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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식 이유 출교’ 법적 소송…이동환·남재영·윤여군 목사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했다는 이유로 감리회에서 출교형을 선고받은 남재영 목사(왼쪽)와 이동환 목사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아닌 환대와 사랑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함께 들고 있다. 이 목사 제공


“창시자도 당시 수감 동성애자 돌봐…이것이 감리교 정신

교회 안 반동성애 세력 득세…교리의 정신으로 돌아오길”


2023년 12월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동환 목사가 교회 재판에서 출교를 선고받았다.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게 출교 이유였다. “동성애자도 영혼을 가진 이들인데, 이들을 축복하는 것은 목회자로서 해야 할 상무다. 어떻게 교회가 이를 빌미로 목사를 교회 밖으로 잔인하게 내쫓을 수 있나.” 남재영 목사를 비롯해 수십년 목회를 이어온 선배 목사들은 충격을 받았다.

가만두고 볼 수 없었다. 남 목사와 윤여군 목사 등 10여명은 지난해 6월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이 목사가 했듯 성소수자 축복식을 진행했다. “성소수자 길벗들이 그 모습 그대로 우리의 식구가 되게 하소서.” 기도문이 끝나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6개월 뒤 감리회는 두 사람도 교단에서 쫓아냈다. 동성애 찬성을 금지한 감리회 교리와 장정 3조 8항에 반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출교당한 세 목사는 지난 7일 전화 인터뷰에서 출교형을 남발하는 감리회에 “교리의 정신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감리회가 성소수자 축복을 문제 삼는 것이야말로 감리회 정신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동성애 찬성 금지 조항이 교회법에 들어온 것도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남 목사는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부터 당시 동성애 찬성을 경계하던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수감된 동성애자를 끝까지 돌봤다”며 “이것이야말로 감리교 정신”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특정 교리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대원칙 안에서 감리교의 다양성이 꽃폈던 것”이라며 “한국 감리교가 동성애를 대하는 모습은 이러한 전통을 부정하고 전체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교단은 성소수자 이슈를 논의하는 대신 결과를 정해놓은 듯 교회 재판을 진행했다. 목사들은 심사위원 제척 규정 위반이나 심사기한 도과 등 여러 차례 재판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목사는 “신앙과 양심을 공유하는 감리교 구성원들이 하는 정상적인 재판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며 “광풍이 몰아치듯이 재판위원회가 내가 하는 얘기는 들으려 하지조차 않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연회마다 판단 기준이 달랐다는 것이다. 성소수자 축복식을 진행한 다른 목사들에 대해 서울연회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재판을 각하했다. 경기연회와 중부연회가 각각 이 목사와 윤 목사에게 끝까지 출교형을 내린 것과 비교된다. 이 목사는 “감리교 재판이 법리에 의해 판단하기보다 졸속이고 자의적으로 이뤄지는지 잘 보여준다”고 했다.

이들은 감리교 내 반동성애 세력이 최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필두로 한 개신교계 내 극우세력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지지를 이유로 교회 재판을 강행하며 “사형 선고”와 같은 출교 결정을 내린 모습과 전 목사가 “반국가주의자 완전 처단”을 외치는 모습이 똑 닮아 있다는 것이다.

남 목사는 “교회 안에선 동성애대책위원회가 완장 찬 서북청년단처럼 돌아다니면서 ‘누구 하나 걸리면 출교시켜 버린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내부에서 자기 위세를 과시한다”며 “전광훈이 광장에서 자기 위세를 자랑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극우적 세계관은 세상이 사탄에 사로잡혀 있다고 보고 동성애와 이슬람, 공산주의 등을 그 증거라고 주장한다”며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처단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찍어내 버리거나 광장에서 ‘격파하겠다’는 언행이 나오는 것이다. 모두 감리교를 병들게 하는 존재”라고 했다.

이들은 출교 이후 많은 교인이 위축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 목사는 “주변에서 출교를 규탄하는 입장 표명을 꺼리며 ‘그랬다간 우리도 쫓겨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해 들었다”며 “많은 이들이 목사로서 원칙과 올바른 태도를 갖지 못하게끔 현실적 위협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이 싸움을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고도 했다. 출교를 겪으며 오히려 목사의 존재 이유를 느꼈다고 한다. 윤 목사는 “출교된 이후로 인천 강화의 작은 교회까지 와서 예배를 보기 시작한 분들이 있다”며 “적어도 이 상황에서 내가 가는 길이 맞다는 마음을 전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 실망하고 떠난 이들도 많지만 종교 본연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기억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은 계속 싸워나갈 작정이다. 윤 목사는 출교형에 대한 교회재판 상소심을 시작했다. 남 목사는 대전지법에 출교 처분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제일 먼저 출교당한 이 목사는 출교 이전에 받았던 정직 2년 징계 무효 소송 항소심을 이어가고 있다.

교회에서 성소수자 지지를 이유로 고초를 겪는 건 이들만이 아니다. 충북연회 소속 목사 2명이 성소수자 축복을 이유로 교회재판을 앞두고 있다. 침례회는 지난해 11월 교단 소속 목회자의 동성애 지지 행사나 집회 참석을 금지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남·윤 목사는 교리와 장정 3조 8항을 개정하는 활동에 이어 다른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론장도 만들어갈 계획이다.

남 목사는 “궁극적으로 성소수자도 우리와 똑같이 영혼을 가진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끊임없이 얘기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그리고 반동성애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선 구조적으로 얽혀 있는 정치적 극우 세력과 어떻게 싸워갈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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