보류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CI 교체는 아시아나와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계기로 수년간 어수선한 분위기를 반전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 바뀐 회사 로고가 붙어있다. HD현대 제공

HD현대의 CI 교체는 3세 경영자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의 경영 드라이브와 관련 있다. 지난 2022년 현대중공업지주에서 사명을 HD현대로 바꾸고, 잇달아 CI도 교체했다. 범현대가(家) 기업이 함께 써온 녹색·노랑색 피라미드 모양의 CI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그룹 이미지를 강화했다. HS효성의 CI 신설은 지난해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 첨단소재 등 사업을 들고 계열분리한 3남 조현상 회장의 작품이다. 앞서 롯데도 신동빈 회장이 형과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하고 지주사를 출범하면서, DL도 이해욱 회장이 취임한 뒤 각각 CI를 바꿨다.

김동균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산업디자인) 교수는 “글로벌 대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들의 CI 교체 주기는 짧지만, 내용상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며 “애플 컴퓨터가 2007년 ‘컴퓨터’를, 던킨도너츠가 2019년 ‘도너츠’를 CI에서 각각 떼어내며 사업 확장과 맞물려 CI를 과감하게 바꾼 것과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CI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우선 비용이 많이 든다.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작업을 맡기는 편인데, 건당 10억~20억원 가까이 든다. CI 교체 이후 국내외 매장·제품 등에 대대적으로 새 CI를 적용해야 한다. 2005년 CI를 바꾼 SK가 SK텔레콤·SK주유소 간판 교체에 들인 비용만 1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교체를 알리기 위해 광고비도 쏟아부어야 한다. 자칫하면 CI 교체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총수가 대주주인 지주사가 CI 교체에 따른 상표권 수익을 계열사들로부터 긁어 모은다는 지적도 단골로 따라붙는다.

대기업은 신사업 진출, 서비스 전환, 이미지 개선 등을 CI 교체 이유로 든다. 김동균 교수는 “CI 교체는 기업이 말 그대로 정체성(identity)을 바꿔야 하는 수준의 변신이다. 한 번 바꾸면 되돌리기도 어렵다”며 “CI가 오래됐거나, 총수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교체하기보다 (교체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이 얼마인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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