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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상장 시 공모가액 정할 때
매출·영업이익·순이익·순자산 등 모델 다양
매출 고른 회사는 이익·순자산 미흡한 경우 많아
상장해서도 좋은 평가 못 받아… 첫날 평균 12% 빠져

조금이라도 더 공모가를 뻥튀기하려는 새내기 기업과 주관사의 과욕에 ‘공모주 불패 신화’가 끝났다. 증권가에서는 공모가액 산출 모형 가운데 매출로만 공모가를 산출하는 모형이 특히 더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사는 원하는 공모가액 산출 모형을 선택할 수 있다. 매출·이익·순자산 중 하나를 골라 가치 평가 모형을 정하면 된다. 그런데 매출 기반의 가치 평가 모형은 외형 성장성은 높지만 현재는 적자인 기업이 주로 쓴다. 매출은 대규모 손해를 감수하면 어느 정도는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상장 전 일시적으로 부풀리기 쉽다. 이 탓에 다른 모형을 선택한 회사들보다 상장 초반 성적표가 저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정서희

10일 조선비즈가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85사(스팩 제외)의 가치 평가 모형에 따른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주가매출액비율(PSR)을 고른 회사들의 상장 첫날 주가는 평균 12.36%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공모가보다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모든 평가 모형 중 성적이 가장 좋지 않았다.

주가는 시간이 갈수록 더 밀렸다. 상장 일주일 뒤엔 공모가보다 21.46% 내렸고, 1개월 뒤엔 24.23% 떨어졌다. 지난달 상장한 교육 콘텐츠 기업 데이원컴퍼니가 첫날 가격 하락 제한폭인 마이너스(-) 40%까지 급락하면서 평균을 끌어내렸다.

미트박스글로벌은 축산물 내수 유통만 하지만, 그럼에도 PSR로 상장을 강행해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깎아 먹었다. 상장일에 25.26% 떨어졌고, 일주일 뒤 38% 하락 폭을 기록했다.

PSR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주당매출액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회사가 PSR을 이용할 땐 상장 연 매출액(환산 수치 가능)에 동종기업의 PSR을 곱한 후 주식 수로 나눠 희망 공모가액을 산출한다. 즉 매출액이 상장 후 시가총액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PSR을 이용한 기업 중 적자 기업이 많다. 데이원컴퍼니의 상장 전 순손실(2024년 1~3분기)은 15억원이었고, 에너지 기업 그리드위즈 역시 상장 직전 분기 1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반대로 상장 첫날 성적이 평균적으로 가장 좋았던 가치 평가 모형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PBR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주당순자산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순자산이 많을수록 공모가액이 높아진다.

PBR로 희망 공모가액을 산출한 회사는 총 3곳(노브랜드·오상헬스케어·현대힘스)으로, 이 기업들의 상장 당일 평균 주가 상승률은 211.54%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 참여자들이 재무 지표가 건전한 기업을 선호했다는 뜻이다.

조선기자재 기업 현대힘스는 첫날 공모가보다 300% 뛰었고 유통업체 노브랜드는 287.86%, 바이오 기기 기업 오상헬스케어는 46.75% 올랐다. 다만 PSR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르며 주가 상승도 힘이 빠졌다. 공모가 대비 상장 일주일, 1개월, 3개월 주가를 보면 상승 폭이 96.84%→72.44%→33.62%로 점차 낮아졌다.

85사 중 73사가 선택한 ‘주가수익비율(PER)’은 기업가치를 영업활동으로 얻은 이익(EBITADA)으로 나눈 ‘EV/EBITDA’와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PER로 희망 공모가액을 산출한 기업의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33.03% 올랐다. EV/EBITDA는 38.53%로 PER보단 소폭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EV/EBITDA는 영업‘이익’을, PER은 영업이익에서 법인세 등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1월 14일 데이원컴퍼니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투자설명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면서 희망 공모가액을 산출하기 위한 평가 모형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을 제외한 이유를 게재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매출로 희망 공모가액을 계산한 기업의 주가가 뒤처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아니다. 가격 문제는 시장이 더 정확하다고 보고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납득한다면 딱히 제동을 걸지는 않는 상황이다.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는 금융감독원에 평가 방법의 선정 과정을 담은 투자설명서를 제출한다. PSR을 선택했다면 PER, PBR, EV/EBITDA를 제외한 이유를 기술해야 한다. 설명이 온전치 않으면 금감원이 회사에 투자설명서를 다시 써오라고 정정 명령을 내린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모가 산정과 관련해 회사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며 “(투자설명서 심사는) 기재된 내용과 그 근거가 합리적인지를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희망 공모가액이 투자자가 청약할 때 내는 최종 공모가액은 아니다. 최종 공모가액은 회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액을 기초로 기관 투자자 대상의 수요 예측을 거쳐 결정된다. 수요 예측에서 경쟁률이 저조하다면 최종 공모가액은 회사가 희망했던 것보다 낮아지고, 반대의 경우엔 높아진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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