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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근 "인원 끄집어내라고 했다" vs 윤 대통령 "'인원'이라는 단어 안 써"

지난 6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제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주장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지시

헌법재판관들의 여러 차례 확인에 최종적으로 정리한 진술입니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을 전면 부인하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냥 사람이라는 이런 표현을 놔두고 또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저는 써본 적이 없습니다."
-윤 대통령(지난 6일, 헌법재판소 변론기일)

때 아닌 '인원' 논쟁이 불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 말을 한 직후에도 불과 몇 분 만에 '인원'이라는 표현을 세 차례 사용했고, 과거에도 '인원'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죠.

그러자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해명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이 사람·저 사람 등 지시 대명사'로 이 인원, 또는 저 인원이란 표현을 안 쓴다는 뜻이었다"
-석동현 변호사(오늘(9일), 페이스북)

석 변호사는 이어 "윤 대통령도 예컨대 '인원수가 얼마냐' '불필요한 인원은 줄여라' '인원만큼 주문해' 이런 표현에서 당연히 인원이란 단어를 쓴다"며 "헌재 변론에서도 바로 윤 대통령이 인원이라는 표현을 이렇게 썼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해석은?…"단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또는 그 수효"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봤습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캡처

우선 '인원'이라는 단어는 명사입니다. 석 변호사의 주장과 달리 '지시 대명사'가 아닙니다.
본래 '단체인 사람들, 혹은 그 수효'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석 변호사의 해명은 어떤 이유에서 나왔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보자면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인원'이라는 단어를 '단체인 사람들' 보다는 '단체인 사람들의 수'를 표현하기 위해서만 썼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석 변호사가 제시한 예문에서도 혼용돼 있습니다.

'인원(단체인 사람들의)수가 얼마냐'
'불필요한 인원(단체인 사람들)은 줄여라'
'인원(단체인 사람들의 수효)만큼 주문해'

-석동현 변호사가 같은 날 언급한 예문

■여러분은 '사람'과 '인원'을 구분할 수 있으십니까?

다시 윤 대통령의 말과 글들을 몇 가지 발췌해 봤습니다.

"국회 본관을 거점으로 확보해서 불필요한 인원을 통제한다는 목적으로 들어갔는데…" (2월 6일, 헌법재판소 변론기일)

"들어갈 사람은 들어갈 것이다. 국회가 개회 중이고 또 의원회관에도 많은 사람이 있고 소통관에도 또 인원들이 있기 때문에…" (2월 4일, 헌법재판소 변론기일)

"지금 의사를 증원하더라도, 증원된 인원이 배출되지 못하는 향후 10년 동안 우리 국민들께서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으실지 그게 더 걱정입니다."(24년 4월, 대통령 업무글)

"지금 일단 인원을 좀 보강해 가지고 하여튼 좀 돈의 흐름을 따라서 광범위하게 조사를 하려고…" (20년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

"조사받은 것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조사받은 분들 인원을 공개할 때 나중에 사건 처리할 때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18년 10월,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

'인원'이라는 단어를 '단체인 사람·의사·검사' 등으로 대체했을 때 어색한가요?

앞서 곽 전 사령관이 주장한 윤 대통령의 지시와 문맥상 의미상 다른 뜻으로 느껴지시나요?

■탄핵심판 영향은 제한적…그러나 검증해야만 하는 '대통령의 말'

사실 윤 대통령이 '인원'이라는 표현을 썼느냐 안 썼느냐는 이번 탄핵심판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닙니다.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헌법재판관들이 다양한 정황과 진술을 종합해 판단을 내릴 예정입니다. 윤 대통령의 말버릇은 그중에서도 간접적인 한 가지 정황일 뿐입니다. 설사 윤 대통령이 의식하지 못한 채 '인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더라도 곽 전 사령관의 주장이 사실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가 논란이 되고 언론이 검증에 나서는 것은 그것이 '현직 대통령의 말이나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 취임 초기 논란을 불렀던 '바이든' · '날리면' 사례가 떠오릅니다.
다만, 이번 과목은 듣기평가가 아닌 문법시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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